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오는 4일 주요 금융사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매운 맛’을 예고하면서 최종 검사 수위에 대해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 의식하듯 최근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은 전 직원 대상 윤리문화 진단,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도’를 본격 시행하는 등 내부통제 개선방안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검사 발표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4일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 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박충현 은행 담당 부원장보가 검사 결과 개요를 설명한 뒤 질의응답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지난 5개월간 금감원 검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조사를 위해 현장 검사에 착수한 뒤 8월 재검사를, 10월부터는 정기 검사를 받았다.
손 전 회장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 김 모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23차례에 걸쳐 517억4천500만원을 불법으로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달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손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금감원은 당초 지난해 12월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인해 올 1월 초로 연기한 데 이어 최근 2월 초로 재차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
이 원장은 검사 결과 발표 연기 이유에 관해 “위법 행위를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 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를 의식하듯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전 직원 대상 윤리문화 진단,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도’를 본격 시행하는 등 내부통제 개선방안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먼저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0일부터 2주 동안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윤리 문화를 진단하고 개선안을 마련한다.
우리금융은 매년 기업문화 건강도를 진단해 왔으며, 이번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이하 연구소)가 개발한 윤리 문화 특화 진단을 추가했다.
특화 진단은 계열사별로 최고경영자(CEO)가 진단 결과와 개선안을 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실행계획을 수립해 실제 추진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연구소는 지난해 5월 기업문화연구실을 신설하고, 해외 사례를 접목하기 위해 전문 자문위원을 영입한 데 이어, 외부 컨설팅 회사와도 협업을 진행했다.
우리금융 측은 기업윤리와 내부통제에 중점을 두고 기업문화 전반을 점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룹 임원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방지를 위한‘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임원 본인 및 그 친인척의 개인(신용)정보를 등록하고 실제 대출 심사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은행 등 대출 취급 자회사에서 친인척 대출 신청 건이 발생하면 여신감리부서 및 관련 임원에게 대출 신청 사실이 자동적으로 통지된다.
해당 대출을 취급하는 지점이나 부서는 지침과 규정에 맞춰 엄격하게 처리하고, 여신감리부서는 규정 및 절차 준수 여부와 관련 임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유무 등을 점검한다. 임원의 부당한 관여가 포착됐을 때는 그룹 윤리경영실에 즉시 보고돼 조사와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이번 제도는 우리금융이 임원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방지를 위해 지난해 12월 금융권 처음으로 시행했다.
특히 지주사와 은행은 임원뿐 아니라 본부장까지 등록 대상에 포함시켜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13개 계열사의 임원 및 본부장 193명이 해당된다. 다만, 우리카드 및 우리금융캐피탈은 2월 중 신규 임원이 선임되는 대로 등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친인척 범위는 임원의 배우자와 임원 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존비속·형제자매다. 임원 및 그 친인척에게 개별 동의를 얻어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해당 정보들은 철저히 대출심사 관련 내부통제 목적으로만 관리된다.
해당 제도는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사전 등록 ▲임원 친인척 대출 취급 전 과정에서 관련 지침 및 규정 준수 여부 ▲임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에 대한 조사 및 조치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윤리문화 진단은 기존에도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기업문화 건강도를 진단하고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윤리와 내부통제 등에 보다 중점을 두고 기업문화를 개선하고자 추가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임원 친인척 정보등록은 대출 취급에 있어서 임원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친인척이 청탁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이 임원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재발을 막기 위해 단행한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 등 자회사의 임원을 선임할 때 지주 회장이 사전합의하는 제도를 폐지했다. 지주 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인사권을 배제하고, 자회사별로 임원 운용·선임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도록 해 자회사의 경영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전 그룹사 임원의 비위행위 감찰과 윤리정책 등을 총괄하는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외부 법률전문가를 수장으로 영입했다. 오는 3월 이사회 내에 ‘윤리·내부통제위원회’가 출범하면 윤리경영실이 위원회 산하로 편제돼 업무의 독립성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 우리은행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임원 친인척 대출을 포함한 여신 감리업무에 힘을 실어주고 여신감리 모니터링 결과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취급을 중단하는 프로세스도 마련했다.
친인척 부당대출 사례를 포함한 내부비리 제보를 위해 그룹 윤리경영실이 운영하는 ‘제보·신고 핫라인’도 도입했다.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내부 감시·감독 기능을 활성화하고 사전에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우리은행이 새로 마련한 익명 신고 시스템 ‘헬프라인’도 내부비리 근절 대책의 일환이다. 외부 컴플라이언스 전문업체가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직원들이 아이피(IP) 추적이나 신원 노출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제보하고 처리결과도 받아볼 수 있게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검사 발표를 앞두고 보여주기 식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도 "사실 이번 조치들이 상식적인 선에서는 필요 없는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검사 발표를 앞두고 강력한 의지 표명 등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같은 경우 지난해 금융사고가 다수 일어난 점에서 타이트하게 운영할 필요성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 이러한 조치들을 시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임원 친인척 분들을 등록하는 조치는 개인정보 수집을 이용하는 것으로 친인척 동의하에 진행되겠지만, 시중은행에서는 일반적인 조처는 아니다"면서 "외부에서 볼때는 회사가 강제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