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 CEO들이 직접 인재 확보에 적극 공들이고 있다. 국가기간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이 기술 혁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업종인 점, 나아가 미래 반도체 인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5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모교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며 우수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먼저 경 사장은 지난 5월과 6월 카이스트(KAIST), 연세대를 찾아 '꿈과 행복의 삼성 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9월엔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같은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경 사장은 삼성전자의 사업 소개 및 청사진 외에도 미래 인재 확보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 사장은 "올해 반도체 적자가 큰 상황에서도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 지금 투자 규모를 줄이게 되면 앞으로 3년, 혹은 5년 후의 먹거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면서 인력에 대한 투자 의지를 시사했다.
이어 "미래를 구현하는 회사로, 행복하게 일하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면서 "삼성 반도체에 박사 50%, 석사 30%, 학사 20% 정도로 구성원이 나뉘는데, 여러분이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 2일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비전과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곽 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눠 회사의 로드맵을 공유함과 동시에 '인재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피력했다.
곽 사장은 "고객별로 다양해지는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SK하이닉스만의 시그니처 메모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면서 "기존과는 차별화된 기술을 이루어내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는 인재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꾸준히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같은 미래 인재가 잘 성장해 SK하이닉스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 경영진들이 대학 캠퍼스를 직접 방문하며 강연하는 행보를 두고 반도체 업계 인력 부족이란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은 2021년 17만6천명에서 오는 2031년 30만4천명으로 연평균 5.6%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직업계고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5천명 수준에 그친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매년 1천600명 정도 인력이 부족하지만 매년 대학에서 관련 전공 졸업생은 650명 수준이라는 집계도 나온다. 석·박사급 인재는 150여 명에 그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두고 자칫 반도체 인재 양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