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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조국 자녀 입시비리의 뒤안···저소득층 교육 사다리 단절

코로나 19 장기화에 사교육 격차 심화, 부와 가난 대물림 고착화 우려
연세대·부산대, 조국 자녀 입시비리 뒤늦은 조사···상대적 박탈감 증폭

 

【 청년일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는 사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로 아예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 평균 800만원 이상 고소득층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0.1%였다. 반면 월 평균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39.9%에 불과했다. 저소득층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이 40% 밑으로 주저 앉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전인 2010년까지만 해도 저소득층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50.7%에 달했다. 10년새 10.8%포인트나 급감한 것이다.

 

저소득층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 2011년 이후 42.8%~50.1% 사이의 박스권 안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이 박스권마저 무너뜨린 것이다. 사실 사교육비 지출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는 이미 고착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 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득층 가구는 한 달 평균 50만4000원 가량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반면 저소득층 가구는 9만9000원을 지출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가구 사이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무려 5배를 넘는 것이다.

 

예체능 교육까지 시키는 고소득층 가구와 비교해 저소득층 가구의 사교육 참여는 영어, 수학 등 교과 과정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한파는 이마저 포기하는 저소득층 가구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사교육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유의미해 보이지 않는다. 초·중·고의 공교육에서 경쟁 우위의 교육을 받을 수 없으니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교육을 활성화해 사교육을 줄이자는 주장은 '당위론'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정책은 지난 1973년 발표된 '교육평준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정책을 발표할 당시 내세운 명분은 학력격차 해소, 사교육비 감축 등이었다. 하지만 4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학력격차 심화, 공교육 하향평준화에 따른 사교육 활성화란 현실을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에게 교육은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가 될 수 있다. 교육이 양질의 일자리와 연결되면 가난한 집 아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 '개천의 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교육에 목을 메는 이유 역시 과거 산업화 시대에 겪었던 성공 경험이 DNA처럼 박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개천의 용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요즘 들어 교육은 부(富)의 대물림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빈곤(貧困)의 대물림을 막는 역할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교육이 고소득층에게는 세대 간 계층 대물림 수단으로 작용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세대 간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특권층의 특혜, 즉 입시비리도 한 몫한다. 특권층의 자녀는 '부모 찬스'를 통해 명문대학에 부정 입학하는 것은 물론 학점과 졸업, 심지어 취업에서도 온갖 특혜를 누린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들이 대표적 사례다.

 

부산대는 지난 22일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그동안 부산대는 조민씨 어머니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야 입학 취소 여부를 심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했지만 이제서야 방향을 튼 것이다.

 

조민씨는 지난 1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의료법 제5조에 따르면 의사면허 취득 자격은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자이기 때문에 입학이 취소되면 졸업도 무효가 돼 의사면허는 박탈된다. 

 

연세대 역시 조국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대학원 입학 취소를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조모씨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7년 법무법인 청맥의 변호사로 있을 때 허위로 발급해 준 인턴 확인서를 연세대와 고려대 대학원 입시에 동시 제출, 모두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강욱 대표는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준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을 맡게 됐다. 당시 민정수석은 조국 전 장관이다.

 

조국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2년 트위터에 '따뜻한 개천론'으로 알려진 글을 올렸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청년들이 과도한 경쟁 없이도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자는 그의 말은 언뜻 마음을 훔치기에 족해 보인다. 공평 사회에 대한 담론을 앞장서 이끄는 전도사 같다. 하지만 하나 하나 뜯어보면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 특히 각종 특혜로 얼룩진 자녀들의 입시비리를 들여다보면 내로남불의 극치로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킨다.  

 

역린(逆鱗)은 용의 목 아래에 거꾸로(逆) 난 비늘(鱗)을 뜻한다. 용을 길들인 사람일지라도 그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는다는 의미인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가장 민감한 비늘 가운데 하나다. 조국 전 장관 자녀들의 입시비리는 이를 건드린 것이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못하게 된 저소득층 학부모들에게 따뜻한 개천이란 결국 입심 좋은 선동가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한 셈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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