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1일과 22일 매출이 평균 한 달치 매출에 근접할 정도였습니다. 내수가 어려워 임대료 걱정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는데, 덕분에 한동안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24일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지난 주말 매출을 기록한 장부를 펼쳐보이며 말했다.
그는 "장부에 매출을 기록할 때 혼선이 있을 만큼 매출이 크게 뛰었다"며 "이 인근 상권도 모처럼 찾아온 대목으로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인근 지역 상인들은 지난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BTS는 21일 오후 8시에 본 무대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 일대는 공연 전날부터 '명당'을 차지하려는 팬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공연이 열린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약 4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이는 당초 경찰이 예상한 26만명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숫자지만, 인근 소상공인들은 이들만으로 상권이 활기를 되찾는 데 충분한 원동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과 인접한 경복궁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밀려드는 손님에 모든 주문을 다 받지 못할 정도였다"며 "일반적인 영업일과 비교해봤을 때 21일 매출은 약 20배, 22일은 약 10배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작년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전개했을 때보다 실질적 체감 효과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라며 "손님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원두 등 재료를 평소보다 몇 배는 준비했지만, 결국 조기에 소진돼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인사동에서 전통찻집을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도 "BTS의 공연으로 인사동 거리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며 대기(웨이팅) 인원이 수백명에 달했었다"며 "비슷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인근 자영업자들의 가게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의 영업일 중 손에 꼽을 정도의 매출"이라며 "아이돌 그룹 공연으로 이 정도의 실질적 효과를 누리게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연 인근 지역에서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임에도 질서 유지를 위한 당국의 거리 통제 등으로 인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점포도 있었다.
광화문 지역에서 경찰의 통제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웠다는 한 중식당 점주는 "인근 상권은 BTS의 공연으로 상당한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고 하지만, 오히려 평소 매출 수준도 거둬들이지 못한 점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이 주변 상권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통제 구역을 설정해 매출을 올릴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추후 유사한 행사가 있을 때 형평성의 측면에서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통제 구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행사로 인해 이익이 아닌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표현해야 할 지경"이라며 "경찰 통제선으로 식당의 간판, 출구 등이 틀어막혀 예약 손님을 받는 데조차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런 방식의 일방적인 통제가 이뤄질 경우 향후에는 협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BTS의 공연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17일 보고서에서 앨범 판매량 600만장, 투어 모객 600만명, 평균 티켓 가격 30만원, 굿즈 상품 평균 구매가격 14만원 등을 가정할 때 최소 2조9천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추산했다.
단순 K-팝 상품에 대한 소비 증가뿐만 아니라, BTS의 공연이 실제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매출로도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BTS 국내 콘서트 1회당 약 1조2천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체감하는 매출 증대 효과는 인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의 구체적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일례로 편의점 CU에 따르면, 21일 공연의 직접 영향권에 위치한 광화문 인근 10개 점포의 매출은 전주 대비 270.9% 상승했다. 특히, 공연장과 가장 인접한 대로변 점포 3곳의 매출은 547.8% 급증했다.
GS25는 자사의 광화문 인근 점포 5개 매장을 분석한 결과, 직전 같은 요일 대비 매출이 233.1% 신장했으며, 객수 역시 18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연장 이동에 가장 밀접한 점포의 경우 매출이 최대 378.4%까지 상승했다.
같은 날 세븐일레븐의 동일 지역 인근 40개 매장 매출은 전주 대비 100.7% 올랐고, 이마트24의 36개 점포 매출은 전주 대비 최대 301%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비중이 높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매출은 21일부터 22일 기준 전월 같은 요일 대비 18.7%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고객들이 많이 구매하는 ▲커피·차(+24%) ▲컵라면(+16%) ▲견과류(+24%) 등의 매출도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었다.
전문가들은 BTS 공연 등 K-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침체된 내수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경영계의 한 기업구조 전문가는 "광화문에서 열린 공연에 대한 다양한 비판 의견이 존재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 공연이 지역 상권에 분명한 도움이 됐다는 것"이라며 "국가 주도로 실시하는 내수 진작 정책보다 유명 아이돌 1회의 공연이 얼마나 더 많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증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대내외적 여건으로 인해 내수 부진이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K-콘텐츠와 같은 소프트파워를 실제 경제 지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한 상인연합회의 관계자도 "이번 공연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유명 콘서트, 스포츠 행사 등이 열릴 경우 지역 상권이 일시적으로나마 활기를 띠는 경우가 많다"며 "BTS의 광화문 공연과 그 여파는 이러한 효과가 가장 극대화돼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일회성 내수 촉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다양한 K-콘텐츠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역 상권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