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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음주사고에도 '솜방망이' 처벌···시동잠금 등 예방책 마련 시급

지난 8일 대전 어린이보호구역 음주운전 사고···9세 여아 사망
가해자 혈중알코올농도···면허 취소 기준 웃도는 0.108% 조사
2019~2022년 2회 이상 적발 상습 음주운전자···16.2만명 달해
해외 음주운전 처벌제도 이목···日, 최고 30년 징역가능 법 개정
전문가 "처벌강화보단 사전 예방···車 시동잠금장치 뒷받침돼야"

 

【청년일보】 최근 대전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9살 난 여아가 사망했다. 만취운전을 한 60대 가해자 A씨는 5.3km 가량을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생 4명을 덮쳤다.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다른 2명도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A씨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조사됐다. 현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계기로 법조계 등을 중심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예방 차원의 경각심을 고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1년 기준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 적발 16만2천102건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과 사회적 공분이 증폭되면서 법조계에선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법안 논의, 운전자들에 대한 윤리의식 및 준법의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6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대전 둔산동 사고로 배승아 양이 사고를 당한 현장에서 불과 4km 떨어진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배 양 사고 이틀 만이다. 붙잡힌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1%, 면허 정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서는 6살 짜리 어린 딸을 태우고 운전하던 30대 여성 만취 운전자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여성은 옆구리를 다쳤고 동승한 딸이 머리를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08%로 확인됐다.

 

지난 9일 경기 하남 덕풍동 풍산고 인근 도로에선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30대 남성이 몰던 차량에 음식을 배달하던 5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는 세 아이를 둔 가장이었다. 

 

잇단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는 가운데 재범 비율도 높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수만 16만2천102명에 달한다.

 

이 중 74%는 적발 후 10년 이내에 다시 음주운전을 저지르다 적발된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이내에 음주 상태로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경우도 18%(2만9192명)에 달했다.

 

또한 전체 음주운전자 5명 가운데 1명이 3회 이상 음주운전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기간인 3년 동안 음주운전이 적발된 전체 건수는 36만4천203명이다. 이 가운데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인원이 7만4913명으로 전체의 20.5%에 달했다. 

 

 

◆솜방망이 음주운전 처벌...낮아진 운전자들 경각심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 증가 원인을 두고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피고인들이 잘못을 반성한다는 점을 참작해 법원이 2심에서 형량을 감소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시 말해, 음주운전 처벌이 미약해 운전자들의 경각심이 해제됐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6일 충남 홍성군 홍북읍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78% 상태로 음주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가 과거 여섯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을 이유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차량을 처분하고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 점 등이 고려돼 징역 8월로 감형됐다.

 

솜방망이 처벌에 따른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외 각국의 음주운전 처벌 수위에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1급 살인죄를 적용한다. 미네소타·오하이오주 등에선 음주운전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운전자 소유의 번호판에 특수스티커, 황색 번호판을 부착하기도 한다.

 

일본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최고 30년까지 징역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꿨다. 그 결과, 일본 내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10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후엔 동승자 뿐 아니라 차를 빌려주거나 술을 판 사람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에선 음주측정 거부에도 징역 6개월, 독일은 혈중알콜농도가 0.03%를 초과하면 3년간 면허가 정지되고 핀란드와 덴마크에서는 한달치 급여가 몰수된다.

 

이밖에 중국은 음주운전으로 중상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면 최고 사형까지 처한다. 대만은 지난해부터 10년 내 2번 이상 적발된 음주 운전자는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고강도 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선 음주운전 범죄 전력이 있거나 안전운전이 각별히 필요한 통학버스 운전자 등에게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술을 먹고 장치에 숨을 불어넣으면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 음주운전 재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선 50개 주 중 36개 주에 도입됐는데 실제로 음주운전 사망자가 19%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9년 당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시도했지만 연구결과 부족,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며 폐기됐다. 이후 19대,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이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했고, 이번 21대 국회에도 시동잠금장치 관련법안이 5개나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더 이상의 음주운전 참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수 년째 지체된 시동잠금장치 법안을 조속히 도입해야하며 해외처럼 처벌 강도를 대폭 강화하는 것보단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 한 법학과 교수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음주운전자를 강력히 처벌한다고 해서 실효성이 있을 지 사실 의문이고 사회문화적으로 경각심이 실종된 상태다"면서 "이런 비극적인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선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자동차를 출시할 때부터 음주시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시동잠금장치 기술적 보호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일상 회복 이후, 각종 회식과 모임 등 술자리가 많아진 가운데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국가가 국민들에게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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