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 [사진=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6306612208_c080ff.jpg)
【 청년일보 】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국내는 물론, ‘오징어게임’ 시즌2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오를 정도로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원작 소설·웹툰 작가가 의사 출신이라는 점은 고증을 한층 살려 ‘중증외상센터’를 돋보이게 하며,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과 설정이 현실과 얼마나 닮아있을지 궁금증을 들게 만든다.
이에 청년일보는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를 만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현실판인 권역외상센터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어떤 고민과 방안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현실 싱크로율 50%…“백강혁,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먼저 조항주 이사장은 주인공인 백강혁을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캐릭터로 평가하는 한편, 백강혁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능력이 실제에 비해 저평가된 것 같고 주변과의 관계를 너무 중요시하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는 소감을 말했다.
조 이사장은 “백강혁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능력이 뛰어나도 협력해야 할 사람들에게 잘난 척을 하면서 공손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시기와 질투 때문에 많이 어려울 수 있고,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나도 병원에서 14일씩 당직을 해 본 적이 있고, 모든 환자를 다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젊었을 때는 매일 당직을 서는 것이 가능해도 나이가 들면 체력적으로 힘들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한 명의 의사가 볼 수 있는 환자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많은 사람을 살리려면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뤄 진료를 봐야만 하며, 특히 외상분야는 다른 진료과와 협력해야만 돌아가는 분야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다른 진료과도 그렇지만 외상외과 전공자들은 주변과도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이사장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백강혁을 포함해 2명의 의사가 매일 환자를 살피는 것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바깥에 나가지 않고 병원에서 24시간 365일 외상센터를 커버한다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면서 “현실에서 그 정도로 인력이 없으면 사실상 외상센터를 꾸준하게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정부도 권역외상센터에 각별한 관심…“외상환자는 최종 치료병원으로 직행해야”
조항주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관계자들도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나오는 강명희 보건복지부 장관처럼 외상을 비롯해 응급의료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챙기고 있음을 전했다.
조 이사장은 “응급실 뺑뺑이가 생기면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것"이라면서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의정 갈등 이후에는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이 느껴지며, 그 일환으로 최소한 응급처치만이라도 제때 받을 수 있게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항주 이사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응급의료 개선방향은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외상환자와 맞지 않는 부분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장은 “현실적인 문제로 먼저 이송된 병원에서 팔다리 CT나 MRI와 같은 급하지 않은 검사 등을 진행하고 전원을 보내다 보니 정작 목숨과 연관된 중요한 수술들이 늦게 시행이 되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상환자는 중증환자일수록 질환의 복합성과 시급성 및 전문성 등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권역외상센터와 같은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까지 바로 가야 한다”면서 “외상 분야만큼은 중증외상이 의심된다면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좋아지면 요양병원 등으로 내려가는 형식의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은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바로 이송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6306609277_9c9690.jpg)
◆ 권역외상센터, 적자 최대 100억원…“정부의 권역외상센터 관심에 ‘희망적’”
조항주 이사장은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나오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권역외상센터 운영으로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조 이사장은 “현실에서도 권역외상센터는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병원 규모와 진료하는 환자 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에는 심하면 1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외상환자 수술은 의료진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뤄야만 하고, 주변의 여러 관련한 인원들도 당직이 필요하며, 24시간 365일을 운영해야 하기에 다른 진료과보다 인건비 등이 많이 지출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조항주 이사장은 정부에서도 외상센터의 적자 등의 문제를 정부가 인식하고 개선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어 아직 희망이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보건복지부가 외상외과에서 진행하는 응급수술 등에 대한 의료수가를 2~4배 인상했으며, 적자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인 비어 있는 외상센터의 ▲수술실 ▲중환자실 ▲병상 등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보전해주는 방안이 조금씩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 외상센터마다 환경이 달라 하나의 정책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 드라마 속 중증외상센터 100억원 지원…“지원금 보다 의료진에 직접적인 혜택 제공해야”
조항주 이사장은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나왔던 것처럼 정부가 지원금을 통해 외상센터를 지원하는 방안은 여러 방법 중의 하나라면서도, 이를 통해 시설과 장비에 투자가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려면 근무를 하는 의료진에게 혜택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언제부터인가 워라벨을 신경쓰는 문화가 강해지기 시작했다"며 "실질적으로 대학병원에서는 의사 본인의 자기개발 외에도 환자 진료를 비롯해 연구 수행과 전공의 교육 등으로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힘든 의료환경을 기피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외상외과로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외상외과에 훌륭한 후배들이 계속 지원을 하고 매력적인 분야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고생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다만, 병원에서는 다른 진료과 교수와의 형평성 문제로 외상센터 의료진만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하면서 “꼭 돈이 아니더라도 외상외과를 선택하면 받을 수 있는 보람이나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권역외상센터 환자 순간 수용력 한계 8명…“권역외상센터간 협력 시스템 구축 필요”
조항주 이사장은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 나왔던 소월대교 사건이나 최근 발생했던 광주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등과 같은 대형 재난은 권역외상센터 1곳에서 감당하기에는 환자 수용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현장에서 환자를 분류한 뒤 헬기 등을 이용한 여러 병원으로의 분산 및 권역외상센터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대부분 외상센터는 수술실이 2개씩 있어 2명을 동시에 수술할 수 있고, 소생실 2개와 관찰실 6개를 갖추고 있어 응급처치나 생명 연장 등의 조치를 8명까지 동시에 시행할 수 있으며, 추가로 외상센터 외 병원의 시설·의료진을 추가로 투입한다면 더 많은 환자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외상센터가 수용할 수 있는 환자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광주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당시 외상센터들이 저마다 빈 병실 및 수술실 확인 등을 통해 헬기로 이송되는 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했던 것처럼 대형 재난에는 환자를 중증도별로 분류해 반드시 외상센터에 가야 하는 중증 환자는 외상센터로 보내고, 나머지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평소에 많은 훈련을 통해 실제로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