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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김승연 회장의 40년···한화그룹 자산 288배, 매출 60배 증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특유의 기질, 19개 계열사를 83개로 늘려
'DNA'인 성장 드라이브 바탕으로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전 나서

 

【 청년일보 】 김승연(69) 한화그룹 회장이 1일로 취임 40주년을 맞았다. 흔히 40살을 불혹(不惑)으로 표현하는데,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서 불혹에 이른 셈이다. 이는 웬만한 바람에는 끄덕없는 아성(牙城)을 구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김승연 회장이 일군 경영 성적표가 대변한다. 김승연 회장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 경영인으로 꼽힌다.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과감하게 추진, 지난 1981년 취임 이래 그룹 자산을 288배, 매출을 60배로 늘렸다. 

 

성장 드라이브는 한화그룹의 DNA다. 한화그룹의 뿌리는 김승연 회장의 부친인 현암 김종희 회장이 부산에서 설립한 한국화약인데, 이 당시에도 성장 드라이브는 눈에 띄었다. 

 

김종희 회장은 1964년 신한베아링공업을 인수해 사업 확장의 기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1965년과 1966년에는 한국화성공업과 태평물산을 설립했다. 1969년에는 미국 유니온오일과 합작해 경인에너지를 설립, 대한석유공사와 호남정유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1976년에는 서울플라자호텔을 열어 서비스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 반열에 오른 것이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1981년 김종희 회장의 별세로 29세의 나이에 그룹 총수에 올랐다. 그리고 한화그룹의 DNA인 성장 드라이브는 김승연 회장 시대에 더욱 가속도를 냈다. 한화그룹은 1985년 한양그룹으로부터 한양유통, 1986년에는 명성그룹의 관광계열사들을 인수해 재계 순위 10위권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김승연 회장을 특징 짓는 수식어는 '승부사 기질' 그리고 '결단력'이다. 승부사란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만큼 사실상 결단력과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을 수밖에 없다. 

 

한화그룹은 현재 석유화학부터 에너지, 금융, 기계, 방산, 건설, 유통, 레저 등을 아우르며 재계 7위에 올라 있다. 지난 1981년 7548억원이었던 한화그룹의 자산은 현재 217조원, 매출은 1조1000억원에서 6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성공 신화를 쓴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성공 신화가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김승연 회장은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워야 한다”며 글로벌 경영을 강조했다. 그 결과 취임 당시 7곳에 불과했던 해외 법인과 지사는 469곳으로 늘어났으며, 19개였던 계열사도 83개로 불어났다. 

 

김승연 회장의 성장 드라이브가 돋보이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진 성과라는 점이다. 위기 상황일 때 오히려 굵직굵직한 인수합병과 사업 재편으로 한화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한 것이다. 취임 직후였던 1982년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과감하게 인수해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승부사 기질, 특히 전략적 후퇴를 통해 더욱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김승연 회장은 당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계열사 수를 37개에서 17개로 줄였다. 성장 드라이브가 DNA로 체화된 김승연 회장으로서는 아픔 그 자체다. 실제 김승연 회장은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계열기업을 반수 이하로 줄인다는 것은 뼈와 살을 깎는 아픔으로 마취도 없이 한쪽 폐를 제거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 비축한 1조원의 여유자금을 활용해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진출했다.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9조원에 불과했던 총 자산도 2016년 100조원, 2020년 127조원으로 불어났다. "노련한 선장은 결코 한 곳에 닻을 내려 고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그의 어록이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화그룹의 성장 드라이브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12년에는 주변의 반대 속에서도 파산했던 독일의 큐셀을 인수해 지난해 기준 매출 3조70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웠다. 2015년에는 삼성그룹의 방산 및 석유화학 부문 4개사를 인수하는 '빅딜'로 재계를 놀라게 했다.

 

한화그룹은 수 많은 인수합병 속에서도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도약했다. 이는 '신용과 의리'라는 김승연 회장 특유의 경영 철학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MF 위기 당시 매각 대금을 줄여서라도 직원들의 고용 보장을 최우선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이라크 건설 현장 직원들을 위한 광어회 공수, 서울플라자호텔 리모델링 당시 전 직원의 유급휴가 등은 김승연 회장의 신용과 의리를 대표하는 에피소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승연 회장은 그룹 총수로 취임한 첫해 창립 기념사에서 ‘제2의 창업’을 외쳤다. 제2의 창업이 완성 단계에 이른 지금 김승연 회장은 또 다른 미래를 준비 중이다. 항공우주를 비롯해 수소에너지, 스마트 방산,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이 1일 취임 40주년 기념식에서 “40년간 이룬 한화의 성장과 혁신은 한화 가족 모두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며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고 밝힌 것은 또 다른 미래의 청사진이다. 

 

시장은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지 않을 뿐 일종의 전쟁터다. 인간의 100년 장수보다 힘든 100년 기업에 대한 김승연 회장의 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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