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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여성할당제의 정치적 함의와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의 이면

여성할당제, 여성을 하나의 이익집단化···여성단체 정치무대 진입 창구 전락
여성 전담 부처는 오히려 여성정책 약화···폐지 논의 '성역화'는 정치적 속셈

 

【 청년일보 】 여성할당제(女性割當制)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 기용하는 인원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다. 할당은 '몫'을 갈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 12월에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여성할당제의 명분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구조적 억압과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고위직과 선호되는 직업의 성비는 남성이 우세하고, 여성에게는 '유리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만큼 여성에게 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할당제는 여성 전체를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묶는 행위다. 같은 여성이라도 흙수저가 있는 반면 금수저도 있다. 저학력자와 고학력자의 차이 역시 마찬가지. 이처럼 사회적 위상과 이해관계가 다른데, 단지 성별이라는 척도로 할당제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이냐는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할당제는 애초부터 기회의 균등이나 능력, 역량, 실력을 고려하지 않는다. 불공평은 물론 성과나 효율성 악화 등의 부작용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문화와 풍습적인 문제를 할당제라는 법적 제도로 보상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여성할당제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성취의 상승, 그리고 정치 영역에서의 여성 대표성을 거론한다. 하지만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기회가 균등할 때 개인의 능력과 노력 만큼의 사회적·경제적 성취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할당제로 아예 앞선 출발선과 밥그룻을 보장하는 것은 특권을 의미한다. 정합 게임(positive-sum game)이 아닌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다. 

 

특히 정치 영역에서 특정 성별의 대표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남성이었다. 하지만 남성 정치인들이 단합해 같은 남성만의 이익을 옹호했다는 것은

착각이나 억지에 불과하다. 만일 그랬다면 현대 사회의 여성이 법적으로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가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여성정책을 논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김대중 정부다. 김대중 정부는 군(軍) 가산점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으로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할당제를 시행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998년 4월 고위공직자와의 대화에서 "여성이 출마하면 당선돼야 하는데, 잘 안 된다"며 "여성들 스스로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여성 후보를 여성들이 뽑아줘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니 2000년 정당법을 개정해 국회와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3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명시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여성 비율을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또한 여성을 홀수 순위에 추천하도록 강제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하는 경우에도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하도록 권고했다.  

 

이 결과 21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19%를 기록했다.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17대 국회의 13%에 비해 6%포인트 늘어난 것이며, 16대 국회의 6%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여성단체와 여성 운동가들은 여전히 여성 대표성의 불균형을 주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5167만2400명이다. 이를 성별로 보면 남성은 2577만33명으로 49.9%, 여성은 2590만2367명으로 50.1%다. 여성 인구가 더 많다. 여성단체와 여성 운동가들은 이를 근거로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 역시 이에 준해야 한다고 말하는지 모른다. 

 

여권의 모(某) 정치인은 "만약 유인원의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났다면 기업가들은 전부 유인원으로만 채용할 것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더 뛰어났다면 여성을 우선적으로 채용했을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회의 균등은 물론 능력, 역량, 실력보다 여성 할당이나 대표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여성 유권자의 표(票)를 의식한 정치적 접근의 냄새가 짙다.

 

여성을 남성과 대등한 경쟁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몫이란 차원으로 접근하면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해 함량 부족의 정치인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할당제는 다양한 계층의 여성을 대변하기보다 여성단체나 여성 운동가들의 정치무대 진입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는 2001년 1월 고용노동부의 여성 주거, 보건복지부의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보호·성매매 방지 업무를 떼어내 여성부를 신설했다. 현재의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데,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 업무도 이관했다.

 

여성 관련 독립 부처를 만들면 여성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고, 진정한 양성평등 시대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올해로 여성가족부가 출범한지 20주년이 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7월까지 15번의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0점 만점으로 환산되는 지지도 점수에서 여성가족부는 18개 부처 가운데 7번은 꼴찌, 8번은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더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여성가족부가 정부 부처로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4.2%가 폐지 후 타(他) 부처로의 편입을 택했다. 특히 여성가족부에 대한 여성의 부정적 인식이 74.3%로 남성 71.4%보다 높았다.

 

이 같은 국민 여론의 흐름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적절하다'는 응답은 48.6%로 '부적절하다'는 응답(39.8%)보다 높았다.

 

사실 여성가족부를 장관급 부처로 두기에는 고유 업무의 영역이 너무 협소하다. 여성정책과 관련한 업무는 일반 부처의 1개 국(局)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 타 부처의 업무를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명칭도 여러 번 바뀌었다.

 

또한 정부 각 부처는 노동·복지·안보 등 기능별로 편제돼 있다. 여성가족부만 기능이 아니라 성별, 즉 대상으로 편제돼 있다. 여성, 더 구체적으로는 여성단체와 여성 운동가들에 대한 할당의 성격이 짙은 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 전담 부처의 존재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다른 부처들이 여성 관련 정책에서 모두 손을 떼게 돼 여성정책의 영향력이나 내용이 실질적으로는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는 역설을 가져온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행정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 가능성을 예상해 왔다. 현재 여성 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 여성 노동은 고용노동부, 여성 복지는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다. 

 

지난해 8월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2030세대, 즉 M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향후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갈등 1위는 빈부갈등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6.4%에 달했다. 문제는 2위를 기록한 남녀갈등으로 무려 24.1%를 차지했다. 이는 이념갈등과 세대갈등은 물론 기성세대 사이에서 부딪쳐온 지역갈등과 노사갈등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MZ세대에게는 장기간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능력, 역량, 실력을 바탕으로 한 공정이다. 무임승차는 용납되지 않는다. 성별이 우대 근거가 될 수도 없다.

 

남녀갈등은 군 가산점 제도 폐지를 계기로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낳았고, 젠더갈등으로 이름표를 바꿔 단 최근에는 이수역 사건과 미투 운동에서 보듯 여혐과 남혐의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젠더갈등을 조정해야 할 여성가족부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이 깃발을 올리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대남(20대 남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 전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누가 정치, 특히 선거를 위해 성별을 이용하고 있는지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를 논의조차 못하게 '성역화' 하려는 것이야 말로 젠더갈등의 수혜를 입겠다는 얄팍한 술수임에 분명하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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