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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家, 비상 계엄에 '출렁'…"연말 특수 기대 사라졌다"

주요 대형마트·백화점업체, 오프라인 소비 심리 위축 '중대 우려'
"정치적 불확실성에 내년 계획 수립 차질…추가 행사 개최 취소"
전문가 "정치적 리스크 조속한 안정 필요…업계 피해 확산 막아야"

 

【 청년일보 】 "탄핵 정국으로 인해 각종 행사와 이벤트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돼 금전적 타격이 큽니다. 연말 대목을 기대했는데, 대목은 커녕 추위에 떨게 생겼습니다."

 

서울시에 위치한 한 종합 행사 대행업체(에이전시) 대표는 이렇게 토로했다. 이와 함께 그는 비상계엄 이후 '연말 특수'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등 수도권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시에 위치한 또 다른 행사 대행 에이전시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준비하던 각종 행사를 미루는 분위기"라며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업체들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유통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극심한 내수 침체에 갑작스런 정치적 변수까지 더해져 유통가는 가장 큰 '대목'으로 꼽히는 12월 연말 시즌의 매출 확대를 포기해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한 해 고물가로 인한 내수 침체로 소비가 위축돼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미 많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 등을 통해 고정비 감축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마스가 있는 연말 성수기를 실적 반등의 기회로 생각하고 많은 것을 준비했는데,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굉장히 난감하다"고 전했다.

 

실제 주요 유통업체들도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연말 실적 개선이 불투명해졌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먼저 유통업계의 최전선에 위치한 주요 대형 마트업체들은 당장은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기존대로 매주 진행하는 전단 할인행사를 차질 없이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계엄 이후 긴급 점검회의를 통해 그룹사 전반적인 사태 파악 및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대외 상황을 면밀히 지켜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비상계엄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증가한 만큼 현재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안이 정치적인 만큼 공식적으로는 다소 거리를 두는 모양새지만, 업계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계엄 사태가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더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마트업계 관계자는 "통상 유통업계에서는 연말연시 축제 분위기에 맞춰 마케팅에 총력을 쏟는데, 탄핵 국면이 길어질수록 다소 활기찬 연말연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정국이 어지러울수록 소비심리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규 소비자층인 젊은 세대의 소비 위축이 예상된다"며 "온라인과의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신규 집객이 중요한 유통업의 특성상 어려운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백화점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표면적으로는 현재 계획된 주요 행사는 그대로 개최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연말 소비 심리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내용을 상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준비했던 각종 현장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요 백화점업체 관계자는 "올해 소비 침체와 11월까지 이어진 이상 고온 현상 등으로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대내외적 불안과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고객 감소 등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룰 수 있거나, 취소할 수 있는 행사나 이벤트는 줄여라는 내부 방침이 정해졌다"며 "현재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했을 때, 현재 계획된 것 그 이상의 또 다른 행사나 이벤트 개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소비 심리 악화와 외국인 관광객 이탈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각종 모임과 선물 수요가 몰리는 연말에 불확실성이 높아져 다소 긴장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자상거래(이하 이커머스)업계를 포함한 여타 유통업체 종사자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연말을 보내게 되면서, 유통업계 역시 12월 크리스마스나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며 "오프라인 대비 상대적으로 구매와 배송이 간편한 온라인으로 쇼핑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이마저도 예년에 비해 그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안 그래도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정치적 변수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 단체의 한 전문가는 "지난 수년간 세계적인 소비 위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산업 분야가 바로 유통업계"라며 "비상계엄 이전에도 대대적 구조조정과 자본 유동성 확대 등으로 생존을 위해 몸 부림 쳐 왔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로 업계가 겪을 어려움은 기약 없이 길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방침에 큰 영향을 받는 유통업계의 특성상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운 가운데, 내부 임직원들과 유통 행사 대행 에이전시 등 중소업체들의 피해는 현실화되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에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지갑을 열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유통업계에 밝은 학계 인사는 "대기업들도 체질 개선을 통해 씀씀이를 줄이는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불확실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며 "이와 같은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는 특히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그 전년도 연말 시즌(11월~12월) 성수기에서의 실적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올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내년 사업전략 수립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현재 유통업계 전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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