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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해외취업(中)]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워킹 홀리데이, 잇따르는 성공사례

'갭이어족' 등장...워킹홀리데이 관심 '증가'
"인생의 방향 전환"...취업 대신 창업 준비
직장 그만두고 캐나다행..."만족스러운 삶"

 

국내에서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워킹 홀리데이 등 해외취업은 하나의 활로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 성공사례도 적지 않으며, 정부도 워킹 홀리데이 참가 인원을 늘리는 등 관련 협약을 확대해가며 우리나라 청년의 해외취업을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반면 현지에서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해외로 유인해 범죄행위에 가담시키는 수법의 취업 사기도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외취업의 명과 암을 하나씩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글로벌 일자리 먼저 경험"...정부, 해외 프로그램 '눈길'
(中)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워킹 홀리데이, 잇따르는 성공사례
(下) "해외취업 청년, 현지 범죄에 노출"…’거짓 구인광고’ 범죄행위 가담도 성행

 

【 청년일보 】 "해외에서 생활했던 지난 1년은 나만의 삶을 개척한 의미있던 시간"

 

지난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만 28살의 A씨는 호주에서의 1년을 떠올리며 이 같은 말을 전했다.

 

주변 또래 친구들이 모두 취업을 하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A씨는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앞두고 '호주행'을 택했다. 

 

호주에서의 1년은 언어장벽과 수많은 행정 절차, 정착 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지만 A씨는 그 시간들 모두 '값진 경험'을 한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A씨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둔 시기에 호주로 떠났다"라며 "남들은 호주의 한 도시 영화관에서 하루 8시간씩 청소를 하는 날 보고 '한심하다'며 한 마디씩 던졌지만, 그 모든 시간이 내게는 나만의 삶을 개척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유례없는 '취업난' 속 '스펙쌓기'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갭이어(gap year)족(族)'이다. 갭이어란 학업이나 직장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나 여행 등을 통해 자기자신을 성찰하는 기간을 말한다.

 

20대 청년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일상과 끊임없는 경쟁 등에 지친 직장인도 갭이어족이 되어 해외 워킹 홀리데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호주에서의 1년, 내 인생의 방향성을 바꿔줬어요"

 

다니던 대학교에 휴학계를 낸 김모씨(만22세)도 호주행 워킹 홀리데이를 선택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오랜 꿈 중 하나였던 '해외살이'를 실천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결혼 등 연령대별로 해야 하는 것들을 하기 위한 삶을 살 것 같았다"라며 "더 늦기 전에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운좋게 호주 도착 직후 글로벌 카페 브랜드 중 한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워킹 홀리데이 결정을 한 이후 한국에서 어학준비를 하던 중 알게 된 학원에서 취업을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해외에 도착하면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 수 있다"라며 "해외로 떠나기 전 취업자리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바리스타 자격증으로, 호주에서도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었다"라며 "일반 사무직보다는 기술직에 가까워 시급도 높은 편에 속했다"고 전했다. 

 

그는 호주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워킹 홀리데이 1년이 인생의 방향을 바꿔줬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국에서는 몇살에 졸업을 해서, 언제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한다라는 보이지 않는 순서가 존재한다"라며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지금, 나는 남들이 모두 하는 인생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개인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친구들은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직 준비를 하겠지만, 나는 개인카페를 차릴 것"이라며 "큰 돈을 벌지 못한다 하더라도, 소소하게 원두와 커피를 공부하며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떠났지만 후회는 없어요"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이 잘 된다는 주변의 추천에 치위생학과로 진학한 최모씨(만 30세)는 대학교 졸업 후 치과에 취업했다. 

 

그는 직업 선택에 있어 꿈과 적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학교 동기들이 모두 취업 준비를 하길래 같이 했고, 어느덧 치과에 취직해 일을 하고 있었다"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후 그는 금방 일에 무료함을 느꼈다. 최씨는 "일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고 급여도 나쁘지 않았으나, 평생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혔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캐나다행 워킹 홀리데이를 선택했다. 1년간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다짐과 함께 한국을 떠났다. 

 

현재 그는 캐나다의 작은 광고대행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하던 일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지만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최씨는 "캐나다에서의 삶도 물론 지치고 힘들 때가 많다"며 "한국과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인간관계나 의사소통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지금의 삶은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등떠밀리듯 준비하고 취직하고,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느껴지는 뿌듯함이 날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알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의 경험을 발판삼아 한국에서도 '삶에 만족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전했다. 

 

최씨는 "한국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어떤 삶을 살지, 내 인생의 정착지가 어디일지 난 모른다"라며 "다만 캐나다에서 발길이 닫는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행복에 도달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삶,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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