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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청와대 청년비서관 논란···'얼굴마담'으로 소비되는 청년정치

35% 안팎의 유권자 비중에도 청년은 기성정치의 구색 맞추기와 들러리 전락
MZ세대,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 세대 우려···25세 비서관, 공정 논란 더 부추겨

 

【 청년일보 】 청년(靑年)은 한국 정치, 특히 정당의 위기 때마다 불려나온 '중고 신인'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정당이 청년정치를 실질적 고민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9대 국회의원을 뽑은 지난 2012년 4·11총선 때부터다. 

 

2010년 6·2지방선거 이후 2030세대의 표심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청년 영입에 나선 것이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정당 사상 처음으로 청년 비례대표를 공모했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를 모방한 것이다. 

 

하지만 첫 시도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민주통합당은 비례대표 안정권에 청년 몫 4명을 배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원자 389명 가운데 김광진 의원과 장하나 의원 등 2명만 선출했다. '보여주기'라는 비난이 나왔다. 모바일 투표로 진행된 선출 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돈'과 '백그라운드'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2016년 4·13총선에서 이루어진 두 번째 공모는 폐해가 더욱 심했다. 한 후보자는 당직자로부터 자기소개서를 사전 코치 받은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4년 전에는 없던 100만원의 신청 비용도 생겼다. 경선 과정도 5분 면접에 그쳐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새누리당은 그나마 청년 비례대표 공모의 폐해가 드러날 여지도 없었다. 청년 정치인을 등용하려는 관심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공천 심사에서 가산점을 주거나 청년 비례대표를 따로 배정하는 방식에 머물렀다. 

 

20대 국회의원을 뽑은 4·13총선에서 2030세대 유권자 비중은 35.7%였다. 하지만 2030세대 국회의원은 고작 1%인 3명에 불과했다. 유권자 비중 19.9%로 전체 의석의 53.67%를 차지한 50대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2020년 4·15총선에서는 20대 2명, 30대 11명이 뱃지를 달았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의 2030세대 비중은 4.3%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발탁된 '소수'의 2030세대 국회의원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이 겪고 있는 취업·결혼·육아·빛 등의 문제를 직접 겪어보고, 이에 대한 고민을 심도있게 한 이들이 뱃지를 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 정당에 속해 충성심을 발휘했거나 기성 정치인의 행태를 어깨 너머로 배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씩 제시하는 청년정책도 대부분 뜬구름 잡는 식이다. 이들에게서 88만원 세대의 고통, 워라밸이 없는 직장인의 비애, 육아 휴직 없는 맞벌이의 고충 등에 대한 해법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정치를 공학적으로 접근한 현실이 가져오는 한계다. 

 

청년 시기의 삶은 개인에게 있어서, 그리고 인생 전체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하다. 이 때의 노력은 청소년기의 대학 진학을 위한 노력과 다르다. 막연한 꿈이나 동경에서 출발하는 노력과도 다르다. 성년이 되고 난 이후의 노력은 앞으로의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치열함 그 자체다. 

 

그럼에도 지금의 2030세대, 즉 MZ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三抛), 여기에 주거와 일자리를 포기한 오포(五抛)는 MZ세대를 설명하는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했던 이들에게 1997년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그리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IMF 시대 아이들인 MZ세대는 부모의 고생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던 부모를 보면서 의식주로 대표되는 생존에 예민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직격탄을 맞은 당사자가 됐다. 낮은 경제성장률은 물론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로 이들이 기대한 '좋은 일자리'는 없었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MZ세대가 차선(次善)으로 매달린 것이 공정(公正)이다. 자산 양극화나 불평등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MZ세대는 공정만이라도 지켜달라고 말한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들이 몰표를 던진 이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올라가는데, 정작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에 인건비 부담으로 다가오며, 이는 결국 근로자에게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음을 문재인 정부는 간과한 것이다. 무지와 무능이다.

 

조국 사태는 생존 차원에서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한 청년들의 노력을 일순간에 허망하게 만들었다. 좋은 부모 만나면 쉽게 의학전문대학원에 간다는 현대판 음서제도를 보며 불공정에서 오는 분노를 느낀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사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등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공정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특히 수도권 집값 폭등은 분노의 기폭제가 됐다. MZ세대가 월급을 쪼개고 쪼개서 한 해 2000만원을 저축한다고 해도 서울 시내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50년 넘게 걸리는 상황이 됐다. 이 와중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은 성난 청년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28조원 이상 들어갈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특별법으로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하는 등 선거를 위해서는 재정 퍼주기에 나서면서 정작 제대로 된 청년 일자리 정책과 주택 정책은 없다. 공공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영원히 임대주택에 살게 하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좋은 일자리와 안정적인 의식주가 확보돼야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그래서 청년정책은 2030세대의 현실을 이해하고, 고민하며,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최근 청와대가 25세의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1급 청년비서관으로 발탁한 것은 청년정책의 구현은 둘째치고 공정이라는 화두, 즉 불공정에 대한 분노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헌정사 초유의 30대 당대표 신화를 낳은 '이준석 현상'에 맞서 발탁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회가 평등했고, 과정이 공정했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청년을 '얼굴마담'으로 소비하려는 얕은 꼼수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대학 1학년 때부터 공부해 온 청년, 방학 때마다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땀을 흘린 청년에게서 "정당 활동만 하면 1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 수 십 차례의 서류, 면접 탈락을 겪은 청년들에게 별다른 경험과 준비도 없던 사람이 고위 공직자가 돼 청년을 대변하겠다는 상황은 박탈감을 극대화시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년비서관 논란과 관련해 직업 공무원과 비교할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표(票)를 위해 청년을 얼굴마담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자기 고백이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상대책위원회에 발탁할 때가 26살"이라며 박성민 비서관의 현재 나이와 비슷했다는 맥락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로라 하는 중견 정치인들과의 대결에서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당당하게 승리를 거둔 이준석 대표와 단숨에 1급에 오른 박성민 비서관은 질적으로 다르다. 정치 공학적 접근으로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은 휴학생을 청년비서관 자리에 앉힌 것은 청년정치를 여전히 구색 맞추기나 들러리로 보는 시각이 엿보인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MZ세대가 국민의힘에 투표한 것은 청년의 분노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자기 표현이다. 정치적 무관심으로 보일 수 있는 기권보다 더 확실하게 분노를 보여주는 것은 야당에 투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좋은 권력을 도모할 수는 없어도 나쁜 권력은 투표로 심판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통령 선거 역시 4·7 재보궐선거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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