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건설업계 전반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각 사마다 위기에 처한 양상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미분양 관련 지표는 현재의 상황이 쉽사리 진정되진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수 없게 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를 통해 미분양 주택 3천호를 매입한다는 대책을 내놨으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천624가구로, 전월보다 3.5%(2천451가구) 늘었다.
다 짓고도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악성 미분양은 지난달 말 2만2천872가구로 전월보다 6.5%(1천392가구) 늘었다.
이는 지난 2013년 10월(2만3천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로, 2023년 8월부터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늘어난 일반 미분양은 전부 수도권에서 나왔고 악성 미분양 증가분의 86%는 지방에서 발생했다. 다시 말해 전국이 미분양과 악성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미분양은 흔히 건설업 침체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미분양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공사비 회수가 어려워지면 분양 대금을 통해 대출이자나 원자재 구입, 인건비 등을 지불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사업운영상에 자금조달 어려움과 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건설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된다.
실제 올해들어 미분양 등으로 인해 자금사정이 악화된 건설사 4곳이 회생을 위해 법원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다.
지난 1948년 설립돼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 면허 보유사인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은 업계의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회사는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678억원 손실을 보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확대했다.
신동아건설은 분양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분양에 더해 60억원 상당의 채권을 막지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신동아건설은 현장 직원 다수를 본사로 대기발령시키고 현장근무에 들어간 비용의 지급을 미루는가 하면 내부적으로 최대 30% 수준의 구조조정설로 큰 혼란에 휩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대저건설, 안강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등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19일 2만가구에 달하는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해 건설사가 요청하는 경우 이중 약 3천가구를 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정부의 정책마련에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업계는 악성 미분양 물량의 급증으로 인해 지역 건설사가 경영난에 허덕이며 연쇄부도가 일어나고 있는데 현재 2만가구를 웃도는 악성 미분양 물량에 비해 3천호 매입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대책에서 전반적인 주택'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세제, 금융 지원 등 핵심적인 유인책이 담기지 않은 점에 대해서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보다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이 뒷받침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이번 정부의 대책이 공급자인 건설사를 살리는데 집중되었다"고 평가하며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건설사 지원도 좋지만 결국 수요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수요자들이 미분양 주택을 구매하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완화나 취득세 중과 배제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은 가뜩이나 미분양 주택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수요자들에게 확실한 당근을 주지 않으면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아울러 건설사 하나가 무너질때 그 여파는 수많은 협력업체들에게도 미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에 속도를 내야할 때라고 보인다.
이미 한계에 몰린 중소 건설사와 지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