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치열한 눈치 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효과가 뛰어난 화이자 백신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실상 ‘자국산’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겠다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는 백신 선택권을 주지 않지만, 여전히 이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공공 의료서비스인 NHS에서 백신의 구매와 유통, 접종을 모두 관장한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간에 백신 순서를 새치기하거나, 종류를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종사자 중 일부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어느 곳에서 어떤 백신이 접종되는지를 귀띔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WP는 전했다.
일부는 백신 접종 약속을 잡은 뒤 자신이 원하는 백신이 아니면 이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The Joint Committee on Vaccination and Immunisation, JCVI)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모두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며 매우 안전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으로 효과가 95%에 달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두 종류만 사용되고 있는 만큼 눈치 보기가 없다는 설명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모두 미국 기업인 점도 공통점이다.
반면 영국과 유럽연합(EU)은 화이자와 모더나 외에 전통적 백신 개발 방식을 따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까지 모두 세 종류를 승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와 달리 효과가 60∼70% 수준이다. 영국 임상 2·3상, 브라질 임상 3상 등 2건의 임상에서 효과는 62%였고, 영국 규제당국의 분석에서는 두 차례를 모두 접종할 경우 증상이 있는 코로나19를 7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프랑스 의료 종사자, 이탈리아 교사 등은 아스트라제네카 대신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에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같은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EU 내 일부 국가에서는 충분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에게는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
옥스퍼드대 백신 연구 그룹의 수석 조사관인 앤드루 폴라드 교수는 초기 임상시험에서의 수치에 집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직접 2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고서는 (화이자의) 95%와 (아스트라제네카의) 62%가 실제로는 같은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을 주도한 세라 길버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영국에서 화이자와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실제 접종에 따른 결과를 곧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영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세계적 명문대학인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사실상의 ‘영국 백신’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스트라제네카를 “우리의 뛰어난 영국 과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자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스웨덴 다국적 기업이지만 이 백신의 유리병에 영국 국기를 새겨야 한다는 농담도 나온다.
미국에 기반을 둔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생산하고, 터키계 독일인 부부가 창업한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을 유럽에서는 ‘독일 백신’으로 부르기도 한다.
화이자 백신 접종 초기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점도 일부에서 화이자 백신을 피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구분 없이 백신을 서둘러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영국에서는 이미 인구의 4분의 1이 최소 1회차 백신을 접종한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적용 중인 3차 봉쇄조치 덕분이지만 백신 접종 역시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덕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WP는 아직 전 세계 130개국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백신 종류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부유한 나라에서나 발생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 청년일보=안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