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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가상화폐 해킹과 고난의 행군

가상화폐 해킹과 돈세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 지원
대북제재의 한 원인, 경제적 고난은 주민들에게 전가

 

 

【 청년일보 】"물건을 훔쳐간 것이 아니라 집을 완전히 태워버렸다".  이는 마이클 린턴 전 소니픽처스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북한에게 당했던 해킹에 대해 했던 말이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 상영을 막으려 소니픽처스를 해킹했다.


그해 12월 19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비례적으로(proportionally)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3일 후 북한 인터넷은 완전히 다운됐다. 미국이 특정 국가를 해킹의 배후로 지목한 것도, 공식적인 보복에 나선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의 해킹 능력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보안 기술을 갖고 있는데, 북한의 해킹 능력을 세계 톱5에 드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이 최근 가상화폐 해킹은 물론 돈세탁 기술을 정교화하고 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에서 금융·경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애런 아놀드 위원은 9일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웨비나는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로 인터넷의 웹상에서 행해지는 세미나를 말한다. 


아놀드 위원은 "가상화폐 해킹은 북한 수입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해킹을 통한 탈취와 돈세탁 기술이 점차 정교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을 것이며, 앞으로도 활동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가상화폐 거래는 금융당국의 중개 없이 이뤄지는 만큼 규제와 개입이 어렵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도 북한이 해킹에 힘을 쏟는 동기가 되고 있다. 물론 가상화폐를 해킹하더라도 제재를 피해 이를 현금화하고, 북한으로 들여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에 북한은 자금 확보를 위해 해킹은 물론 돈세탁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개된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는 북한이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3억1천640만 달러(약 3천575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훔쳤다는 한 회원국의 보고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해킹) 작전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제적 도둑질'을 통해 얻는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면서 대북제재는 더욱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8일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나는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세포비서는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로 사실상 북한 주민들에게 한 말이다. 대북제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외부의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보다 허리띠를 졸라매 경제난을 타개하고, 이를 위해 내부 조이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고난의 행군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국가의 경제 사정이 극히 어려워지자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사회적 이탈을 막기 위해 김정일이 내놓은 구호다. 이 시기 북한에서는 최소 수십 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톱5 수준에 드는 해킹 능력을 차라리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썼다면 그나마 덜 밉기라도 했을 것이다. 이는 독재와 인권이 결코 양립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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