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623/art_1748912226385_eaf6fb.jpg)
【 청년일보 】 전 세계 10대 청소년 감염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A군 연쇄상구균' 침습 감염이 국내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감시체계가 없어 '깜깜이 방역' 상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이현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 실태를 처음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의 발생 현황과 위험성을 확인하고, 국가 감시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A군 연쇄상구균은 일반적으로 인후염 등을 유발하지만, 혈액·근육·뇌척수액 등 체내 깊숙한 조직에 침투할 경우 패혈증, 괴사성 근막염, 독성쇼크증후군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이 확인한 최근 10년간(2015~2024년) 국내 침습 감염 사례는 총 383건. 이 중 성인 환자가 319건(83.3%), 소아 환자는 64건(16.7%)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감시체계 부재로 인해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고 본다.
감염 결과는 심각했다. 전체 환자의 41.5%가 수술이나 피부 절개술 필요했고, 1.3%는 팔다리 절단, 27.2%는 중환자실 치료, 14.4%는 사망, 11.7%는 후유 장애가 발생했다.
사망률만 놓고 보면 감염자 7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었고, 10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장애를 겪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해외에서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 'M1UK' 변이 균주도 국내에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건씩 확인돼,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커지고 있다. 해당 변이균은 기존 균주보다 더 빠르고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A군 연쇄상구균 감염에 대해 전수 또는 표본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독성쇼크증후군은 전수감시, 이외 침습 감염증은 표본감시와 실험실 감시를 병행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어떤 형태의 감시체계도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환자 규모, 감염 경로, 유행 양상 등을 조기에 파악하기 어려워 유행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제 연구팀이 감염병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5.4%가 성홍열 감시·대책 필요성에 공감했고, 70.7%는 침습 A군 연쇄상구균 및 독성쇼크증후군에 대한 전수감시 도입 필요성에 동의했다.
연구팀은 국내 상황에 맞는 감시체계 모델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다기관 감시체계 운영 ▲표준화된 역학조사서 개발 등이다.
이현주 교수는 "이 감염병은 치명률과 장애 발생률이 높은 위험 질환임에도 국내에서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감시와 조기 경보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독성 높은 변이 균주가 국내에서도 이미 확인된 만큼, 침습 A군 연쇄상구균을 더 이상 '드문 질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갑작스런 고열, 극심한 인후통, 피부 발진, 전신 무력감 등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는 경각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