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던 기존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 변경 방안이 대법원 판결로 위기에 놓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당국과 업계, 관련 전문가가 모인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에서 기존 상품의 부가서비스 변경 논의가 답보 상태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불가 입장을 밝혀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 4월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부가서비스 조정을 위한 약관변경 심사는 향후 추가적인 실무논의를 거쳐 단계적·순차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낮추면서 카드사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기존 상품의 부가서비스 변경안을 제시했다. 부가서비스를 줄이면 카드사로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금융당국이 돌연 불가로 입장을 바꾼 것은 하나카드 고객이 낸 마일리지 청구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계기가 됐다.
고객 A씨는 2012년 10월 카드 사용금액 1500원당 2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외환 크로스마일 스페셜에디션카드'의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하나카드가 이듬해인 2013년 9월 마일리지 혜택을 사용금액 1천500원당 1.8마일로 줄이자 소송을 냈다.
A씨 주장의 요지는 ▲ 부가서비스가 변경될 수 있다는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며 ▲ 해당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당 약관은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1년 이상 부가서비스를 유지하고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때 변경 사유와 내용 등을 변경일 6개월 이전에 홈페이지, 이용대금명세서, 우편 서신, 전자우편 중 2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고지한다'는 내용이다.
1심과 2심 모두 이 약관이 무효는 아니지만, 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는 위반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1, 2심 판단을 인정하면서 약관 자체도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 약관은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제25조를 반영했는데, 이 조항이 '부가서비스를 부당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한 상위 법령의 취지를 벗어났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부가서비스를 일정 기간 유지해 왔고 6개월 이전에 변경 사유 등을 정해진 방법으로 고지하는 절차만 준수하면 카드사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 있다.
대법원은 이 규정(약관)이 무효라고 봤기 때문에 하나카드 고객의 소송 사례뿐 아니라 카드사가 이 규정을 근거로 부가서비스를 변경한 전체 사례가 부당 변경 행위가 되게 됐다.
하나카드가 이번에 해당 상품의 가입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보상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데에는 고객 보호 목적뿐 아니라 이런 대법원 판결 취지의 여파도 있는 셈이다.
대법원 판결은 금융당국이 기존 상품의 부가서비스 변경 불가 입장을 세우게 된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변수는 이 감독규정이 2012년 12월 개정됐다는 점이다. '현재의 부가서비스를 유지할 경우 해당 상품의 수익성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요건이 추가됐다. 카드사가 자의적으로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없도록 했다.
하나카드가 2012년 12월 이후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현재 진행 중인 관련 1심의 결과를 보고 보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한 것은 이 규정 개정의 영향이 작용했다. 결국 바뀐 규정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부가서비스 변경 논의가 진전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섣불리 부가서비스 변경을 허용해줬다가 이 규정도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 모양새가 우스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럴 경우 금융당국은 아예 부가서비스의 부당한 변경 행위를 구체화하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올해 말, 내년 초에 있을 법원 판결에 카드업계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