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KT&G 정기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의 차기 사장 선임을 놓고 주요 주주들 간에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행과 사모펀드 등은 반대 의사를, 국민연금공단과 한국ESG연구소 등은 찬성표를 던지며 주총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내일(28일) 오전 10시 대전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 비전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현재 주총 안건으로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사외이사에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과 손동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하는 건이 상정돼 있다.
이 중 방경만 수석부사장과 임민규 후보는 KT&G 이사회가, 손동환 후보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인사다.
이번 주주총회에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이사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통합집중투표'가 도입됐는데 투표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2인이 이사로 선임된다.
◆ 기업은행·FCP 등 방경만 사장 선임 반대로 '좌초 위기'
지난해 말 기준 KT&G 최대주주는 7.11%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행이고, 국민연금공단(6.64%)이 2대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는 찬성을,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와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모두 반대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기업은행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통해 "KT&G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14일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역시 KT&G의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면 저평가된 주가가 회복해 오는 2028년 시가총액이 4배나 늘어날 수 있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신임 사장 선임안에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역시 "이번 선거에서 통합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주들은 이사회에서 대항세력(dissident)측 인사들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손동환 후보를 지지할 것을 권장한다"며 방경만 사장 선임에 사실상 반대를 권고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KT&G는 "기초적 데이터 자체부터 오류인 상황에서 이에 기반한 주장은 근본적으로 신뢰성을 결여하고 있다"며, "회사는 소액주주 권리를 항상 존중하지만 FCP의 경우처럼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경우 기업가치의 훼손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방경만 사장 선임 찬성…무게추 기울어
이처럼 기업은행과 FCP, ISS 등의 반대로 방경만 사장 선임이 자칫 좌초될 위기에 처했지만,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내놓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21일 제5차 위원회를 열고 방 사장 후보 선임 건과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건에 총의결권을 각 2분의 1씩 나눠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5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자문위)도 방경만 KT&G 사장 선임과 임민규 이사 선임에 찬성했다.
자문위는 "방경만 후보가 2021년 등기이사에 선임된 이후 회사 성장에 기여하며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해온 점과 이사회 내 유일한 사내이사 후보로 부결될 시 이사회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해 찬성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민규 후보는 삼성물산, OCI, SK머티리얼즈 등에서 임원을 역임하여 경영 전문성을 갖추었으나, 주주제안 후보인 손동환 후보는 법률전문가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해외사업 확장을 위한 경험 및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글래스루이스와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KCG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방경만 사장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기존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3명 중 꼴등만 하지 않으면 선임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방경만 사장 선임에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낙마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경만 수석부사장은 국민연금 등이 찬성하며 사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만 KT&G 이사회가 추천한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 건은 표가 갈려 최종 결과가 다소 불확실한 상황으로 치열한 표 대결이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