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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빛 좋은 개살구' 도쿄올림픽···'올림픽의 저주' 재현?

올림픽 폐막 후 닥친 것은 '거액의 청구서'···경제 효과 전무, 41조원 적자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개최 불발, 역설적으로 '다행' 목소리

 

【 청년일보 】 올림픽 헌장 1장 제6조 제1항은 '올림픽 게임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간의 경쟁은 아니다'라고 규정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국가간 메달 줄세우기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이야말로 모든 스포츠 대회 중 스포츠를 빙자한 국가간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이번 도쿄올림픽이 우리나라 스포츠에 많은 아쉬움과 숙제를 남겼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올림픽의 의미는 승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다는 모토와 달리 승패에 따른 희비는 있게 마련이다. 아직까지 올림픽 메달은 한 국가의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구 요소를 빼면 메달 상위권 국가들은 거의 모두 선진국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거둔 우리나라의 성적은 초라하다. 한국 대표팀은 금 6개, 은 4개, 동 10개를 기록했다. 금 6개, 은 6개, 동 7개를 기록한 37년 전 LA올림픽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메달 순위 역시 16위에 그쳤다. 금메달 기준으로 2016년 리우올림픽 9개, 2012년 런던올림픽 13개보다 크게 떨어진다.

 

이처럼 저조한 성적에 대해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기업 후원의 위축이다. 삼성그룹이 정유라에게 말을 빌려준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공격받으면서 기업의 스포츠 지원이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정부 지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기업 후원이 줄어든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엘리트 선수들의 학업을 강화한 것이 경기력 향상에 마이너스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엘리트 체육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엘리트 체육을 지향해 왔다. 소수의 선수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전문 지도자의 집중적 훈련을 받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엘리트 선수들은 합숙 훈련, 대회 출전 등의 이유로 정규 학업 과정에서 제외된다. 학업 부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엘리트 체육은 철저히 성과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이 같은 시스템에서는 소수의 선수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운동에만 집중하게 된다. 운동 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그것으로 성공하기 위해 짧아도 5~6년을 투자해야 한다. 리스크가 크다. 일부에서 엘리트 체육 대신 생활체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부진한 성적의 이유와 함께 화두에 오른 것이 병역특례와 연금 등 성적 우수자에 대한 보상제도다. 올림픽의 경우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획득자로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스포츠는 종목에 따라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크다. 육상과 수영 등 비인기 종목은 동메달은 고사하고 올림픽 결승 라운드조차 밟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반면 야구의 경우는 아시안게임에서 손쉽게 금메달을 따 병역을 면제받는다. 출전하는 강호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부 국가는 아마추어로 선수단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리그까지 중단한 채 프로선수들이 출전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가 유독 구설에 오른 이유다.

 

물론 이번 도쿄올림픽은 우리나라 내부에서만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막대한 적자, 개최 방식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을 오랜 경기침체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을 이겨낸 부흥의 상징적 행사로 삼고자 했다. 2022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감안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경쟁하는 일본으로서는 하계올림픽을 잘 치러내고 싶은 욕구가 앞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 폐막 후 일본에 닥친 것은 '거액의 청구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사실상 무관중으로 열린 이번 도쿄올림픽의 총비용은 4조엔(약 4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티켓 수익은 물론 관광수입 등 경제 효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적자로 남을 공산이 크다.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올림픽의 저주란 개최국이 대회 후 빚더미에 앉거나 그에 준하는 사회적 위기 상황을 겪는 것을 말한다. 실제 그리스는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경제 위기에 시달렸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을 치른 캐나다 역시 막대한 채무에 시달렸고,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에는 대회 개최 전에 주정부가 파산을 선언할 정도였다. 

 

이는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 2014년 소치올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러시아의 중소도시 이름만 알리는데 그쳤다. 관광객들조차 찾지 않는 유령도시가 됐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대회를 개최하는 현행 방식에 회의론도 쏟아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되지만 효과가 불분명한데다 기술의 발전으로 안방에서도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유치 경쟁 역시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방송 중계 수수료를 챙기는 IOC만 잇속 챙기는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IOC 총회에서 호주의 브리즈번이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하지만 어떤 국가들이 유치를 희망했다 탈락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과거처럼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30년 동계올림픽은 아직 개최지를 정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에 국내에서도 올림픽의 메달 순위를 국력의 반영으로 보는 사람들은 엘리트 체육의 보완을 거론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 역시 최근 생활체육에서 엘리트 체육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한층 성숙해진 우리나라 국민들의 올림픽 관전 문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메달보다 값진 4위, 5위의 약진에 응원을 보내준 것이 대표적이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결과보다 과정에 열광하는 스포츠 관전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을 모두 감안하면 엘리트 체육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갑론을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올림픽의 저주다. 도쿄올림픽은 올림픽 개최가 '빛 좋은 개살구'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경우도 있다. 바로 정권과 이념을 위해 올림픽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권은 최근까지 2032년 하계올림픽의 서울·평양 공동 개최를 추진해왔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역설적으로 다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부작용과 후유증이 저주를 넘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알기 때문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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