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세력 때문”이며 “일반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 대열에 뛰어들고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번졌다”고 밝혔다.
일견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6만4300채 가운데 31.7%에 해당하는 2만360채를 30대가 사들였고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구매 비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의 30대 매입 비율은 지난 4월 28.5%까지 떨어졌지만, 6월 32.4%, 7월 33.4%를 기록하며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달 거래된 서울 아파트 3채 중 1채는 30대가 매입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량은 2006년 11월 17만3797건 이후 14년 만에 최다치를 기록한 14만1419건으로, 지난 5년 평균과 비교하면 62.3% 늘었다.
특히 지역별로는 서울의 주택 매매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서울 주택 매매도 2006년 12월 이후 최고 거래량인 2만6662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2256건보다 117.5% 늘었다. 그 중심에 전체 거래량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3523건을 구매한 30·40대가 있었으니 말이다.
반면 이로인해 정부의 "30대 패닉 바잉(공황 구매)은 진정됐다"는 발표가 무색해진다. 아파트 거래 비율의 경우 2019년 1월 '아파트 연령별 거래 비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패닉 바잉 현상을 두고 투기심리가 병처럼 번졌기 때문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과한감이 없지 않다. 기저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와 그로 인해 쏟아져 나온 정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잇달아 각종 규제를 내놓았지만 쏟아진 정부정책이 국민에게 던진 메시지는 앞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것이란 우려였다. '패닉 바잉' 현상은 말그대로 패닉이 발생한 상황이다.
믿을 수 없는 정부와 정책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동산 세금 대책을 골자로 하는 7·10 대책을 발표할 당시 정부는 “주택 실수요자들은 추가로 가중되는 부담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의 연 평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232만원에서 488만원으로 두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향후 5년간 늘어날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총 세수는 약 22조원으로 추산됐으며 올해 덜 걷힌 세입 예산(세금수입 계획 변경)인 11조4000억원의 두배 규모에 이른다.
이와함께 최근 두 달 사이 정부가 6·17 대책, 7·10 대책, 개정 주택임대차법 시행(7월 31일), 8·4 대책에 이르기까지 4건의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잡히지 않고, 전세 시장마저 매물은 줄고 전셋값마저 폭등하며 폭주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직전 일주일 동안 0.38% 올랐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989건으로 지난달 31일(3만8293건)에 비해 32.1% 줄었다.
주목할만한 것은 서울에서 비교적 서민층의 비율이 높다고 평가되는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의 전셋값마저 급등하고 있어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우려했던 서민 주거 불안정 위기설까지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불붙은 화재현장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정부는 갑작스럽게 전세 통계 개편 방침을 밝혀 혼란을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현행 통계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갱신 계약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신규와 갱신 계약을 포괄할 수 있도록 통계 조사 보완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발언에 "정책 실패를 통계 분식(粉飾)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그래서 더욱 예측하기 힘들고 올바른 정책이라 할지라도 상황변화에 따른 적시성 있는 대책들이 보완되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데 있어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땜질식(?)대안을 급조하기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국민의 심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에게 정책에 대한 ‘신뢰’를 기본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 투기 심리를 잠재웠어야 할 정부가 믿지 못할 정책으로 불안감을 가중시키며 추장관이 말한 ‘투기심리’를 부추긴 면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미국이 들썩이던 그 때 시티코프의 회장 척 프린스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계속 춤을 출 수 밖에 없다”며 투자를 지속하다 7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며 망해갔다. 2020년 추장관이 말한 ‘병처럼 퍼진 투기심리’의 책임을 정부가 신겨준 부동산 정책이란 빨간구두를 신고 멈출 수 없는 춤을 출 수밖에 없는 국민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지 않을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