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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선사인의 창의성·전통 깃들었다"…'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눈앞'

물에 잠긴 6천 년의 기록, 세계유산으로 되살아나
고래사냥부터 신라 문자까지 담긴 인류 문화유산

 

【 청년일보 】 한반도 선사인의 창의성과 전통이 새겨진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다.

 

26일 유네스코와 학계 등에 따르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우리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에 대해 '등재' 권고를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은 오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이코모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자문·심사기구로, 각국이 제출한 유산의 가치를 평가해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세계유산센터에 전달한다. 통상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세계유산위원회 심의에서 실제 등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등재가 유력시되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한다. 이 유산은 한반도 선사시대부터 신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약 6천년에 걸친 인간의 삶과 사유, 문화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독보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장면을 묘사한 유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태화강 상류 지류인 반구천 절벽에 위치한 이 암각화는 높이 약 4.5m, 너비 8m 규모의 바위 면에 고래, 사슴, 호랑이 등 각종 동물과 사냥 장면 등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2023년 발간된 울산시의 3차원(3D) 스캔 도면 자료집에 따르면 총 312점의 그림이 확인됐다. 새끼를 데리고 다니거나 작살에 맞은 고래 무리의 묘사는 고대인의 자연 관찰력과 생활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1970년에 발견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역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곡리 암각화에서 불과 2㎞ 떨어진 이 유적은 높이 2.7m, 너비 9.8m 바위 면에 도형, 문자,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으며,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년)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도 포함돼 있어 고대 신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귀중한 유산은 수십 년간 물리적 훼손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1965년 건설된 사연댐의 영향으로 반구천 일대는 매년 침수와 노출이 반복됐고, 대곡리 암각화는 평균 연간 42일가량 물에 잠겨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암각화 보존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이 이어졌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랜 시간 미뤄져 왔다.

 

정부는 2021년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사연댐 여수로 수문 설치 방안을 논의했으며, 현재는 수위를 낮추기 위한 설계가 추진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가 확정될 경우, 보존 관리 대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등재 신청 당시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미적 표현과 문화의 변화를 집약한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 6천 년 동안 지속된 다양한 시대의 그림과 문자는 당대의 암각 제작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2023년 가야고분군까지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등재될 경우, 대한민국의 17번째 세계유산이자 선사시대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으로 그 의미를 더하게 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를 열고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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