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수기 렌탈을 알아보다가 그냥 생수를 사 먹기로 했어요. 이리저리 혜택과 약관을 따지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가격 차이가 커 어떤 곳이 '정상가'에 판매하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취업 이후 시작한 독립생활을 계기로 정수기 렌탈을 알아보던 과정에서 이를 포기했다는 20대 A씨는 이같이 말했다.
'렌탈'은 어느덧 소비자의 일상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렌탈 가전인 정수기를 뛰어넘어 냉장고·TV 등 다양한 일반 가전에 이르기까지 렌탈 형태의 구독 서비스가 일반화면서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업체가 보다 합리적이고 유익한 혜택과 가격을 제공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업체의 '공식몰'은 물론, 이를 가장한 다양한 렌탈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요소를 직관적으로 비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아날로그'한 시장 상황을 간파하고, 렌탈 시장의 혁신을 위해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서현동 대표가 대학 동기와 지난 2022년 창업한 이후 현재까지 자신있게 이끌고 있는 '렌트리'다.
◆ 창업 계기는 '답답했던' 소비자 경험…"시장규모 10조원, 방식은 '아날로그'"
서 대표는 약 8년의 회계사 경력을 가진 '숫자 전문가'다. 그는 회계사직을 내려놓고 렌트리 창업을 결심한 계기로 렌탈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개인적 경험을 꼽았다.
서 대표는 "한 회계법인에서 대형 렌탈사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 거시적인 관점에서 렌탈산업을 보며 흥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단일 시장으로 10조원 이상의 규모를 자랑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고, 또한 거대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유통구조가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 관심이 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렌탈 시장의 구시대적 유통구조를 한 명의 소비자로서 직접 체험하며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수기 하나를 렌탈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들여 수많은 비교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과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 대표는 "정수기의 전체 판매량 중 절반 이상이 방문 판매나 텔레마케팅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굉장히 많은 버티컬에서 디지털화도 진행됐는데, 소비자 관점에서는 렌탈 시장이 '여전히 옛날 방식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구매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무수히 많은 판매 사이트들이 나오는데, 해당 사이트가 공식몰인지 쉽게 알 수 없을뿐더러,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들도 산재해 있다"면서 "전화 상담까지 이어지더라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 금융상품에 준할 정도의 상품 정보들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번거롭고 업체마다 설명과 혜택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이러한 경험에 기반해 창업을 결심하고 산업계에 있는 각 시장 참여자들을 직접 만나며 사업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확신했고, 그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 "비효율적 유통구조 혁신이 목표"…투명한 '디지털 전환' 목표
서 대표는 소비자에게 렌탈 서비스를 투명하고 풍부하게 제공해 주는 것을 사업의 첫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렌트리가 '투명성'과 '풍부한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렌탈 제품 비교 플랫폼으로 자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렌탈로 구매 가능한 제품들을 모두 모아서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돕는다'가 사업의 첫 번째 목표였고, 정수기 품목부터 시작했다"면서 "국내에 유통되는 정수기 제품이 500여종 이상인데 제품 정보를 일일이 분석해 조건, 혜택 등을 투명하고 풍부하게 정리해 제공하는데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정수기 등 제품의 렌탈 과정에서 중간 거래상(에이전트), 총판 업체들의 개입으로 초기 상품 비용보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약 2배 가깝게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렌탈 과정에서 제조사가 제품을 만든 이후 소위 '공급사'라고 하는 에이전트가 붙는다"며 "이 제조사가 만드는 건 대부분 일시불 형태로 구매하는 커머스 관점에서의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렌탈용으로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 아이디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렌탈로 본인들이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 주겠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에이전트가 개입해 여기서 한 번 마진이 붙는다"면서 "여기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렌탈업체'들이 들어오게 되고, 그 이후에는 텔레마케팅이나 방문 판매를 진행하는 총판업체들이 끼게 된다"라고 부연했다.
서 대표는 "총판업체과 같은 유통사들이 이 물건을 받아서 판매하는 방식이 되는데 여기서 또 커미션이 붙는다"라며 "결과적으로 공급사, 렌탈사, 판매사를 거치면서 원가 대비 약 2배에 가까운 비용에 렌탈료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대표는 렌트리가 이 같은 전통적인 산업구조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는 데 앞장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렌트리는 렌탈 형식으로 구매 가능한 제품 정보를 한 곳에 모아뒀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면서 "렌탈 제품 정보를 모두 모아두고 하나씩 세밀하게 분석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렌트리가 유일하다"라고 자부했다.
이어 "렌탈 상품은 금융상품과 유사한 속성이 있어 매달 요금·프로모션·사은품·지원금·위약금 등의 정보를 비롯해 제휴카드 혜택까지 복잡한 요소를 소비자가 모두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렌트리는 판매자들이 제안하는 가격대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수고를 덜 수 있고, 판매자는 잠재 고객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렌트리 서비스를 통해 렌탈산업 전체가 보다 투명해지고 디지털화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개인적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 '직소싱 BM' 고도화 집중…소비자, 투명성·개인정보 보호 '대만족'
렌트리는 2022년부터 사업을 전개한 이래로 작년 기준 누적 거래액 약 300억원을 돌파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 대표는 렌트리의 성장 비결로 투명한 사업구조를 꼽았다. 또한 렌트리는 개인정보 유출에 있어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렌탈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 대표는 현시점에서 렌트리의 누적 거래액이 500억원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이는 2023년 대비 200억원 성장한 규모로, 현재 렌트리에서는 약 3천개 이상의 렌탈 서비스가 소개되고 있다.
서 대표는 "초기 비즈니스모델(이하 BM)은 전체 거래액에서 굉장히 일부만 거래 성사 수수료로 가져오는 플랫폼 형태의 방식이었다"라며 "현재는 렌탈 및 제조업체에서 직접 물건을 받아서 판매하는 방식도 병행돼 매출이 전체 거래액과 점차 근접하게 형성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렌트리 서비스가 조금씩 알려지다 보니 렌탈 및 제조업체들이 직접 입점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면서 "여기에 국내 강소기업 등의 제품을 직접 소싱해 금융권과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상품화해서 판매하는 BM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다양한 렌탈상품의 정보들을 모두 모아 정제한 이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작업도 초기부터 지금까지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 대표는 소비자들이 기존의 렌탈상품 상담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에 관해서도 안심할 수 있다는 점을 렌트리의 강점으로 꼽았다.
서 대표는 "방문이나 전화 상담을 통해서 진행됐던 렌탈상품 구매과정을 렌트리에서는 애플리케이션(앱) 상의 상담 툴을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이 없다"라며 "소비자들도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고,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혜택을 제공하는 판매자와 개인정보 노출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남겨주시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후 BM 고도화 과정에서도 무엇보다 풍부한 렌탈상품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개인정보 보호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추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내년 차기 투자 라운드 진행…"소비자는 '이긴다'는 믿음으로 사업 지속할 것"
렌트리는 '벤처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로 불리던 작년에도 퓨처플레이·디캠프 등으로부터 26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성과를 이뤘다. 특히 이 시기가 유통 플랫폼 분야의 투자가 얼어붙어 있었던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괄목한 성과라는 게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업계의 평이다.
서 대표는 "쉽지 않은 대외 여건 속에서도 운이 따라 투자 라운드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면서 "렌탈 산업을 혁신하는데 자신감이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사들에 렌트리의 사업 목표를 강력하고 확실하게 어필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창업 초기부터 '산업을 혁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는데,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이러한 목표가 뚜렷해 긍정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내년 차기 투자 라운드를 목표로 사업을 더욱 고도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파편화돼 있는 렌탈산업의 밸류체인(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버티컬 관점에서 통합화는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구체적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렌탈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렌트리의 시작점이었다면 현재는 렌탈업체들이 하는 금융 및 핀테크 관점의 서비스들을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올해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다양한 제조사들과 접촉해 좋은 제품들을 직접 소싱해 브랜딩하고 렌탈형태의 상품으로 판매하는 '토탈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서 대표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편리하고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는 것이 결국 사업 성공의 길이라고 자신했다.
서 대표는 "창업한 이후 렌트리의 서비스를 만들고 성장시키면서 얻은 확실한 교훈은 '소비자 편에 서서 문제를 해결하면 결국 이긴다'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명의 소비자로서 렌탈상품 구매 경험에서 겪었던 불편을 해소하고자 했던 게 렌트리의 시작"이라면서 "렌트리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심인 기업'으로 남고 싶다는 게 개인적 꿈이자 비전"이라고 다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