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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구조 속 전대미문 실적 올린 은행···'사회적 책임' 목소리 높아져

코로나 19로 소득 변변치 않은 가계와 매출 부진 자영업자 '한계 상황'에 몰려
예대마진으로 땅 짚고 헤엄친 은행, 역대급 실적···이자부담 경감 등 대책 필요

 

【 청년일보 】 한국경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더미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랏빚은 물론 가계빚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더구나 가계빚의 경우 증가 속도는 물론 부채의 질도 나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가계빚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6% 수준이다. 이는 세계 평균 63.7%는 물론 선진국 평균 75.3%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가계빚 증가 속도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2008년(71.0%) 이후 27.6%포인트 증가했다. 세계 평균 증가 속도 3.7%와 선진국 평균 증가 속도 마이너스(-) 0.9%에 비하면 지나치게 가파르다.   

 

부채의 질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1년짜리 단기부채 비중이 22.8%에 달한다. 이는 프랑스 2.3%, 독일 3.2%, 스페인 4.5%, 이탈리아 6.5% 등에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 많게는 10배에 달한다. 단기부채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들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금융권의 가계 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의 1504조6000억원보다 161조4000억원 늘었다. 10.72%나 증가한 것이다. 주택 매매나 주식 및 코인 투자 이외에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도 큰 폭으로 증가한 탓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3월 말 현재 655조원으로 코로나 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의 545조4000억원에 비해 20%인 109조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또한 자영업자 대출은 831조8000억원으로 18.8%인 131조8000억원 불어났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 19 사태를 겪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67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동기보다 84% 많은 것으로 그만큼 매출 부진에 따른 은행 대출 의존도가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여서 가계나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금리는 큰 폭으로 올리는 방식 등으로 예대마진을 챙기는 반면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민은 빚더미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와중에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예대마진 장사로 실적을 올리는 셈이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 역시 대부분은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다. 예대마진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나머지 부분으로 은행 이자수익의 근간이 된다.

 

한국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가계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 비중이 72% 정도임을 고려할 때 시중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 증가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금리 역시 따라 오르면서 소득이 변변치 않거나 매출이 부진한 가계,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한계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약 1750억원의 이자수익 증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큰 KB금융이나 신한지주, 하나금융의 이자수익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적정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코로나 19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상대로 과도한 이자수익을 챙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 10조6000억원의 75%에 달한다. 국내 금융 역사에서 은행들이 이처럼 엄청난 이익을 낸 적은 없다. 전대미문의 일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은행별로 보면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조4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6%(7630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조753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0.2%(4071억원) 증가했고, 우리금융지주는 1조4000억원으로 114.9% 급증했다.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1분기 1조11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던 신한금융지주는 2분기에도 호조를 보여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3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들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대폭 증가한 것은 예대마진을 등에 업은 이자수익이 중추 역할을 했다.

 

은행들은 앞으로도 실적 호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에 대한 담보 비율이 90% 안팎이어서 부실 우려가 적은데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막대한 이자수익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태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지난 1년 새 1%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우대금리도 0.5%포인트 이상 크게 깎았다.

 

은행은 면허를 받아 영업하는 사실상의 독점구조 속에서 별 어려움 없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취한다. 그리고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을 늘리는 방법도 많다. 예금금리를 동결한 상태에서 대출금리를 올리는 경우, 예금금리 상승 폭보다 대출금리 상승 폭을 올리는 경우,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더 적게 낮추거나 동결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너무 손쉽게 이자수익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19 위기 국면에서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경제 전반이 수출을 빼고는 다 어렵다"면서 "가계와 자영업자 등 힘겨운 금융 소비자들을 상대로 이자와 수수료 등 금융 중개로 엄청난 이익을 냈다는 것에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예대마진이라는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으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나서 저소득자나 자영업자 등 어려운 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면서 "이것이 어렵다면 당국이 위기 국면에서의 금리인하 요구권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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