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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반도체의 '눈과 자'…계측검사가 만드는 '신뢰'

 

【 청년일보 】 반도체 산업에서 측정한다는 말은 단순한 확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공정의 상태를 이해하고 품질을 수치로 증명하며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바로 계측·검사(Metrology & Inspection) 공정이다. 반도체 제조가 점점 미세하고 정밀해질수록 계측검사는 보조 공정이 아니라 품질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계측검사는 크게 계측(Metrology)과 검사(Inspection)로 구분된다. 계측은 선폭, 두께, 높이와 같은 물리적 값을 정량화하는 과정이며 검사는 결함 존재 여부와 유형을 판정하는 과정이다. 현장에서는 이 두 기능을 복합적으로 운용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공정 이후 불량이 증가했다면 단순히 양품(Good)과 불량(Reject)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계측값의 분포 변화를 통해 공정 드리프트를 의심하고 원인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이 판정 신뢰성이다. 계측검사에서는 과검출(Overkill)과 미검출(Underkill) 사이의 균형이 항상 문제로 제기된다. 불량이 아닌 제품을 Reject로 분류하면 수율이 감소하고 반대로 불량을 놓치면 고객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현장에서는 ppm(parts per million), UPEH(Units Per Equipment Hour), MTBI(Mean Time Between Interrupt)와 같은 지표를 통해 검사 성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광학 기반 검사에서는 시야(FOV, Field of View) 내에서 관심 영역(ROI, Region of Ineterest)을 설정하고 명시야(BF, Bright Field)와 암시야(DF, Dark Field) 조명을 병행해 결함의 형태와 대비, 질감을 강조한다. 이후 필터링, 임계값 설정, 검출 과정을 거쳐 결함 후보를 도출한다. 이러한 전처리와 판정 로직은 장비의 프로그램 로직과 레시피에 의해 관리되며 제품이나 공정 변경 시 레시피 튜닝이 필수적으로 수행된다.

 

최근에는 자동 결함 분류(ADC, Automatic Defect Classification)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ADC는 기존의 규칙 기반 판정을 넘어 결함 이미지의 패턴과 특징을 학습해 분류 정확도를 높인다. 이를 통해 검사자 간 판정 편차를 줄이고 리뷰 과정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외관 검사 단계에서는 ADC 결과와 사람의 판단을 비교·검증하며 판정 정합성을 확보한다.

 

계측 데이터는 단일 장비에 머무르지 않는다. 검사 결과는 파일 형태로 정리되어 LOT 단위로 관리되며 2D/3D 이미지와 시점 정보가 함께 저장된다. 이러한 데이터는 품질 관리 시스템(YMS, Yield Management System), 설비 관리 시스템(PMS, Process Management System), 물류 관리 시스템(WMS)과 연동되어 전체 생산 흐름을 관통한다. 이때 BIN 분포나 호기(Equipment)별 편차는 공정 안정성을 판단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계측검사는 단순히 불량을 거르는 단계가 아니라 변경점 관리와 양산 안정화의 기준이 된다. 설비 셋업 유지, 프로그램 로직 변경과 같은 절차는 모두 계측 결과를 근거로 이루어진다. 특정 조건에서 계측 분포의 이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될 경우 상황에 따라 생산 흐름을 일시적으로 조정하거나 공정 조건을 재점검하는 품질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판단이 내려진다.

 

결국 계측검사의 본질은 신뢰다. 수치가 일관되게 재현되고 판정 기준이 명확하며 데이터 흐름이 투명할 때 공정은 안정된다. 반도체가 더 작고 복잡해질수록 사람의 감각이 아닌 계량값과 데이터 기반 판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계측검사는 반도체 산업이 신뢰 위에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재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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