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국내 보일러업계의 대표격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양사간 '특허권'을 둘러싼 법적공방에서 경동나비엔이 승기를 잡았다. 최근 법원이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12월 귀뚜라미측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다. 이에 따라 귀뚜라미측은 향후 주력 제품인 거꾸로 ECO 콘덴싱 일부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법원 판결 후 귀뚜라미측은 반박자료를 통해 경동나비엔이 승소한 것이 아닌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을 뿐이라며 애써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본안 소송을 통해 특허가 무효라는 점을 밝히겠다며 법적공방 2라운드전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귀뚜라미측이 이번 법원의 판결을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는 점을 감안할때 귀뚜라미측이 향후 본 소송에 가더라도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다소 희박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은 셈이다.
◆경동나비엔 vs 귀뚜라미, 콘덴싱 핵심 열교환기 기술 두고 '분쟁'...법원, 경동나비엔의 특허 일부인정 '勝'
6일 법조계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측을 상대로 제기한 콘덴싱 보일러의 '열교환기 유닛'에 대한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경동나비엔측의 손을 들어줬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12월 열교환기 유닛 등 4건에 대해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은 해당사안에 대해 심리한 끝에 최종적으로 경동나비엔의 특허권을 인정했다.
경동나비엔측이 제기한 특허 침해 제기 건은 ▲1번 특허(청구항 19개):열교환기 유닛(아래로 갈수록 계단식으로 단면적이 감소되는 열교환기 케이스 구조) ▲2번 특허(청구항 19개):열교환기 유닛(아래로 갈수록 단면적이 감소되는 열교환기 케이스 구조) ▲3번 특허(청구항 13개):열교환기 유닛(핀 간격이 상부보다 하부가 넓고, 하부 배관이 병렬 구조) ▲4번 특허(청구항 9개):연소실 및 이를 포함한 보일러(연소실 단열을 위한 공기층 배치 구조) 등 총 4건이다.
양사간 분쟁은 지난 2021년 귀뚜라미가 ‘거꾸로 에코 콘덴싱’ 제품을 출시하자, 경동나비엔이 2018년 해당 기술을 최적의 열효율을 내는 구조로 개발한 것을 귀뚜라미측이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1번 특허인 열교환기 유닛의 경우 내부의 열을 흡수해 난방수를 데우는 핵심 기술로 알려졌다.
하지만 귀뚜라미측은 이번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은 승소한 것이 아닌 일부 인용된 것일 뿐 특허 침해 본안 소송은 진행도 되지 않았다며 반박하고 있다.
귀뚜라미측은 반박 자료를 통해 "경동나비엔의 특허가 무효라는 심판이 진행 중으로, 지난 9월 특허심판원에선 경동나비엔이 제기한 특허 4건 중 3건이 무효로 인정됐다"면서 "1건은 (무효로) 인정되지 않았으나, 2심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특허 침해가 확실하다면 본안 소송을 제기했어야 하는데 가처분 신청을 하고 10개월 동안 본안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모든 보일러 회사들이 콘덴싱 보일러를 생산, 판매하고 있고, 열효율은 92%이상으로 모두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즉 콘덴싱 보일러의 핵심이 '열효율'은 맞지만 열 배관 설계 및 모양, 구성요소의 차이 등에 따라 열효율이 달라도 열효율은 92%이상으로 모두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동나비엔측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보일러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기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라며 "본안 소송으로 진행할 경우 길게는 몆년간 이어지는 재판기간 동안 특허를 침해한 제품의 판매가 이어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 신속한 결론을 받아보고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특허심판원의 결론은 귀뚜라미측의 주장과 달리 총 4건 중 1건은 유효, 1건은 부분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라며 "특히 열교환기의 구조에 대한 핵심적인 특허인 1번 특허에 대해 자사가 보유한 특허가 유효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 핵심"이라고 일축했다.
더구나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결정적 배경이 특허심판원의 판단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재판부가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전달 받아 심리를 했고, 전문 기술심리관의 도움을 받아 최종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만큼 귀뚜라미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동나비엔측은 "특허심판원이 특허로 유효하다고 판단한 1번 특허가 가장 중요한 열교환기의 핵심 기술이라는 것"이라며 "이 부분을 귀뚜라미측이 침해했기에 다른 특허건과 관계없이 자사의 신청을 거의 대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법원에 특허 침해 제품의 생산 및 판매, 전시 등을 금지하고, 생산한 완제품과 반제품은 집행관을 통해 보관하는 한편 집행관을 통한 취지 공시를 요청한데 대해 재판부는 앞의 두 가지 요청은 수용하고, 생산 및 판매 금지 사실은 공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제외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귀뚜라미측은 해당 제품에 대해 생산은 물론 판매 및 전시를 중단하게 되는 만큼 적잖은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귀뚜라미측, 성수기 노린 고의적 영업방해(?)라는 주장도...일각 "재판부가 성수기 여부 따지나" 빈축
귀뚜라미측은 현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특허심판원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경동나비엔의 1번 특허에 대해서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측은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열교환기 기술에 대해 지난 2013년 자사가 국책사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 발전시켜 온 만큼 경동나비엔의 기술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특허 분쟁 재판에서 각 법률대리인측이 치열하게 논리를 펼친 결과에서 재판부가 귀뚜라미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본 재판에 나서더라도 승소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귀뚜라미측은 특허심판원의 판결에 대해 특허심판원이 본안소송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 권위를 존중, 무효가 된 2건에 대해서는 이겼다고 자부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특허심판원이 경동나비엔의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1번 특허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법원의 판단이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토대로 결정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특허 무효 판결을 받아낼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않다.
일각에서 제기된 경동나비엔의 영업방해 행태라는 귀뚜라미측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귀뚜라미측이 경동나비엔이 제품을 출시한 직후인 지난 2021년부터 벚적 대응이 가능했지만 경쟁력 저하로 불안감이 커지자 2년이 지난 2023년에 뒤늦게 법적 대응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면서 "이를 성수기 틈을 악용해 영업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이 있는데 법원 판결을 감안하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비난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사간 주장이 엇갈리며 장시간에 걸쳐 심리가 진행된 끝에 법원에서 결론이 내려진 것을 두고 성수기 틈을 악용한 영업방해라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이 성수기를 생각하고 판결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한다면 영업에 막대한 방해를 받은 곳은 귀뚜라미가 아닌 특허를 침해 받은 경동나비엔이라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 서초동의 대법원 청사 로비에 위치한 '정의의 여신상' . 왼손에는 법전을, 오른손에는 엄정한 판결을 뜻하는 저울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1145/art_17308178777573_acdcd3.jpg)
◆귀뚜라미 vs 경동나비엔 '2라운드' 법정공방 예고...법조계 일각 "가처분 인용은 사실상의 특허 인정"
법원이 경동나비엔측이 제기한 특허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하자, 제품 판매가 중단된 귀뚜라미측은 본안 소송을 통해 특허가 무효라는 점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동나비엔측 역시 본안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콘덴싱 열교환기 핵심 기술의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양사간 본격적인 법적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귀뚜라미측이 본안 소송에 나선다해도 승소할 가능성을 두고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특허 전문인 한 변리사는 "법원이 현재까지 특허가 유효하다는 판단하에 경동나비엔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이라며 "가처분은 임시적 결정의 성격을 가지고는 있으나, 법원은 명백한 특허 무효 사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 기업 법무팀의 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가처분 신청에서 이기면 본안소송으로 가더라도 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허심판원이 열교환기 핵심기술에 대해 유효하다고 판단한 만큼 법원 역시 판단 근거를 특허심판원과 크게 달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본안소송의 결과도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한 관계자는 "노래의 경우에도 전곡이 아닌 한소절만 베껴도 표절로 인식한다"면서 "특허 침해는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침해 사실 여부가 핵심이자 골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간 분쟁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것이 흔치 않은 만큼 이번 법원의 판단은 기술 침해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양규 / 성기환 / 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