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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언론규제 과잉입법 논란···'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권력에 대한 비판 봉쇄 수단으로 악용 가능성
정연주 전 KBS 사장 방심위원장 내정도 잡음···방송 길들이기 의혹

 

【 청년일보 】 옥스포드 사전은 지난 2016년 탈(脫)진실(post-truth)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만큼 진짜 정보보다 가짜 정보가 더 많은 세상이 됐다는 의미다. 

 

가짜뉴스(fake news)가 대표적이다. 물론 가짜뉴스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사례가 많다는 것인데, 지난 1945년 미국과 영국이 독일을 상대로 실시한 드레스덴 공습이 대표적이다. 

 

드레스덴은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해질녘 엘베 강의 풍경에 반해 '유럽의 발코니'라고 부를 만큼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하다. 이 같은 드레스덴이 미국과 영국의 공습으로 폐허가 됐다. 융단폭격(carpet bombing)이란 말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문제는 가짜뉴스다.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연합국의 잔인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당시 드레스덴 경찰에 의해 집계된 사망자 수를 부풀린다. 2만5000명에 '0'을 하나 더 붙여 한 차례의 공습으로 무려 25만명이 사망했다는 가짜뉴스를 살포한 것이다. 

 

이것이 독일 언론에 실렸다면 이를 믿는 연합국 시민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괴벨스는 가짜뉴스를 스웨덴이나 스위스 등 중립국 언론에 뿌렸다. 파장은 엄청났다. 연합국 시민들의 항의로 공습을 지휘한 아서 해리스 영국 공군사령관은 청문회까지 불려가야 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불거졌던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탈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모(某) 인터넷신문은 김대업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김대업은 선거가 끝난 다음에야 명예훼손과 무고, 공무원 자격 사칭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추진하자 MBC는 PD수첩을 통해 앉은뱅이 소를 보여주며 광우병 괴담을 유포했다.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20%대까지 끌어내렸고, 대통령 탄핵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개방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당시 이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퍼뜨린 괴담도 가짜뉴스의 전형이다. 사드 전자파로 참외 농사를 망친다거나 몸이 튀겨진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환경 파괴가 막심하다며 구럼비 바위를 내세운 것 역시 마찬가지. 애초에 구럼비 바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즉 현재의 집권 세력이라고 예외일까.

 

청와대는 지난 2019년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무단 침입과 관련, 러시아가 유감을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 무관 개인의 의견에 불과했고, 정작 러시아 정부는 영공 무단 침입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전 행정관이 라임 사태 관계자를 만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명함만 주고 받은 사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수시로 룸살롱에서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장관 및 가족들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가짜뉴스로 매도했고,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여 인원을 300만명으로 부풀리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 당시 검찰 관계자들의 식사는 조국 전 장관 가족의 권유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가짜뉴스의 진원지는 다양하다. 여야를 포괄한 정치권, 언론의 오보, 포털,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모두 해당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범위가 정해진 것은 없다.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막아야한다며 언론규제법을 추진하고 있다. 칼자루를 쥔 것이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2월 이낙연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6대 언론개혁 입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는 사회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언론'을 지목한 것이다. 주요 골자 역시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의 경우 3배 손해배상, 정정보도 크기 원문의 2분의 1 의무화, 인터넷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언론중재위원 증원 등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거짓·왜곡 보도를 한 언론을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기능과 권한을 확대 개편한 '오보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의 여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가짜뉴스가 여론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권, 특히 권력도 가짜뉴스의 진원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사태 와중에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한 것부터 가짜뉴스의 경계선상에 있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해 집 없는 사람들의 주택구매 기회를 날리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도종환)는 13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3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3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이 가운데 김용민 의원안은 고의·과실에 의한 허위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대 5배까지 하고, 모든 정정보도를 당일 머리기사로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밝힌 6대 언론개혁 입법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이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는 중구난방으로 발의됐던 13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기습 상정된 바 있다. 이들 법안 중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두는 것은 물론조사권과 시정명령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이 잘못된 보도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징벌을 강화해 본때를 보이겠다는 차원의 접근은 권력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언론으로 하여금 권력 감시와 비판을 스스로 억제하는 위축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비판 보도를 악의적 보도라고 주장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이를 버텨낼 언론사는 없다. 특히 영세한 우리나라 언론사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물리적 폭력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현행 민법과 형법은 물론 언론중재법도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로 구제하도록 돼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중 처벌로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크다. 한마디로 과잉입법이라는 얘기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요건인 고의·과실 입증 책임 역시 논란거리다. 민법 750조는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다룰 때 피해자가 고의·과실을 입증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과실이 없다는 것을 언론사가 입증하도록 돼 있다.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보라는 식이다.

 

언론 개혁이라고 포장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특히 유체이탈처럼 권력은 가짜뉴스의 진원지에서 빠진 채 민간 분야의 가짜뉴스를 단죄하겠다는 것은 '공로민불'이다. 권력이 하면 로맨스지만 언론이 하면 불륜이라는 얘기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 장악의 징후는 방송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말 구성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에 내정된 인물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이라는 것이다. 정연주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편협한 언론관과 노골적인 친정부 방송으로 숱한 논란을 빚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베네수엘라를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인 것처럼 추켜세우기도 했다. 

 

방심위의 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의 중요한 항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편향성 논란이 있는 인사를 위원장에 앉히겠다는 것은 방송 길들이기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들을 대통령과 여당 몫의 방심위원으로 추천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언련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골라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해 온 대표적 친여 시민단체다.

 

괴벨스는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 정부가 연주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 장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공청회 한 번 없이, 야당의 반대는 물론 위헌 소지가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까지 받은 정연주 전 사장을 다시 소환한 것은 왜일까. 행여 내년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괴벨스 피아노'의 모방품이라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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