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70여 일 남은 6·1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지역구 시·도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선거, 교육감 선거 등 7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격리자가 계속 폭증하는 데다 대선보다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대선 참사로 치부된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 이후 2주일이 넘게 조직 수습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제20대 대선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 관리가 부실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종이박스, 쇼핑백 등 투표용지를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해 비밀선거 원칙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선거의 근본 원칙조차 무시한 처사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등을 비롯해 노정희 선관위원장 퇴진 요구가 거세지며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분출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노 위원장 사퇴 요구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업무를 마비시키려는 처사라며 성토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을 갖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사무처 수뇌부가 확진·격리자의 참정권 행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상황에서 현직 대법관으로 비상근직인 노 위원장이 선거 사무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면 그만큼 업무와 관련된 전문적 판단과 책임감도 덜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사전투표 부신관리 참사가 벌어진 당일 노 위원장은 출근도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비상근직이기 때문이란 해명 아닌 변명만 나왔다.
노 위원장은 6·1 지방선거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선관위 안팎에서 고조된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지난 2020년 11월 취임한 노 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으로 관례상 대법관 임기인 2024년 8월까지 위원장을 맡게 돼 있다.
노정희 위원장은 17일 직원들에게 "국민께 불편과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 저는 어느 때든지 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현 상황에서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더 이상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으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의 간접적 표현으로 이는 2개월여 남은 6월 1일 지방선거 역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됐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7일 ‘신속한 조직 안정화 및 지방선거 완벽 관리를 위한 조치’라는 내부 공지를 통해 3·9대선 선거 사무 책임자인 선거정책실장과 선거국장 등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단 사전투표 사태로 교체된 선거정책실장·선거국장의 후임이 정해지는 대로 지방선거 실무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노정희 선거관리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꼬리 자르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실무 책임자 문책으로 상황을 수습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여론의 뭇매를 받은 사전투표 사태에 대해서는 외부 인사까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했지만 딱히 노 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와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5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격리자 대상 사전투표 부실 관리 사태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직후인 6일과 7일에 걸쳐 노정희 위원장과 김세환 전 총장 등을 대검에 연달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최창민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된 노정희 선관위원장과 김세환 전 사무총장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보냈다. 해당 사건은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변협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주권의 초석인 선거에서 부실과 혼란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지극히 엄중한 사태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노정희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선거관리위원장의 자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참정권에 대한 막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비상근직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정치적 책임은 방기하면서 선거관리라는 전문적 행정의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은 하급 관리자에 돌리는 행태가 국민의 신뢰에 대한 도리일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