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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원팀' 공언하던 정부…사우디와 '모듈러 MOU'엔 "한 발 빼나"

해당 MOU 맺어진 후 약 3개월 흘러…정부·기업 모두 "가시적 성과는 없다"
국토부 관계자 "정부가 기업간 MOU 자세히 알지 못해, 요청·필요시 지원"
전문가 "사우디와 MOU 변수 많아"… 일각선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 필요"

 

 

【 청년일보 】 '제2의 중동붐'으로 불리던 사우디와의 대규모 MOU가 맺어진 후 3개월 가량이 지났다. 그러나 청년일보의 취재결과 21일 현재까지도 구체적 성과나 추후 진행상황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정부가 공언했던 성과이행에서 한 발 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을 기점으로 우리기업과 사우디간의 건설·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한 MOU(양해각서)는 총 22건 체결됐다. 그중엔 한국 기업이 네옴시티 등에 모듈러 공법으로 주택을 건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MOU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 조원대로 추정되는 사우디와의 MOU가 우리 기업들의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범부처적 맞춤형 지원을 통해 성과 이행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월 24일 사우디의 야시르 빈 오스만 알-루마이얀(YasirbinOthman  Al-Rumayan) 국부펀드 총재와 면담에서 우리기업 삼성물산과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MOU'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해당 '상세 MOU'건은 지난해 11월 빈살만 왕세자 방한때 양국 정상이 참석한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체결된 두 기관 간 모듈러 '협력 MOU'에서 발전한 가시적 성과다.

 

이어 국토부는 1월 25일 "'상세 MOU'를 기반으로 삼성물산의 모듈러 제작시설을 사우디에서 설립·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우리기업과 사우디 국부펀드 간 전략적 협력관계가 구체화 되었다"며, "우리 기업들이 모듈러를 활용해 네옴시티 등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 메가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년일보 취재결과 MOU체결 후 약 3개월이 지난 21일까지, 정부와 관련기업 모두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듈러 협력 관련 MOU의 우리 측 당사자인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우디 측의 보안요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가시화된 성과는 없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과 컨소시엄 형태로 해당 사업에 참여한다고 알려진 대형 건설사 한 곳도 MOU관련 진행사항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MOU와 관련해) 알고 있는 것도, 드릴 말씀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국토부 해외건설 지원을 담당하는 관계자 역시 MOU 진행사항에 대한 질문에 "(해당 MOU는)기업과 사우디 국부펀드간의 양해각서로 정부가 기업간에 맺어진 사안의 구체적인 진행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며 "MOU 이후 구체적 사업성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의 해당 MOU에 대한 국토부 역할에 대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기업이 이끌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이라며 "정부 역할에 대한 요구나 필요가 있다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경험으로 비춰볼 때 사우디와의 MOU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도의 차이 일 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란과 대규모 MOU를 맺었지만 도중에 중단된 사례가 많다"면서 "정부가 중동확장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국토부가 역할한다면 사우디와의 네트워크 유지와 발주 상황 체크, 사안별 자금조달 상황 등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사우디와의 MOU체결은 변수가 많다"며 "현재 국제유가 변동폭이 전반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사우디의 재정지출이 꾸준히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에게는 특히 네옴시티의 진출 기회가 많이 열려 있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사우디의 정치·경제 상황을 잘 체크해 나간다면 국가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간 MOU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사안에 따라 MOU의 법적 효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업 진행과정에서 당사자간 협의나 소통의 깊이와 횟수 등이 중요하다"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간 MOU라 하더라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중동시장 개척을 선언한 만큼 가교역할을 한다면 실제 성과가 더 크고 빠르게 나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우디와의 MOU건에 대해 "해당 사안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사우디와의 MOU를 정부의 성과로 대대적으로 홍보해 놓고 3개월 가량 시간이 흐른 후 기업 간 MOU라며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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