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남미 지역으로 진출 및 제품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313/art_17432663576198_cfbb4a.jpg)
【 청년일보 】 최근 글로벌 제약시장 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여 주는 중남미 지역이 뜨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들 지역의 향후 성장성에 주목하며 잇따라 진출하거나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멕시코 제약사 실라네스(Silanes)와 수출 계약을 맺고 지난 2월 구구탐스의 멕시코 출시를 완료하고, 앞으로 7년간 멕시코에 판매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구구탐스’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탐스로신’과 발기부전 치료제 ‘타다라필’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비뇨기 질환 복합제이자 멕시코 시장에 진출하는 최초의 비뇨기 질환 복합제다.
한미약품은 이번 출시를 통해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아모잘탄큐’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 등에 이어 중남미로 수출하는 제품을 3개로 확장했으며, 이를 교두보로 삼아 파트너십과 협력 제품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실라네스와의 협력을 통해 중남미 시장에서 한미약품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전이성 직결장암 및 유방암 치료제 '베그젤마'(성분명: 베바시주맙)의 출시를 중남미 등 신규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더욱 안정적이고 견고한 매출 기반을 구축해 캐시카우로서의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베그젤마’를 비롯해 올해 글로벌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후속 제품을 포함한 총 11개 상업화 제품 모두 이들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 달성을 위해 전사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7~28일 에코도르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정식 출시, 중남미 20개국 중 대부분인 13개국에 나보타를 성공적으로 진출시켰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2015년 파나마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주요국에 잇따라 진출하며 중남미 지역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 파트너사 목샤8(Moksha8)과 기존 계약 대비 약 10배 늘어난 1천80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서의 성공 경험과 나보타가 가진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에콰도르에서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치료 적응증 확대 및 공공 조달 시장 진입도 적극 추진해 '1품·1조원' 비전 달성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시지메드텍도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며 중남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페루 등의 중남미 지역에 신규 진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9% 성장세를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남아, 중남미 등 남반구 지역 국가들에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총 75만도즈(1도즈=1회 접종량)를 상반기에 공급한다. 이를 통해 독감백신 생산 시설의 연중 가동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설비 연속 가동에 따른 제조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이들 지역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아프리카 및 동남아 등 다른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머징 마켓(신흥 제약시장)인 중남미 지역은 전세계 인구의 약 8% 가량인 6억명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약 72조원)으로 의약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 연평균 7~8%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제약시장 대비 중남미 시장은 연 22%로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남미에서의 성공은 다른 신흥시장(아프리카 및 동남아)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남미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이 잇따르자 우리나라 정부도 이들 기업의 진출을 돕기 위해 중남미 지역의 정부와 협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9일 에콰도르 식약처(ARCSA)가 대한민국약전(의약품 규격서)을 올해 6월 30일부터 참조약전으로 공식 인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에콰도르가 지난해 12월 바이오 및 의약품 위생규칙을 개정하면서 대한민국약전 시험법의 신뢰성을 공식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약전을 준수하는 의약품은 ‘공식 의약품(Official Medicines)’으로 분류되고 시험법 밸리데이션 등 자료 제출을 면제받게 된다.
아울러 허가받은 품목에서 약전과 관련된 변경이 있을 때도 변경신청이 아니라 통지로 대신할 수 있으며, WHO 우수규제기관(WLA)이 의약품 등록 상호인정 참조기관에 추가됨에 따라 대한민국 식약처에서 허가한 의약품도 상호인정 등록 절차에 따른 신속 허가 대상이 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은 “국제 정세 변화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서 남미 등 그간 수출 불모지였던 지역에서 우리 규제체계를 공식 인정한 것은 해외 진출 확대를 모색하는 국내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