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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마켓컬리는 어떻게 물류를 바꿨나

 

【 청년일보 】 밤 11시. 하루를 마무리하며 휴대폰으로 장을 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7시, 문 앞에는 이미 신선한 식재료가 도착해 있다.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은 이제 많은 청년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이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신선하게, 간편하게' 식탁을 완성한다. 하지만 이 한 박스가 문 앞에 놓이기까지, 그 뒤에서는 어떤 과정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을까.

 

◆ 하루 밖에 머물 수 없는 상품, 하루 밤에 완성되는 물류

 

마켓컬리는 일부 신선식품을 '하루살이 상품'이라 부른다. 활전복, 생선, 생고기와 같이 당일 입고되어 다음 날 새벽 반드시 출고되어야 하는 상품들이다. 이 상품들은 하루를 넘기면 판매가 불가능해 전량 폐기 대상이 된다. 이로 인한 손실은 모두 기업이 부담한다.

 

이 구조 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확한 수요 예측이다. 하루치 수요를 조금만 과도하게 예측해도 폐기 손실로 이어지고, 반대로 부족하면 품절로 고객 불편이 발생한다. 마켓컬리는 날씨, 요일, 계절, 행사, 프로모션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반영해 초단기 수요 예측을 수행하며, 이는 단순한 운영 전략이 아니라 새벽배송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 장지동에서 김포·평택까지, 물류는 진화 중이다

 

초기 장지동 물류센터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 기반의 반자동 구조였다. 작업자들이 직접 바구니를 들고 진열대를 이동하며 상품을 피킹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주문별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대량 주문 처리는 가능했지만, 전체적으로 인력 의존도가 높은 구조였다.

 

이후 김포 물류센터에서는 자동화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 GTP(Goods To Person) 방식의 QPS(Quick Picking System)가 도입되면서, 사람이 상품을 찾아다니는 구조에서 상품이 사람에게 자동으로 이동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작업자의 이동 동선이 줄어들면서 같은 물량을 더 적은 인력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기존 대비 약 20% 적은 인력으로도 동일한 주문량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구축되었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물류의 특성상 완전 무인 자동화를 지향하지는 않았다. 취급 카테고리가 다양하고, 주문 패턴 변동성이 크며, 상품 교체 주기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대신 '적정 자동화'라는 전략 아래 기술과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선택했다.

 

◆ 평택 물류센터,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공간

 

평택 물류센터는 이러한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다. 이곳은 사람과 로봇이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자동화 구조로 운영된다. 회전율이 높은 상품은 사람이 직접 피킹하고, 회전율이 낮은 상품은 자동화 설비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실시간 주문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작업 최적화 시스템이 적용되어, 가장 효율적인 묶음 단위로 피킹 순서가 자동 배치된다. 또한 시퀀스 버퍼(Sequence Buffer) 시스템을 통해 상온·냉장·냉동 상품을 각각 피킹한 뒤, 출고 시점에 맞춰 한 번에 통합 투입함으로써 온도 관리와 작업 흐름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기술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의 작업을 보완하고 속도를 맞춰주는 구조에 가깝다.

 

◆ 새벽배송의 마지막 단계는 결국 '사람'이다

 

아무리 자동화가 발전해도, 새벽배송의 마지막 단계는 결국 사람이 완성한다. 배송기사는 밤 11시 무렵 물류센터에 도착해 자정부터 새벽 1시 사이 상차를 마친다. 적재는 후입선출 방식으로, 나중에 배송할 상품은 안쪽에, 먼저 배송할 상품은 차량 앞쪽에 배치된다.


배송기사 한 명은 하루 평균 30~50가구를 방문하며, 고객 한 명당 평균 2~3박스를 배송한다. 특히 대형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단지에서는 한 번 차량에서 내려 10건 이상, 많게는 40건까지 연속 배송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고밀도 배송 구조 덕분에 4~6분에 한 집씩 배송하는 속도가 가능하다. 우리가 아침에 문을 열고 상자를 발견할 때, 그 움직임은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준비되어 있던 것이다.

 

◆ 기술이 만든 편리함, 우리가 함께 바라봐야 할 풍경

 

마켓컬리의 물류 시스템은 분명 한국 이커머스 기술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자동화 설비,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고밀도 라스트마일 배송 구조는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높은 난이도의 시스템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밤에 주문하고 아침에 신선식품을 받는 일상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빠름과 정확함은 단순히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기술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 그리고 야간이라는 시간대가 동시에 작동해야 가능한 구조다. 자동화는 노동을 일부 줄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특정 시간대의 노동을 더욱 밀집시키는 역할도 한다.

 

◆ 우리는 '빠른 배송'을 얼마나 쉽게 당연하게 여기고 있을까

 

이제 우리는 "새벽배송 되나요?", "아침에 와야 해서요"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이 질문 하나에는 하루살이 상품의 폐기 리스크, 야간에 집중되는 물류 구조, 자동화 설비와 사람의 협업, 그리고 새벽 시간대 배송 노동이라는 여러 조건이 함께 담겨 있다. 마켓컬리의 물류는 단순한 유통 시스템이 아니다.

 

기술, 노동, 시간, 소비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다.

 

◆ 빠름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함께 고민할 것인가

 

앞으로 배송은 더 빨라질 것이다. 자동화는 더 확대될 것이고, 무인화 기술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단지 '더 빠른가'만을 묻기보다,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함께 던질 필요가 있다. 이 속도가 누구에게는 어떤 하루를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새벽 7시에 도착하는 한 박스는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선택한 소비 방식과 기술, 그리고 노동의 풍경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옥민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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