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시즌이 도래했다. 금융업권에서도 적지 않은 대표이사(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 및 증권, 보험업권의 CEO 인사 동향을 각 업권별로 상세히 짚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KB국민·NH농협·우리은행장 교체속에"...신한·하나은행 인사 '촉각'
(中) "증권가, 인사 시즌 도래"...'대형사 vs 중소형사' CEO '희비' 교차
(下) 보험사 CEO 인사 '촉각'...금융지주 계열 대표 4명, 연말 임기 만료
【 청년일보 】 연말 은행장 인사에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이끈 주요 시중은행 행장이지만, ‘호실적’과는 무관하게 깜짝 인사도 발표되는 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지방은행장들의 임기도 만료되면서 연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5대 은행장 임기 만료"...KB국민은행 이환주·우리은행 정진완 차기 은행장 내정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말 종료된다.
이 중 KB국민은행 이재근 행장은 연임이 무산됐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이재근 행장은 지난 2022년 취임해 2년간 임기를 마친 후 연임에 성공하면서 '2+1' 임기를 채웠다. 이재근 행장은 임기 중 홍콩H지수 ELS 손실 사태로 논란이 일었지만, 견조한 핵심이익 성장과 지속적인 비용 효율화 등 성과가 부각되면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KB금융 대추위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최종 후보로 추천하면서, 안정 대신 변화를 선택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연임이 무산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병규 행장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가운데 조 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등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의 여파가 커지면서 사실상 연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경영의 연속성 확보와 조직 쇄신을 위한 젊은 ‘세대교체형 은행장’ 선임에 방점을 두고 정진완 부행장을 내정했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에 맞취 9월 말 은행장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였으며 이후 조병규 은행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함에 따라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직 주요 경영진으로서 경영 연속성 확보와 조직 쇄신을 위한 젊은 ‘세대교체형 은행장’ 선임에 방점을 두고 은행장 후보군 중 적임자를 찾는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이석용(59) NH농협은행장도 올해 2년 임기를 마친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장의 연임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해 들어 네 차례 발생한 금융사고가 부담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석준(65)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도 올해 12월 31일로 끝나기 때문에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지주 회장과 은행장 연임 여부가 나란히 매듭지어질 예정이다.
반면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역대급 호실적과 더불어 내부통제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이유로 이들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조1천2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쏘아올렸다. 전년 대비 무려 19.4% 증가한 수치로, 리딩뱅크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해외법인 실적도 올 3분기 누적 순익 기준 4천343억원으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매 분기마다 호실적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 속 올해 연간 기준 리딩뱅크 자리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부통제 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에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권 처음으로 제출하면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아울러 지난해 2월 취임한 정 행장이 '2+1년' CEO 임기 관행에 비춰보면 아직 한차례 연임에 대한 여유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취임 후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면서 연임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7천808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는 순익 3조4천766억원으로 연간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해외법인 역시 순항하고 있다. 11곳의 해외법인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천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성장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 CEO 인사에선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유무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실적을 아예 배제할 수 없을 것이기에 특별히 눈에 띄는 사건이 없다면 종합적인 성과가 전반적으로 반영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주요지방은행, 행장 임기 임박...호실적에 연임 '청신호'
주요 지방은행장들도 연임 시험대에 오른다. 이들의 경영·재무적 성과로 비춰봤을 때 대부분 임기 연장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은행권에 따르면 고병일 광주은행장과 백종일 전북은행장은 올 12월 말, 방성빈 BNK부산은행장과 예경탁 BNK경남은행장은 내년 3월 말 각각 임기가 종료된다.
지방은행장들의 임기 내 재무적 성과는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광주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천511억원으로 전년동기(2천151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전북은행 역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천596억원에서 1천732억원으로 8.5% 늘었다. JB금융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핵심 자회사인 은행 성장세에 힘입어 5천631억원으로, 전년동기(4천924억원) 대비 14.1%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BNK금융 역시 은행 자회사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천7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천322억원)보다 6.8% 성장했다. 이 기간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천930억원에서 3천847억원으로 2.1% 감소했지만, 경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천392억원에서 2천908억원으로 21.0%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BNK금융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6천645억원)보다 6.1% 늘어난 7천51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거점 지역 시(市)금고 사수에 성공한 점도 주요 경영 성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광주은행은 지난달 광주광역시 1금고(주금고)에 재선정됐고, 부산은행도 지난 9월 부산광역시 1금고를 사수했다.
경남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울산광역시에 이어 지난 9월 창원특례시 1금고를 지켜냈다. 올해는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방 금고 입찰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위기감을 높였지만 지방은행의 연승으로 마무리됐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금고는 은행권의 주요 먹거리로 꼽힌다. 조 단위 예산 예치로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 공무원 등 잠재 고객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주요 지자체 금고 지위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지역 특화’ 접근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지방은행의 확장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지속가능성 제고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이 연임 시험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