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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이준석 '신드롬'···낡은 기득권에 대한 미래 세대의 저항

공정이 화두 된 사회에서 세대갈등 갈수록 고조···언젠가는 터질 '뇌관' 우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서 이준석 부상, 정치 공학적 접근보다 시대정신 봐야

 

【 청년일보 】 시대정신(時代情神)이란 한 시대에 널리 퍼져 그 사회를 지배하거나 특징짓는 정신을 말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공정(公正)이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정은 집단 또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대우 또는 복리(福利)의 배분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공평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 불평등이 없음을 말하는 것으로 '불평등의 해소'가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이념에 따른 진영 대결로 갈등을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갈등이 세대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세대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압력이 한껏 고조돼 언젠가는 터지고 말 '뇌관'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기성세대는 익숙한 기존의 질서를 고수하려고 한다. 반면 신세대는 새로운 변화를 따르려고 하기 때문에 마찰은 불가피하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 밥그릇을 오래도록 지키려는 기성세대와 이를 성토하는 신세대의 충돌이 두드러져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영끌', 주식시장에서의 '빚투'는 2030세대의 처연한 생존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영끌이나 빛투라도 할 수 있다면 나을지 모른다. 그것도 못 하는 젊은이들이 태반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는 온통 '잿빛'일 수도 있는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기득권에 의한 불평등한 환경 조성이다. 

 

2030세대가 기득권의 전형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은 386세대다. 386세대란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에 출생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이제는 50대가 됐다는 점에서 586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40대 개새끼론'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현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40대가 타깃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2030세대가 바라보는 기득권의 본류(本流)는 586세대다. 

 

실제 586세대는 한국 사회의 정치 권력과 시장 권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586세대의 기득권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 번째가 엘리트의 독점이다. 배경은 강력한 586세대의 조직화와 정치력이다. 586세대 중심의 노동운동, 특히 노동조합은 자본은 물론 국가 역시 건드리지 못한다. 586세대는 자신들이 20대였을 때 전국적인 저항조직을 만들어 유지한 경험이 있는데, 그런 경험이 기업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한 몫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음 세대의 인재들이 기회를 갖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를 통한 조직과 정보의 독점이다. 어느 조직이든 지대추구(地代追求), 즉 새로운 부의 창출없이 기존의 부에서 자기의 몫을 늘리려는 행위가 발생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자기들끼리 조직과 정보를 독점하려는 경향이 발생하는데, 586세대가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기업 권력도 그것을 견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증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엘리트 독점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한 조직과 정보 독점의 수명 연장을 꾀하는 것이다. 성장하는 경제에서는 비교적 문제가 되지 않지만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는 이것이 '제로섬 게임'이 된다.   

 

특히 586세대는 엘리트에 남성만 충원하는 남성 지배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고용시장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면 젠더 경쟁과 갈등이 이토록 치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명 '질 좋은 일자리' 공급이 부족하니 남성 탈락자들이 늘어나고, 이들의 분노가 약자 중 하나인 여성에게 쏠린다는 것이다.  

 

기득권에 의한 불평등한 환경 조성은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1993년부터 2005년 까지 사이에 학교를 졸업하고 고용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취업빙하기 세대가 대표적이다. 

 

이 세대는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들어가는 시점에 고용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앞선 세대에 비해 임금이나 노동 형태가 아주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현재 이 세대는 35~54세로 중년이 돼 노동력의 핵심을 담당해야 함에도 270만명, 즉 동(同) 세대의 10명 중 1명은 비정규직에 고용돼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이들 세대 중에는 결혼을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일본에서 취업빙하기 세대가 생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버블경제의 붕괴다. 하지만 일본 경제 상황이 악화됐을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단카이 세대 (団塊世代)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경직적 고용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노동조합과 투표권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단카이는 '덩어리'라는 뜻인데, 일명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다. 단카이 세대는 1947년에서 1949년 3년 사이에 무려 806만명이나 태어났다. 1969년에 도쿄대학의 야스다 강당 점거 사건을 일으켜 도쿄대학의 입학시험이 중지될 정도의 과격한 학생운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본 경제의 전성기를 만끽하는 수혜를 누렸다. 한국 586세대의 데자뷰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단카이 세대가 12~14년 전에 은퇴하면서 일본의 고령화율은 크게 상승했고, 연금과 의료 등 사회보장비 지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회보장비가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 20.3%에서 지난해 30.5%로 증가했는데, 정작 이들 세대가 경제적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점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잔고는 1948조엔으로 최고를 기록했는데, 전체 금융자산 중 60세 이상이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약 60%다. 부동산 자산까지 포함하면 일본의 고령인구는 젊은 세대에 비해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공통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선거에 있어서도 한정된 자원이 사회보장에 집중 배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렇게 자원 배분이 왜곡되면 기본적인 삶의 조건인 주거, 교통, 치안 등의 서비스가 현재처럼 유지되거나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제가 침체되면 젊은 세대는 취업난은 물론 가정을 꾸리기도 어렵게 된다. 한 세대의 집단 이기주의가 가져오는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586세대 역시 단카이 세대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사회에서 세대갈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586세대를 향한 2030세대의 비판과 공격도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은 586세대를 겨냥한 2030세대의 분노와 혐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외침에 머물고 있지만 갈등의 전선은 더욱 넓어지고 거칠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36세의 '0선'(選)인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의 '돌풍'이 불고 있다. 당 대표 레이스에서 지지율이 30%를 넘나들며 거의 '신드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혁신 보수'를 원하는 중도층은 물론 '이대남'(20대 남자) 등 젊은 남성층의 지지가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리 말하면 낡은 기득권과 이들을 축으로 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미래 세대의 실망, 반감, 저항이 표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한 때 지나가는 바람'으로 폄하하는 정치인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시선은 '불안'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준석 신드롬은 여야(與野) 공히 뻔한 정치, 효능감 제로의 정치, 낡은 정치에 대한 환멸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86세대의 운동권이 실세로 군림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운동권 정치의 종말을 목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서는 미래 세대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그 첫 무대일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친여 성향 응답자의 '역선택'이라는 말이 있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의원의 '아바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가능성을 아예 부정할 수는 없지만 다분히 '정치 공학적 접근'이다. 시대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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