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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홈플(中)] '최강'의 MBK, '최악'의 위기…"홈플러스의 추락"

MBK파트너스, 국내 대표 사모펀드 사례로 거론…"오렌지라이프 매각 대표적"
홈플러스 경영하며 '메가푸드마켓' 출범…대형마트 업계 신선 식품 경쟁 선도
판매 채널 다변화 실패·오프라인 우량 점포 매각 등 실책…"자살골 넣은 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투자자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불안이 날이 갈수록 점증하고 있다. 대형 마트업계 2위에 자리하며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삶에 보탬이 되고자 고군분투했던 홈플러스의 지난 궤적을 살펴본다. 또한, 2015년 이후 MBK파트너스와 함께 한 홈플러스의 주요한 문제점을 되짚고, 다시 한번 도약의 날개를 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국민 생활 속 함께 한 홈플러스 '28년'…"롤러코스터 기업史"
(中) '최강'의 MBK, '최악'의 위기…"홈플러스의 추락"
(下) "암초 지나 더 큰 암초" 만난 홈플러스..…생존법은 결국 '이것'

 

【 청년일보 】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불러 일으킨  MBK파트너스가 항상 '마이너스의 손'은 아니였다.

 

그간 MBK파트너스는 국내 대형 사모펀드 중 성공적인 인수합병(M&A)과 매각을 진행한 사례가 많은 펀드로 꼽힌다.

 

이러한 점 때문에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할 당시의 가격인 7조2천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자로부터 확보하고,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최강' 사모펀드였던 MBK파트너스는 결국 빠르게 변화하는 대형 마트업계의 산업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홈플러스를 기업회생절차에 빠지게 만들었다.

 

◆ "확실한 자금 회수부터 과감한 투자까지"…홈플러스 '온라인 매출 1조·메가푸드마켓' 탄생 기여

 

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여타 사모펀드 대비 최고의 강점으로는 과감한 투자 및 실행력, 확실한 자금 회수 능력이 손꼽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가지는 시선이 많지만, 본래 이 기업은 국내 최고 사모펀드로 불릴 만큼 성공적인 M&A 사례를 수행한 곳 중 하나"라며 "이러한 업적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MBK파트너스가 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한 이후, 밸류업(Value up) 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매각을 해낸 사례는 많다.

 

대표적으로 2013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現 신한라이프) 사례가 있다. MBK파트너스는 당시 오렌자리아프의 지분 100%를 1조8천4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를 6년간 경영한 이후 신한라이프에 약 3조9천억원의 매각하며 약 2조2천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이를 투자 수익률로 환산하면 약 120%에 육박하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로부터 약 6천억원의 배당수익을 거뒀고, 오렌지라이프를 2017년 상장할 당시 지분 40%를 매각하며 약 1조1천억원을 거둬들였다. 또한, 2018년 9월 신한금융지주에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 59.15%를 2조3천억원에 넘겼다.

 

이를 모두 합산할 경우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를 통해 약 4조원 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인수한 두산공작기계와 대성산업가스가 있다.

 

MBK파트너스는 두산공작기계를 2016년 1조1천300억원에 인수한 이후, 2021년 디티알오토모티브에 약 2조4천억원의 매각하며 1조3천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또한, 2017년 1조8천700억원에 인수한 대성산업가스는 2019년 맥쿼리에 2조9천억원에 매각하며 약 1조1천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MBK파트너스가 다양한 성공사례를 남길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확실한 투자와 보상체계 ▲밸류업을 위한 철저한 실사 등을 거론한다.

 

MBK파트너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 공개입찰 과정에서 우선협상 지위를 따내고, 인수합병 과정에서 철저한 실사와 준비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에도 어피너티PE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과 같은 쟁쟁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결국 MBK파트너스가 인수에 성공했다"며 "또한, M&A에 반대했던 노조에 약 4천억원의 위로금을 파격적으로 지급하면서 인수를 확정지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MBK파트너스가 리파이낸싱과 자본재조정(리캡) 등으로 배당을 통해 자본규모를 높이고, 이를 투자자에 돌려주는 전략을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했다고도 부연했다.

 

이와 같은 MBK파트너스의 강점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과 홈플러스 온라인 성장전략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대형 마트업계 최초로 신선 식품 중심의 그로서리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인 바 있다. 메가푸드마켓 1호점은 2022년 2월 인천간석점이다.

 

홈플러스의 메가푸드마켓이 업계에서 지니는 의미는 상당하다. 홈플러스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쿠팡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의 공세가 거세지자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십분 살릴 수 있는 상품을 '신선 식품'이라고 보고 이 상품군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 작업에 나섰다.

 

실제 홈플러스가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인 이후 이마트·롯데마트도 유사한 콘셉트의 매장을 각각 선보이면서 신선 식품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현재도 홈플러스는 33개 점포에 달하는 메가푸드마켓을 운영하며 신선 식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성공사례는 홈플러스 온라인이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 온라인 부문 강화를 위해 맥킨지·베인앤컴퍼니·BCG 등 유수의 컨설팅사에 전략방향 제시를 의뢰했고, 이를 통해 홈플러스 온라인이 적극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실제 홈플러스 온라인은 지속적인 성장을 걸쳐 올해 2월에는 1조5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홈플러스 전체 매출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홈플러스 온라인의 매출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2024년 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에 달했다.

 

 

◆ "급변하는 유통업계에 '헐떡'"…'채널 다변화 실패·기업 가치 하락' 직면

 

MBK파트너스의 과감한 투자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온라인 등 부분적인 성과를 일궜지만, 홈플러스는 결국 급변하는 유통업계 트렌드를 쫓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홈플러스가 이와 같은 어려움은 물론 궁극적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놓이게 된 주된 요인으로는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패배 ▲채널 다변화 실패 ▲오프라인 우량 점포 매각 등이 주로 꼽힌다.

 

먼저 홈플러스의 온라인이 비록 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성장 추이가 실제 영업이익으로 귀결되는 지에 대해서 업계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 온라인 매출 중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86%에 육박한다. 대형 마트업계에서 식품 카테고리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박리다매형'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마트업계가 신선 식품 위주의 가격 경쟁으로 재편되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신선 식품 판매를 통해 마트가 남기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더 저렴한 물건을 들이기 위해 재투자 되고 있어 더더욱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홈플러스의 주력 상품은 온·오프라인(메가푸드마켓·홈플러스 온라인) 모두 식품 위주로 편성돼 있다. '초저가'를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는 있을지라도,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홈플러스는 이마트·롯데마트 등 경쟁사와 달리 판매채널을 다변화하거나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상품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점도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당장 이마트는 홈플러스 온라인과 같은 자체적인 어플리케이션(앱)은 물론, 자사 산하의 SSG닷컴·G마켓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고 있다.

 

여기에 편의점인 이마트24에서는 최근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노브랜드'를 활용해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이마트가 마트 본연의 사업 외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상당한 것이다.

 

실제 이마트는 이들 사업부와 함께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등을 비롯한 각종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도 이와 유사하다. 롯데마트는 롯데쇼핑이라는 거대한 사업체에 속해 있는 하나의 사업부문이다. 즉, 롯데쇼핑에 속해 있는 많은 사업부문(백화점·편의점·이커머스)과의 다양한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쇼핑의 '롯데레드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이 행사는 롯데마트는 물론 롯데 유통사업 부문에 속해 있는 모든 업체가 참여해 연속성 있는 할인 혜택과 이벤트를 전개해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반면, 홈플러스는 '판매채널 다변화'라는 경쟁사의 추세와는 달리 오히려 오프라인 마트사업에만 집중하는 반대의 행보를 보여왔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편의점 사업인 '365PLUS'를 2022년 1월부로 종료한 바 있다. 이후에도 현재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추진 중에 있다.

 

대형 마트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까지 대규모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매출이 높은 우량 점포를 차례로 매각해왔다. 이후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기업 가치는 더욱 하락하게 됐다.

 

이 방식을 택할 경우 당장 사용권 자산은 증가하지만, 단기간 임차료가 증가해 현금 유출이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중장기적인 재무 건전성은 악화되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시장에서 더욱 저평가 받게 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마트업계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우량 점포를 매각하는 황당한 선택을 해 그나마 가지고 있었던 오프라인 경쟁력도 스스로 갉아먹었다"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까지 이뤄질 경우 홈플러스는 그야말로 껍질만 남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BK파트너스가 유통업의 산업 변화 속도를 간과하고, 이에 결국 적응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패착으로 꼽는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MBK파트너스가 성공적으로 기업 매각을 완료한 사례도 다수 있지만, 홈플러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며 "홈플러스 인수 초기부터 무리한 '빚'을 떠안고 사업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 빚을 상환하기 위해 홈플러스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사업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객관적으로 보면, 홈플러스에게 남은 것은 오프라인 매장과 이 매장을 기반으로 한 앱 시스템뿐인데, 이것만으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업계 관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임직원들의 부단한 노력에 걸맞는 제대로 된 사업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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