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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상속 테마···'공존 경영'

"사회와 나누고 헌신"···국보급 미술품 기증, 사회 환원 '약속'도 지켜
스티브 잡스보다 3.5배 많은 과도한 상속세, 자본이득세 도입 목소리

 

【 청년일보 】 삼성그룹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기업집단이다. 그룹 산하 삼성전자 한 회사의 매출만 국내총생산(GDP)의 15% 안팎을 차지한다. 올해 브랜드 가치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 톱(TOP) 5에 이름을 올렸다.


우스갯소리로 한국 사람이 평생 피할 수 없는 3가지가 있는데, 바로 세금ㆍ사망ㆍ삼성이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재벌의 대명사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재벌이 피할 수 없는 과제 중 하나가 경영권 승계다. 후계자의 능력과 승계 이후의 지속 성장, 특히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등이 현안 과제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형제 또는 남매간 분쟁으로 세간의 차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경영 승계가 잘못될 경우 기업의 운명은 물론 종업원, 협력회사, 고객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 상속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의 관전 포인트는 당초 3가지였다. 그룹 경영권과 관련된 삼성 계열사 주식 배분 내역과 상속 재원, 감정가만 3조원에 육박하는 미술품 등 '이건희 컬렉션' 기증, 그리고 이건희 회장 재산의 사회 환원이다. 하지만 28일 발표된 유산 상속 내용에는 삼성 계열사 주식 배분 내역과 상속 재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족들을 대신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삼성전자는 "유족들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는 '공존 경영'을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사상 최고의 상속세 납부와 더불어 사회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12조원이 넘는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실제 12조원은 지난해 정부의 총 상속세 세입액의 3~4배며, 애플의 스티브 잡스 유족들이 낸 상속세 3조4000억원의 3.5배 수준이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은 삼성물산ㆍ삼성생명ㆍ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과 미술품, 한남동 자택과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을 합해 총 26조1000억원이다. 유족들은 5년 간 6회에 걸쳐 분납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낼 예정이다. 이달 30일 2조원 가량을 납부하고, 앞으로 5년 간 5회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한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계가 여전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삼성 계열사의 주식 배분. 그룹 경영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물산 2.88%, 삼성생명 20.76%, 삼성전자 보통주 4.18%와 우선주 0.08%, 삼성SDS 0.01%의 주식을 보유중이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속에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17.33%의 지분율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각각 0.06%와 0.7%에 불과하다. 


재계에서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외국 투기자본에 경영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기업 사냥꾼이나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상속세와 직접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문제로 외국계 헤지펀드인 앨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기업의 경영권을 노려 돈을 따 먹는 헤지펀드다. 
당시에도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상속을 둘러싸고 공격의 여지가 있음을 파악,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상속 할증 10%가 가산돼 최대 60%까지 최고세율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을 세 번 이상 승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고세율을 적용받은 기업이 첫 상속에서 60% 가량의 상속세를 납부하고, 이후 또 한차례의 상속이 이뤄질 경우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최소 지분 30%마저 지키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징벌적 상속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 100년 이상 역사를 이어가는 이른바 '장수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본이득세는 주식과 채권 등 자본자산의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득에 과세하는 것이다. 상속을 받은 직후 상속 규모에 비례해 납부하는 상속세와 달리 상속받은 자본자산으로 발생한 이득에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기업이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 존속에 위협을 받는 것은 문제다. 일각에서는 상속세의 근본 취지가 부(富)의 재분배라는 점을 들어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재벌 걱정은 '쓸 데 없는 오지랖'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단순히 부의 이전으로만 보는 것은 경영 노하우와 경쟁력 유지 등의 무형자산을 간과하는 단견(短見)일 수 있다.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2만3000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을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 10대 미술관 못지 않은 규모로 이건희 회장이 40여 년에 걸쳐 수집한 것이다. 기증 문화재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사, 천수관음보살도 등 국보 14점과 보물 46점이 포함돼 있다. 근대 미술품 중에는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등이 있다. 


문화재와 미술품이 기증되면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기증을 계기로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미술사 연구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문화재 사랑으로 칭송받고 있는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에 견줘 부족함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차명계좌로 관리했던 재산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당시 실행되지 못했는데, 이번 유산 상속 과정에서 해결됐다.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소아암ㆍ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1조원을 기부한다는 것이다. 의료공헌을 통해 오랜 '숙제'를 끝낸 것인데,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 테마가 '공존 경영'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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