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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반중 정서 키우는 코로나 19 중국 기원설과 국적법 개정 논란

음모론에 머물던 우한연구소 유출설 '유력 가설'로 부상···주류 과학계도 가세
각국 반중 정서 확산에 한국 합류 공산···국적법 개정 논란, 불난 데 기름 부어

 

【 청년일보 】 최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초대형 악재가 부상하고 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중국 기원설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중국 기원설은 미국과 중국 관계를 뒤흔든 모든 문제 가운데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중국 기원설은 가뜩이나 심화되고 있는 반중(反中) 정서에 가속도를 붙일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최근 공산당 정치국 30차 집단학습에서 중국의 이미지와 국력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업무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중국 기원설의 무대는 우한(武漢)이다. 즉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것이 논란의 쟁점이다.

  

사실 우한연구소 유출설 자체는 새롭지 않다. 코로나 19가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사태 초기부터 소문으로 돌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19의 기원과 관련해 정보기관이 추가 조사를 실시, 90일 이내에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 역시 중국을 코로나 19 책임론에서 자유롭게 해주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로 보인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에 가세하고 있는 나라가 영국이다. 더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영국을 비롯한 서방 정보기관들은 당초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우한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지만 재평가 결과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영국의 정보기관은 중국 내에 인적 정보망이 없다.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나오는 정보는 대부분 다크 웹(dark web)을 통해 얻는다.

 

다크 웹은 특수한 웹 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으며, 익명성 보장은 물론 IP 주소 추적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다크 웹을 통하면 중국 내 정보원들이 당국에 체포될 위험 없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서방에 제공할 수 있다. 영국 정보기관이 최근 우한연구소 유출설에 대한 기존 평가를 바꾼 것은 무엇인가 '냄새'를 맡았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

 

특히 영국과 노르웨이 과학자 두 명이 '코로나 19 실험실 제조설'을 뒷받침하는 논문을 조만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음모론' 취급을 받았던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우한연구소 유출설은 유력한 가설로 부상하고 있다.

 

앵거스 달글리시 영국 세인트조지 의대 교수와 노르웨이의 바이러스 학자인 버거 소렌센 박사는 코로나 19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근거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코로나 19를 분석한 결과 '고유한 지문(unique fingerprints)' 6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들 지문은 실험실에서 조작된 바이러스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두 과학자의 주장이다. 

 

또한 코로나 19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한 줄로 된 4개의 아미노산이 발견됐는데, 모두 양전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마치 자석처럼 음전하의 인간 세포 부분에 딱 달라붙도록 해 전염성을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 외피에서 바깥으로 돌출된 돌기 형태의 단백질을 말하는데,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할 때 활용된다.

 

두 과학자에 따르면 양전하 아미노산은 서로를 밀어내는 성질 때문에 자연 발생하는 유기체에서는 양전하 아미노산 3개가 한 줄에서 연속 발견되는 것은 드물다고 한다. 4개가 한 줄에 있는 것은 가능성이 더욱 낮다. 이는 바이러스를 조작한 명백한 징후라는 것이다. 

 

두 과학자는 코로나 19의 신뢰할만 한 '자연 조상(natural ancestor)'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갔다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중간 숙주 등 연결고리, 즉 자연적인 기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과학자는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코로나 19는 중국 과학자들이 동굴의 박쥐에서 발견된 자연 바이러스를 더욱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하게 만든 것이며, 이것이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자연발생 바이러스처럼 보이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흔적을 덮으려고 노력한 시도 역시 보인다는 것이 이들 과학자의 주장이다.

 

이 가설은 앞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고의든, 실수든 우한연구소가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 19의 진앙(震央)이란 사실이다. 또한 코로나 19가 자연 발생한 것이든, 생물학 무기로서 인위적으로 합성된 것이든 이 연구소에서 유출되면서 세계적 대유행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상황은 중국 기원설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한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지난 2019년 11월 코로나 19와 일치하는 증상으로 몸이 아파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출처는 미국 정부의 비공개 보고서다. 이 때는 우한에서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직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의 기원을 찾으려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단서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대규모 발병이 일어난 뒤 어느 정도 시점에서는 질병이 발원한 동물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아직까지 동물로부터 기원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미생물학 교수인 데이비드 렐먼은 지난해 11월 미국 국립과학원(NAS) 회보에 쓴 기고문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설명에 많은 핵심 사항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개연성 있는 진화 과정은 물론 최초 인간 감염의 시간과 장소, 전염 기제조차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7일 코로나 19의 우한연구소 유출설이 사실이라면 어떤 파장을 낳을 것인지에 대한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우한연구소 유출설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화가 날지를 고려할 때 중국은 왕따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점은 이미 알려졌지만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됐다면 이는 더 나쁜 것이고, 심지어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면 국제 사회로부터 중국에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자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최대의 외교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세계 각국의 반중 정서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을 싫어하는 각국 인구 비율을 조사한 퓨(PEW) 연구센터에 따르면 일본 85%, 스웨덴 85%, 호주 81% 등으로 3개국이 80%를 넘어선다. 이어 덴마크 75%, 영국 74%, 미국 73%, 캐나다 73%, 독일 71%, 프랑스 70%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는 75%다. 

 

지난 2018년 현재 세계 190개 나라 가운데 128개 나라가 중국을 제1의 교역 상대국으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는 경제적 공생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중국을 경계하고, 불신하며, 심지어는 혐오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북공정이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미세먼지 등으로 반중 정서가 높은 상태에서 코로나 19 중국 기원설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개연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국적법 개정 논란이 반중 정서를 키우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한국 영주권을 지닌 외국인 자녀에 대해 필기시험과 면접 등 국적 취득 절차를 생략하고 신고만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6세 이하의 외국인 자녀는 별도 요건 없이 국적 취득 신고가 가능하다. 7세 이상 자녀의 경우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하면 신고 자격이 갖춰진다. 그리고 신고가 수리되면 곧바로 국적을 얻게 된다. 이는 국적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미래 인적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대상자의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개정 법 적용 대상자는 3930명인데, 이 가운데 94.8%인 3725명이 조선족 동포와 화교 자녀들이다. 법무부는 7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인데, 반발이 거세다.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것은 물론 "중국에 나라를 팔아먹는다"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안이 시행돼도 한 해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 자녀는 600~700명 선이다. 따라서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杞憂)에 가깝다. 문제는 반중 정서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특히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30세대의 반중 정서가 반일 감정 이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국적법 개정을 그대로 밀고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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