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미약품그룹의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간의 불협화음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한미약품이 '독자경영'을 선언한 이후, 양사 간 업무 협력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사업 부문인 연구개발(R&D)과 제조·판매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인사·홍보·회계 등 업무 지원 분야에서는 대주주와 경영진 간 의견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가 새로 인사조직을 신설하며 임명한 이모 전무와 권모 전무에 대한 인사 문제가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미약품 측은 이들의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사무실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미사이언스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측은 두 전무의 인사 발령이 지주사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사 문제 외에도 홍보 예산 집행에 대한 갈등이 불거졌다. 기존에 한미약품이 담당하던 그룹 홍보 업무가 경영권 분쟁 이후 양사 간 입장 차이로 인해 별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홍보 예산 일부가 한미사이언스의 결재 없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가 회계 권한을 넘어선 간섭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차원의 홍보 전략을 방해한 것이라며 이를 제지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 간의 갈등은 오는 11월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훈·임종윤 형제가 5명의 이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끄는 '3자 연합' 측 이사는 4명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3자 연합이 요구한 이사회 정원 확대와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될 경우, 그룹 경영권의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안건이 부결되면 형제 측이 계속 경영권을 유지하게 되고, 이후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박재현 대표의 해임 논의 등 추가 갈등이 예고된다.
한편, 최근 공시들을 살펴보면, 송 회장 등 3자 연합과 특별관계자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48.13%, 임종윤·종훈 형제와 그 특별관계자 지분은 29.7%다. 다만, 지난 3월 정기 주총과 같이 특별관계자 가운데에도 이탈표가 생길 수 있으며, 정관변경이나 이사 해임 등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