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당초 증권가에서 예측한 상단치 3000선을 훌쩍 뛰어넘은 코스피가 최근 쉬어가기 장세를 보이는 등 예측 불허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급락 이후 증시에 뛰어든 동학 개미들의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4년만에 2000선에서 30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지난달 증권가가 상향조정한 상단치를 대부분 돌파했다. 지난달 대신증권(3080), 카카오페이증권(3035), 현대차증권(3000), 한화투자증권(3000), 하이투자증권(3000)이 3000선으로 상단치를 올렸으나 코스피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8일 무려 3151.18(종가 기준)이 되서야 급등세를 멈춘 코스피는 지난 11일부터 4거래일 동안 횡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급락을 계기로 증시에 뛰어든 동학개미들이 동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3월부터 증시에 큰 조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19일 1457.64(종가 기준)으로 저점을 찍은 코스피는 이후 순풍에 돛을 단 듯 우상향했다.
향후 코스피의 추이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언급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이 꼽힌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6월 버냉키 당시 연준의장이 테이퍼링을 시사하면서 신흥국 증시는 한 달만에 16% 내려앉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3월, 아마도 2분기에는 테이퍼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매입 축소가 시작될 때가 아니라 언급이 나올 때 이미 리스크가 반영된다”며 “연준 총재의 입에서 얘기가 나올 때 충격의 파워가 있다”고 강조했다.
테이퍼링이 실현되면 채권 금리의 급등과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며 주식 등 다른 자산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최대 규모를 기록한 증시 자금도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지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투자자 예탁금은 70조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증시 대기성 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향후 증시에 어느정도 자금이 투하될 지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잣대인 셈이다.
최근 코스피의 버핏지수가 100%를 넘어선 것도 증시의 위험요소다. 증시 과열을 판단하는 지표로 알려진 버핏 지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4.5%까지 치솟았다. 버핏지수는 명목 GDP(경제 규모)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율을 뜻한다. 70~80% 수준이면 저평가로 받아들여지며 100% 이상이면 버블로 해석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0년 버핏지수의 정점을 확인하고 닷컴 버블이 붕괴됐기 때문에 워런 버핏은 버핏지수를 최고의 척도라고 평가한다”라면서도 “미국 증시는 금융 위기 이후 랠리를 지속해 2016년부터 100%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성장 산업이 증시를 주도하게 된 최근 증시에는 과거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피 조정이 단기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무게를 뒀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는 1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요국 증시 대비 눈에 띄는 약진을 보였다”며 “단기적으로 거래대금 폭증에 따른 과열을 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이 온다면 과열을 식혀주는 건전한 조정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KOSPI의 2021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반도체, 화학, 에너지 등 시클리컬 중심으로 여전히 상향조정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하락의 배경을 다른 증시와의 가격 흐름 차이, 국내 수급과 관련해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다른 아시아 국가 및 미국 증시는 보합 흐름을 보였다”며 “11월 이후 한국 증시가 유독 많이 올랐던 데에 따른 조정 성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수급과 관련해서는 외국인의 경우 프로그램 매매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것을 변수로 꼽았다. 하 연구원은 수익률이 높았던 한국 증시에서 일부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