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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여당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국면 전환용 악어의 눈물?

스윙보터 부상한 2030세대 의식 고개 숙였지만 진정성 결여된 반쪽짜리
윤석열 끌어들인 것은 공세 전환 의도···조국은 물론 청와대 사과 있어야

 

【 청년일보 】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조국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국 사태가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고,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초로 연상되는 부정적 이미지가 내로남불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12일부터 나흘간 19~54세 성인남녀 8그룹을 대상으로 집단 심층면접(FGI)을 통해 이루어졌다. 집단 심층면접은 동질적 특성을 지닌 조사 대상자를 한 장소에 모아놓고 좌담 형식으로 의견을 청취하는 방법이다. 이 조사에서 2030세대는 내로남불 외에 성추행, 거짓말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압승을 거두었던 4·15 총선 때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에 촛불, 등대와 같은 긍정적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선, 내로남불, 무능력 등이 이미지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의인화를 통한 더불어민주당의 현재 이미지는 '독단적이고, 말만 잘하며, 겉과 속이 다른, 무능한 40~50대 남성집단'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586 운동권 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그 핵심에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자리하고 있다. 조국 사태의 '뇌관'은 공정과 정의가 죽었다는 2030세대의 분노이기 때문이다.

 

20대는 그동안 진보 진영의 든든한 지지층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는 야당에 몰표를 주며 여당 참패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실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20대 남성 유권자의 72.5%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는 50대 남성의 55.8%는 물론 보수 성향이 뚜렷한 60세 이상 남성의 70.2%보다 높은 것이다. 

 

20대는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남성 유권자는 47.7%, 여성 유권자는 63.6%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이던 2017년 6월 여론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0대 남성의 89%에 육박하는 87%를 기록했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30대 역시 마찬가지. 서울 30대 남성 유권자의 63.8%는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에 투표했다. 이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32.6%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은 것이다. 서울 30대 여성 유권자도 오세훈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이 50.6%로 박영선 후보의 43.7%를 앞섰다.

 

여야(與野)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 2030세대의 표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30세대는 특정 이념과 정당에 예속되지 않고 상황과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보터(swing voter)가 됐기 때문이다. 스윙보터는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를 가리킨다. 우리 말로 옮기면 '부동층' 정도가 되는 셈이다.

 

스윙보터는 선거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이른바 보팅 키(voting key)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는 선거에서는 투표 결과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흔히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린다. 이들은 반대 정당 또는 정치인이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의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큰 변수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은 스윙보터의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조국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송영길 대표는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와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 주고, 품앗이 하듯 스펙 쌓게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 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사과한 것은 지난 2019년 10월 당시 이해찬 대표에 이어 두 번째다. 여당 대표로서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정 부분 논란에 선을 그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실제 친문(親文) 진영에서는 '부관참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송영길 대표는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3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 전 장관은 이제 각자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黨) 고위 관계자 역시 "이제 조국의 강을 건너 민주당의 시간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선 모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조국 사태로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완료형'이 아니다. 특히 송영길 대표의 사과는 '반쪽짜리'다.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 대한 부인을 의미할 수 있다. 불법은 아닌데 국민 정서가 문제라는 뉘앙스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고위 공직자 일가의 불법 비리다.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1심 판결에서 입시 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 사모펀드와 증거인멸 관련 혐의는 일부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조국 전 장관도 입시 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사건에 검찰개혁 반발이란 프레임을 씌워 진영 갈등으로 끌고 가는 등 ‘꼼수’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권력형 불법 비리 덮기가 핵심이다. 지난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 비리 수사를 총괄했던 한동훈 검사장은 "조국 사태의 본질은 비리 자체보다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했다는 데 있다”고 잘라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 대해서도 송영길 대표는 "일부 언론이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 하여 융단폭격을 해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로 이해하고 있다"며 감쌌다. 언론이 사실관계 확인은 건너 뛴 채 검찰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받아쓰기를 했기 때문에 조국 전 장관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정작 조국 전 장관은 진실을 다투는 법정에서 300번 넘게 증언을 거부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법꾸라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통상 SNS 글쓰기나 회고록 등 저서 출간은 위증의 부담이 따르지 않는 일종의 장외전으로 통한다.

 

조국 전 장관은 송영길 대표의 사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전에도 같은 취지의 사과를 여러 번 했다.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 나를 밟고 전진하라. 나는 공직을 떠난 사인(私人)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으로 자기 방어와 상처 치유에 힘쓸 것"이라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이 비리에 연루됐을 때 지지자들을 향해 "나를 밟고 가라"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의 말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을 흉내낸 것이다. 특히 사과 수용 발언 1시간 후에는 자신의 회고록이 출간 하루 만에 10만부를 돌파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이는 자랑이자 책 속에 진실이 있다는 항변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를 '악어의 눈물'에 비유하고 있다. 악어의 눈물은 이집트 나일 강(江)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 전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위를 말한다. 조국 전 장관의 위선, 그리고 쌍으로 따라다니는 내로남불은 천성(天性)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국 사태 '사과 무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송영길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끌어들인 것이다. 

 

송영길 대표는 "(조국 전 장관 가족이) 검찰의 가혹한 기준으로 기소가 돼서 법정에 서 있다.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리와 검찰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국 사태를 둘러싼 여권의 내부 갈등을 정계 등판이 임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공세로 돌리겠다는 의도다. 한마디로 송영길 대표 주연, 조국 전 장관 조연의 '국면 전환용 악어의 눈물'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불법 비리를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펼치고 있다. 자신의 저서에서 검찰 수사를 '사냥'에 비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수컷이 안 잡히면 암컷을 잡고, 암컷이 잘 안잡히면 새끼를 잡아 묶어 놓고 어미를 유인한다"고 했다. 법학 교수가 아닌 입심 좋은 선동가의 문장을 보는 듯하다. 

 

조국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국 전 장관이 직접 나서 사과를 해야 한다. 청와대 역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사태를 더욱 키운 요인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의 사과를 통해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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