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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파업 종지부...경영·노동계에 남긴 '과제'

하이트진로·화물연대, 마라톤 협상 이후 지난 9일 합의 성공...121일간의 파업 종료
운송료 인상·손배 가압류 취하·차주 재계약 등에 공감대 형성...3자 협의체 논의 지속
노동계 "현행 '노조법' 사각지대가 사태 근본 원인"...경영계 "불법 파업 행위 근절해야"

 

【 청년일보 】 121일 동안 지속된 하이트진로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사이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는 지난 8일 오전 11시부터 9일 새벽 4시경까지 진행된 ‘마라톤 협상’을 통해 운송료 5% 인상과 재발 방지를 전제로 손배 가압류 및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및 132명의 차주 중 일부 차주를 제외한 인원에 대한 재계약 등의 사안에 합의했다. 

 

다만 일각에서 이번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의 사이의 갈등 이면에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존재하는 사각지대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단 하이트진로 뿐만 아니라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에는 언제든 갈등이 재발할 수 있는 '불씨'가 잔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양측의 후속 협의와 관련법 정비 논의 등에 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21일간 지속된 하이트진로 파업...마라톤 협상 통한 '합의'로 종지부

 

이번 파업은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이 지난 3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화물연대)에 가입한 이후 ▲운송료 인상 ▲공병 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당시 화물연대 측은 "15년 동안 운송료 인상이 없었다"면서 "30%가량의 운송료를 인상해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지속해왔다.

 

이 사이 파업에 가담한 화물연대 소속의 직원(하이트진로 12명·화물연대 132명 주장)들이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고, 하이트진로 역시 업무방해·공동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이들에 2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며 파업으로 인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여기에 지난 8월 22일 하이트진로의 행보에 화물연대 측은 크게 반발하며 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에서 점거 시위를 이어갔고, 법원이 해당 시위에 대해 하이트진로측이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자 화물연대는 지난 5일부터는 여기에 다시 반발하며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강원공장에서 점거 시위를 지속했다.

 

화물연대의 '공장 점거 시위’'는 조합원 75명이 체포되고 3명이 구속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 측이 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다고 보고  지난달 16일 서울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본사를 기습 점거했다.

 

당시 화물연대 측 조합원 100여명은 경비원을 무력화하고 본사 건물로 들어와 현관을 봉쇄함과 함께 1층 로비·옥상을 기습 점거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공권력 투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고, 화물연대 측은 "이제는 협상에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나서야 한다"고 맞서며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는 잇따라 교섭을 벌여왔고, 양측은 지난 9일 ▲운송료 5% 인상 ▲재발 방지를 전제로 손배 가압류 및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132명의 차주 중 일부 차주를 제외한 인원에 대한 재계약 ▲3자 협의체를 통한 후속 조치 논의 등에 '합의'하며 화물연대의 본사 옥상 점거 농성은 24일만에 마무리됐다. 

 

 

◆"하이트진로 사태는 끝났지만"...경영계·노동계 사이의 여전한 '불씨'

 

화물연대의 ‘본사 옥상 점거 농성’으로 최고조에 이른 양측의 갈등은 ‘봉합’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후속 협의를 지켜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간접고용 형태로 채용한 노동자의 노동3법 등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 방향으로 노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유사한 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 사이의 합의사항에 관해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3자 협의체를 통해 임금 부분에 대해 더 협의가 될 수 있다"라면서 "사실 손배 가압류도 철회를 하겠다고 언급을 해둔거지 현시점에서 철회가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또 "(3자 협의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갈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임금 인상분은 합의된 부분 외에도 여타의 방법으로 보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한 관계자는 "손배 가압류 실제 취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직 관련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면서 "추후 3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간접고용의 형태로 채용한 노동자의 권리가 현행법에 의해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파업 사태가 촉발된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즉, 하이트진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수양물류를 통해 노동자를 간접고용하고 이를 사용한 구조로 인해 이러한 갈등의 원인이 제공됐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 노동계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는 노조법 제2조를 개정해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노조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사용자의 정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다.

 

노동계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근로기준법)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법이 사용자 범위를 ‘원청’으로 확대해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주체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번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간접고용 형태로 채용된 노동자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이해하는게 타당하다"면서 "현행 노조법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사실상 해당 노동자를 채용하고, 업무에 투입하는 '원청'의 범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비슷한 사태는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갈등이 발생한 과정 중 불미스러운 일들이 다수 발생하고, 이로 인해 대화로 해결될 수 있었을 문제가 본사 점거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굉장히 안타까웠다"면서도 "하지만 파업사태 초반 사실상 수양물류에 다양한 의사를 행사할 수 있는 하이트진로가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하고, 결론적으로 하이트진로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갈등은 조기에 봉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영계는 이와 관련해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하이트진로 파업을 악화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 행위에 있다고 본다"면서 "공장을 점거하고, 생명을 담보로 투쟁 행위를 전개하고 더 나아가 경비원을 무력화하고 기업의 컨트롤 타워인 본사를 기습 점거하는 행위는 어떤 사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현행 노조법에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 분명 동의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노조법 개정이 야기할 기업의 다양한 부담이나 경영상의 후폭풍을 고려하는 것도 입법 과정에서 분명히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 측은 합의 이후 마련된 3자 협의체를 통해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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