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대상으로 자구계획을 설명했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워크아웃 절차에 난항이 예상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자 설명회가 지난 3일 오후 3시 산업은행 본사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태영건설은 자구계획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태영그룹 윤석민 회장 416억원·티와이홀딩스 1천133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매각을 추진하고, 평택싸이로 지분(62.5%)을 담보로 제공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의 자구안 자체는 안건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대주주의 자구 노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규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이에 윤세영 회장이 직접 설명회에 참여해 워크아웃 개시 필요성에 대해 채권단에게 설명했다.

윤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저와 경영진이 부족한 탓에 뼈아픈 부도위기를 몰고 왔다"면서도 "태영건설의 수주잔고는 현재 12조원이 넘고, 향후 3년간 연 3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채권단에 거듭 협력을 요청했다.

반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자구노력이 당초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재호 산은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을 태영건설로 넣었어야 하지만, 티와이홀딩스 채무변제에 활용하고 400억원만 넣었다"며 "오늘 낮 12시까지 1천149억원을 넣으라고 했지만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제에 계속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며 추가적인 자구안 제시를 강력히 요청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이날 설명회에서 채권단의 주된 관심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채권단 중 한명은 "윤회장이 직접 호소문을 읽으며 울먹이기도 했지만 채권자의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자구안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설명회 종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가능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SBS매각 문제는 방송법을 비롯해 법적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재출연과 관련해서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오는 11일 채권단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받은 외상매출채권(이하 외담대)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 금융채권이 유예가 됐기 때문에 갚고 싶어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은행과도 협의해 채권신고를 일시 정지한 상황으로 11일 공동관리 절차 개시 안건 의결시 외담대는 제외하는 방안을 포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설명회가 열린 이날 태영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태영건설은 전 거래일 대비 23.85%오른 3천245원에 거래를 마쳤고, 우선주인 태영건설우는 상한가(30.00%)까지 치솟았다. 관계사인 SBS도 5.42% 상승했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