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논의될 34개 중점주제와 519개의 주요 이슈를 선정했다. 올해 국정감사는 제21대 국회의 마지막으로 오는 10월 10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은행, 증권, 보험권의 국정감사 주요 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도마위' 外
(中) "시세조정에 따른 불공정거래"...증권사 재발방지 ‘초점’ 外
(下) "보험사만 못쓰는 공공의료데이터"...보험권 데이터 개방 ‘절실’ 外
【 청년일보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권 횡령이 끊이질 않으면서 이에 따른 내부 통제부실이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요 화두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00억원 상당의 횡령사고가 일어나 국내 시중은행장 5인(NH농협은행은 수석부행장이 대리 참석)이 나란히 국정감사장에 불려가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졌음에도 올해 역시 은행 내부의 횡령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와 함께 은행 과점체제 해소방안 등이 올해 정무위 국감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 금융당국 대책마련에도...지난해 이어 올해도 횡령사고 속출
지난해에 이어 거액의 횡령사고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이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BNK경남은행, KB국민은행 등 은행권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국감에서도 은행들은 물론,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함께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월 BNK경남은행에서 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경남은행에서 약 15년 간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한 한 직원은 부동산사업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562억원 규모의 PF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로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또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KB국민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당분간 정기검사 시 본점과 영업점의 현물(시재) 검사를 확대하는 한편, 은행 자체점검에 대한 교차검증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은행 경영실태평가 진행시 내부통제 평가비중을 늘리는 방안 역시 추진하는 등 금융사고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강력한 내부통제를 주문한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올해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줄줄이 국감장에 불려나가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금융권 안팎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해마다 늘고 있는 은행권 횡령사고에 대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수십억원 상당에 불과했던 금융권 횡령 규모는 지난해 826억8천200만원, 올해 7월까지 580억7천63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작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과 올해 BNK경남은행의 5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강민국 의원은 "지난 1년간 금융당국이 연달아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오히려 횡령사고가 더 증가했다는 것은 해당 대책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권 횡령을 내부통제 문제로만 인식해 셀프 준법경영 문화정착에만 역량을 집중할 경우 횡령사고는 만연할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관리감독과 최고경영자(CEO)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가계대출 급증에 '화들짝'...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매년 정무위 국감의 주요이슈로 거론된 가계부채가 올해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조처)는 올해 금융위원회 첫 정책이슈로 '가계부채 위험과 대처방안'을 꼽았다.
한국은행 가계신용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천748조9천억원으로 3월 말 대비 10조1천억원(0.6%) 늘었다. 지난해 3개 분기부터 3분기 연속 이어지던 감소세가 전환된 것이다.
이는 부동산 경기회복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14조원 이상 급증한 데다 빚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도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지목되고 있다.
50년 만기 등 초장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우회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DSR 규제가 적용되는 주담대는 만기가 늘어나는 만큼 갚아야하는 원리금 규모는 줄어들어 대출 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이달 중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착수한다. 주담대 취급과정에서 DSR 산정이 적정했는지, 차주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실태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0년 주담대 등 초장기 주담대 상품은 금융당국이 고금리 시기 대출자들의 부담경감을 위해 권장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리인상기에 취약차주의 월 상환액 감경을 취지로 지난 2021년 2월 40년 만기의 보금자리론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2분기 가계부채가 늘어나자 금융당국의 입장이 한순간에 바뀌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오락가락하는 정책들을 내놓은 것은 금융당국인데 가계대출이 늘자 이제와 은행을 몰아붙이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결국 정무위 국감에서도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올해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해 온 금융당국의 책임론에 대한 집중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은행 과점체제 해소방안...대구은행, 은행권 '메기' 가능할까
금리인상으로 금융소비자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이른바 '이자장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5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과점체제 해소방안이 올해 국감에서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긴축 통화정책 기조 하에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대출금리 또한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받아 지난 3년 사이에 급격하게 상승해 가계차주, 중소기업 등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했다.
가계 부문의 주요 대출금리 지표인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도 2.50%에서 2023년 1분기 4.51%로 약 2.01%p 증가했으며, 기업 부문의 주요 대출금리 지표인 은행 중소기업대출 금리 역시 2020년도 2.97%에서 2023년 1분기 5.47%로 약 2.50%p 뛰었다.
국회 입조처는 "지난 2월 대통령이 직접 은행권 등 금융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고, 실효적인 경쟁시스템 조성을 지시한 바 있다"며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 은행의 경영성과가 괴리되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꼽았다.
최근 금융당국은 과점체제 해소방안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내걸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5대 은행으로 굳어진 은행권의 경쟁을 확대하는 한편,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흔들 '메기'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대구은행 측은 "전국에 걸쳐 핵심 예금유치 등으로 지역경제에 더 효율적인 금융을 지원하겠다"며 "금융시장 쇄신의 '메기'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 추진을 위해 DGB금융지주와 공동으로 '시중은행 전환 전담팀(TFT)'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후 경쟁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 역시 적지 않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기존 시중은행들과의 체급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DGB대구은행의 자본금이 6천806억원 수준에 그쳐, 수조 원 규모인 기존 시중은행들과 여·수신 경쟁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나온다.
국회 입조처는 "은행산업 내에서 경쟁촉진을 통해 대출금리 인하나 금융서비스 개선 등 금융소비자 편익이 제고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금융상품이나 서비스 혁신을 수반하지 않고 대출 중심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 경영 건전성과 수익성 등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은행산업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함께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