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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바다의 공포, 비브리오 패혈증간호사의 마음이 무너질 때, 환자의 돌봄도 흔들린다

 

【 청년일보 】 "번아웃의 시대, 청년 간호사의 숨겨진 싸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긴장과 책임의 연속이다. 응급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병동에서 간호사는 단 한순간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돌보며 기록하고, 그들의 불안과 고통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호사 자신이 감당하는 정신적 부담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병원은 늘 환자 중심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마음은 쉽게 지쳐가고 있다.

 

최근 보건의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10명 중 7명 이상이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청년 간호사일수록 업무 적응과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불안, 자존감 저하,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교대근무로 인한 생체리듬 불균형, 과중한 문서화 작업,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서적 피로를 가중시킨다. 이러한 만성 스트레스는 결국 우울, 불면, 식욕 저하로 이어지고, 이직을 고려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간호사의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이 메마른 돌봄 환경은 결국 환자의 안전과 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의 감정적 피로가 높을수록 환자 만족도와 치료 순응도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간호사의 마음이 무너질 때 환자의 회복 과정도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 서비스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정신건강은, 의료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 내 정신건강 지원 체계는 부족하다. 일부 대형병원에서 상담실이나 휴식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교대근무 특성상 이용이 어렵거나 실질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이 낮아 “마음이 약해서 힘든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간호사는 고통을 감춘 채 일터로 향하고, 결국 자신을 소진시키며 버티게 된다. 특히 청년 간호사들은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보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최근 정부와 학계에서는 간호사의 정신건강 문제를 ‘의료 안전 이슈’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정노동 보호법, 교대근무 개선제도,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과 제도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간호사의 번아웃을 개인의 회복력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고, 조직 구조와 근무환경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정기적인 정신건강 평가와 전문상담 제도화다. 병원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심리검진을 정례화하고, 근무시간 내 접근 가능한 전문상담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교대근무 개선과 휴식권 보장이 필수적이다. 예측 가능한 근무표 제공, 연속 야간근무 제한, 최소한의 회복시간 확보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셋째, 조직 문화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감정노동을 개인의 약점이 아니라 직무의 특성으로 인정하고, 상호 돌봄과 존중이 이루어지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넷째, 청년 간호사 멘토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경험 많은 선배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의 심리적 적응을 돕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조기 이직률 감소와 현장 만족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호는 기술보다 마음의 노동이 크다. 환자의 몸을 치료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에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청년 간호사가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을 때, 환자에게도 더 따뜻한 돌봄을 전할 수 있다. 병원의 조명 아래에서 묵묵히 서 있는 그들의 마음을 지키는 일, 그것이야말로 의료가 진정으로 인간을 향하는 첫걸음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한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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