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권력투쟁 과정에서는 항상 음모와 의혹이 난무한다.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탈환하려는 세력 사이에 치열한 정치공작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상대 진영이나 후보에게 최대한 흠집을 내야한다. 권력을 잡으면 정치공작의 '원죄'도 묻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법에 대한 확실한 단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치공작은 물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정치공작이 한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정보를 반복해서 장시간 듣게 되면 그것을 사실로 인식하거나 세뇌당하게 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정보 자체가 선거에 나선 후보에게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병풍사건이 대표적이다. 병풍사건은 지난 2002년 대선(大選) 당시 김대업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면탈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회창 후보 관계자들이 병역문제와 관련해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것이다. 온라인 매체는 물론 KBS 등 지상파 역시 대대적인 보도에 나서 대중들에게 병역면탈이 사실인 것 같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와 새천년민주당 등 여권은 "179㎝의 키에 45㎏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주장을 통해 의혹을 증폭시
【 청년일보 】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세계 석유 매장량의 5분의 1을 갖고 있다. 질 좋은 석탄, 철광석, 보크사이트에 금광도 수두룩하다. 다이아몬드도 나온다.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서쪽은 만년설이 덮인 안데스 산맥이 자리잡고 있고, 남쪽으로는 아마존 정글이 풍부한 산소와 물을 공급해 준다. 농업에 안성맞춤인 토질과 기후다. 북쪽으로는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져 있다. 남미에서 가장 부유하고 살기 좋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수백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남미는 독립을 통해 20여개 국가로 나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백인인 스페인 사람과 원주민은 물론 다른 곳에서 유입된 인종이 섞이면서 다양한 혼혈이 발생한다. 백인과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 원주민과 흑인의 혼혈인 잠보가 바로 그들이다. 이처럼 무지개 인종으로 구성된 국가는 무엇보다 통합이 중요하다. 하지만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거꾸로 갔다. 빈민에게는 영웅으로 불렸지만 백인과 중산층에는 독재자로 군림했다. 독재자는 국민 편가르기를 먹고 산다. 민족과 반민족, 무산계급과 유산계급 등의 이분
【 청년일보 】 '저녁이 있는 삶'은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당시 상임고문의 대선(大選) 슬로건이다. 그 때는 물론 지금도 우리나라 대선 역사상 가장 멋진 슬로건의 하나로 꼽힌다. 물론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대선 슬로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변화, 우리는 할 수 있다(Change. Yes We Can)'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은유적 표현이지만 당시의 묵직한 시대적 과제를 담고 있었다. 장시간 노동, 가족해체, 과도한 사교육비, 청년실업, 양극화 해소 등 우리 사회가 가장 풀기 힘든 문제들을 함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빨리'만 외쳤던 압축성장의 폐해에 대한 자성의 의미도 담겨 있다.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으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도 이 슬로건을 부러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손학규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은 정말 좋다. 제가 나중에 대선후보가 되면 손 고문에게 그 슬로건 좀 빌려쓰겠다고 요청드리겠다"고 말했다. 저녁이 있는 삶이 그렇게 좋은 반
【 청년일보 】 전랑(戰狼)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중국의 액션 영화다. 당시 보통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2017년 속편으로 나온 전랑2는 대박을 쳤다. 중국 관람객 1억5000만명을 동원하며 56억7886만 위안(8억7400만 달러)을 벌어들였다. 물론 중국 내 흥행 역대 1위 영화가 됐다. 전랑이란 '늑대 전사'를 의미하는데, 전편은 인민무장경찰부대 출신의 주인공이 미국 네이버실 출신의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속편은 유엔(UN)이 포기하고 미군도 철수한 아프리카에서 납치범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포스터 문구는 '중국을 범하는 자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반드시 멸한다'는 것이다. 전랑외교는 영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중국 외교관들이 상대국을 향해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며 공격적인 외교를 펼친다는 뜻이다. 전랑외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천명한 중국몽(中國夢), 대국굴기(大國崛起)와 맞물리면서 중국 외교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G2로 불리며 세계 2위로 올라선 경제력, 그리고 확장된 군사력이 힘의 원천이다. 그리고 이는 상대국에 대한 경제 보복과 무력 위협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역시 경험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 청년일보 】 야당에 언제든 권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집권 세력의 두려움은 독주(獨走)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특히 지난해 치러진 4·15 총선 이후 야당의 존재감은 사실상 부재(不在) 상태를 면치 못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태어나서는 안될 귀태(鬼胎) 당으로까지 몰고 갔다. 귀신에게서 태어난 아이 또는 불구의 태아를 의미한다. 사실상 무장해제 당한 셈이다. 지난 2019년 연말 더불어민주당은 새해 예산안에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도 날치기 통과시켰다. 며칠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예산안을 여권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다음해 치러질 4·15 총선을 겨냥한 초대형 거품 예산을 거의 손대지 않고 통과시켰다. 더구나 민주주의 경쟁 규칙에 해당하는 선거법과 한 나라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공수처법까지 군사작전 벌이듯 처리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기본 틀을 정하는 법과 제도를 야당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있을
【 청년일보 】 일자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일자리 정책을 중요하게 제시하지 않은 적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 국가 위기의 근본 원인이 바로 일자리 부족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해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질(質)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며, 불안정·저소득 일자리의 늪에 갇힌 사람들에게 고용과 소득의 안정성 중 한 가지라도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 것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시계(時計)를 2017년으로 되돌려 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그해 1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은 예산만 22조원이다. 이는 연봉 2200만원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그 많은 예산을 4대강 사업 같은 '쓸데 없는' 곳에 낭비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쏟아부었으면 일자리 100만개는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4대강 사업의 정확한 명칭은 4대강 정비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한 것으로 주요 국정 사업이었다
【 청년일보 】 문재인 정부 들어 유난히 부동산과 관련한 신조어(新造語)가 넘쳐나고 있다. 신조어는 말 그대로 새로이 만들어져 사용되는 것으로 당대의 사회문화 현상을 반영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과 공포에 의한 매수를 뜻하는 '패닉 바잉'은 이제 일상 언어가 될 정도로 익숙해졌다. 집값이 치솟아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를 의미하는 '벼락거지'도 마찬가지. 시대적 분위기를 풍자한 '부동산 블루'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생겨난 '코로나 블루'를 부동산 시장에 차용한 것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19로 인해 생긴 우울감이나 불안감, 그리고 무기력증을 말한다. 집값 폭등은 코로나 19보다 더욱 큰 우울감, 불안감, 그리고 무기력증을 낳는지도 모른다. 월급만 모으고 재테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거지로 전락하면서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도 안겨주기 때문이다. 부동산 신조어가 봇물처럼 터지는 것은 집값 폭등에 대한 불만과 함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은 자괴감과 함께 분노를 불러왔다. "영
【 청년일보 】 5번 핀은 삼각형으로 배열된 10개의 볼링핀 중에서 정가운데 위치해 있다. 흔히 스트라이크를 위해서는 맨 앞줄에 있는 1번 핀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1번 핀 뒤에 숨어 있는 5번 핀을 노려야 한다. 이를 '킹핀(kingpin)'이라고 한다. 킹핀은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핵심의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본소득제(基本所得制)가 내년 대통령 선거의 킹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일자리가 사라져 노동의 필요가 줄어드는 시기에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주는 게 골자다. 거슬러 올라가면 15세기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에게서 그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다. 근현대의 많은 사상가들도 유사한 개념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마이너스 소득세가 유명하다. '부(負)의 소득세'로 불리기도 하는 마이너스 소득세는 소득이 일정한 수준을 넘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내도록 하고, 이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미달하는 금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조세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 청년일보 】 최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초대형 악재가 부상하고 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중국 기원설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중국 기원설은 미국과 중국 관계를 뒤흔든 모든 문제 가운데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중국 기원설은 가뜩이나 심화되고 있는 반중(反中) 정서에 가속도를 붙일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최근 공산당 정치국 30차 집단학습에서 중국의 이미지와 국력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업무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중국 기원설의 무대는 우한(武漢)이다. 즉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것이 논란의 쟁점이다. 사실 우한연구소 유출설 자체는 새롭지 않다. 코로나 19가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사태 초기부터 소문으로 돌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19의 기원과 관련해 정보기관이 추가 조사를 실시, 90일 이내에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 역시 중국을 코로나 1
【 청년일보 】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조국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국 사태가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고,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초로 연상되는 부정적 이미지가 내로남불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12일부터 나흘간 19~54세 성인남녀 8그룹을 대상으로 집단 심층면접(FGI)을 통해 이루어졌다. 집단 심층면접은 동질적 특성을 지닌 조사 대상자를 한 장소에 모아놓고 좌담 형식으로 의견을 청취하는 방법이다. 이 조사에서 2030세대는 내로남불 외에 성추행, 거짓말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압승을 거두었던 4·15 총선 때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에 촛불, 등대와 같은 긍정적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선, 내로남불, 무능력 등이 이미지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의인화를 통한 더불어민주당의 현재 이미지는 '독단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