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저PBR(주가순자산비율)株에 대한 '밸류업'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연일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은행주는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로 인한 2조원 규모의 배상 소식에도 불구,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정책적 기대감에 시장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며 랠리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여소야대 결과를 낳은 국회의원 총선, 중동 확전 등의 영향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18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금융)와 은행 종목 10개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17일 기준 719.61로 전 거래일 대비 1.67%(12.24포인트) 하락했다. 한 달 전 857.14와 비교하면 16.04(137.53포인트)가 줄어든 모습이다.
KRX은행지수는 지난 2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사례를 본받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홍콩 ELS 대규모 손실 관련해 은행들이 자율배상을 결정하면서, 올 1분기 실적 하락 예고됐음에도 은행주는 시장의 정책적 기대감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은행 지수뿐만 아니라 그동안 저평가를 받아왔던 자동차, 보험업종 등의 지수 역시 큰 상승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보험주의 경우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랠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은행주로 대표되는 저PBR주들은 국내외 이슈가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우선 국회의원 총선거가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입법을 위해선 일일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선 전후인 지난 한 주 동안 금융지주와 은행 관련주는 종목별로 약 3~5%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설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가가 오른 것은 업황이 좋아서 올랐다기 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그 상승분을 반납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주의 조정 폭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 위험이 제기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던 점이 은행주 약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은행주는 지난주 4.3% 하락해 코스피 하락률 1.2% 대비 초과 하락하는 등 4주째 초과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선거 결과에 따른 밸류업 모멘텀 약화 외에도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에 따른 중동 확전으로 거시경제 차원의 불안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주의 조정 국면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환율과 외국인 투자에 대해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환율이 급등하는 양상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은행 자본비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어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외국인들이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 은행주 매도에 나서진 않고 있다"면서 "중동 확전 이벤트 관련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