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선 9일 인천공항 시중은행 외화 환전 창구 화면에 원·달러, 원·엔 등 주요 통화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5/art_1744182121715_22823c.jpg)
【 청년일보 】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여파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1시 1분부터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25% 상호관세가 본격 발효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천486.3원까지 급등하며 지난 2019년 3월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1천492.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9원 오른 1천484.1원에 마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1천500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과거에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호재'로 여겨졌다. 제품을 달러로 판매해 환차익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해외 현지 생산 확대, 고율 상호관세 등 복합 악재가 겹치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으로 발생하는 수익 증가보다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 해외 생산 투자 부담, 미국의 추가 가격 인하 압박 등 부정적 요인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환율 상승이 무조건 유리했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특히 고율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는 환율 효과가 오히려 수출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4천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었지만, 미국이 25% 상호관세를 적용하면서 수혜 효과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49.1%에 달했다.
반도체 업계 역시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원자재 및 웨이퍼 가격 상승과 미국 시장 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중으로, 투자액 증가 부담이 예상된다.
철강 업계는 철광석, 연료탄 등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철강 수요도 감소하면서 가격 전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의 최대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약 35억달러에 달하는 순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원 수준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