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해 증권업계는 코스피가 출범 45년 만에 장중 4,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자본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전환점을 맞았다. 외국인 자금 유입과 기업 거버넌스 개선 기대 속에 증권업계 실적은 급증했다.
아울러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불리는 초대형 투자은행(IMA) 출범과 발행어음 인가 확대 등 제도적 기반도 빠르게 정비됐다.
이 외 올해 눈여겨볼 이슈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제도화, 해외주식 주간거래 재개,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출 등이 짚힌다.
◆ 코스피,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코스피 출범 후 45년만에 4,000선 돌파
코스피가 지난달 4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4,226.75를 기록했다. 1980년 코스피 출범 후 45년만에 4,000선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지난 5월부터 '사자'로 전환, 10월까지 2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두 번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가 본격화했다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코스피는 지난 6월 20일 3,021.84에 마감해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선을 넘었고, 10월 27일 장중 4,000선을 뛰어넘으며 새 역사를 썼다.
◆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에 IMA 인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고 IMA 업무 인가를 의결했다.
정부가 2017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한 것이다.
IMA는 만기 제한 없이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최소 70% 이상을 투자하는 장기 일임형 상품으로,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
지정 종투사들은 IMA·발행어음 조달금 가운데 25%를 스타트업·중소·벤처기업, A등급 이하 회사채 등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IMA 1호 상품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지난 19일 '미래에셋 IMA 1호'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 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 발행어음 인가 획득…자기자본 2배 규모 자금 조달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키움증권에 대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로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부여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도 지난 17일 발행어음 인가가 주어졌다.
이로써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종투사는 기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을 포함해 총 7개사가 됐다.
◆ 올 3분기 국내 증권사 당기순이익 2조4천억원…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
올 3분기 국내 60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4천92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8천109억원) 대비 37.6% 증가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조원을 올리며 가장 큰 규모의 이익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9천832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6천761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71.2%, 60.9% 증가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3분기 당기순이익 1조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6천618억원) 대비 52.3% 증가한 수치다. NH투자증권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역시 7천481억원으로 전년 동기(5천766억원) 대비 29.7% 늘었다.
이 외 올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증권의 당기순이익은 7천922억원, 신한투자증권은 3천594억원, 메리츠증권은 6천435억원, KB증권은 5천24억원으로 집계됐다.
◆ 해외주식 주간거래 재개…블루오션 外 ATS와 계약 등 투자자 보호 강화
해외주식 주간거래가 지난달 4일부터 재개됐다. 해외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국내 투자자가 한국의 낮 시간대인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미국 주식을 거래하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재개는 약 1년 2개월 만이다.
해외주식 주간거래는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한국에서 주간거래 처리 업무를 독점했던 미국 현지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이 접수된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을 계기로 같은달 16일 중단됐다.
이번 재개에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블루오션 외에 '브루스'(Bruce)와 '문'(Moon)이라는 또 다른 신생 미국 ATS들과도 복수로 계약을 맺어 백업 기관을 갖추기로 했다. 또 증권사는 메인과 백업으로 2개 이상의 미국 현지 브로커를 두도록 했다.
◆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출…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차기 회장으로 추대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8일 임시 총회를 열고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는 득표율 57.36%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신임 황 협회장은 1987년부터 40년 가깝게 신영증권 한 곳에서 재직한 '신영맨'이다. 자산운용 법인사업, 기업금융(IB), 경영총괄 등을 두루 걸쳐 금융투자 업계 전반의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공약으로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동반자를 은행 중심에서 자본 시장 중심으로,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의 흐름을 증시 및 연금 시장으로 이동, 규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자율 규제 기능 강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제7대 협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세특례제한법 국무회의 통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고배당기업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법률공포안'이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배당금액 증가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고배당기업 배당소득은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합산하지 않고, 배당소득액에 따라 14%부터 30%까지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제도화..."다수의 매수자·매도자 동시 연결"
정부는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비상장주식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제도화를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조각투자란 부동산, 음악저작권 등 기초자산을 잘게 쪼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발행한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을 뜻하데 현재는 조각투자 상품을 거래할 전용 거래소가 없다. 즉, 국내에선 제도화되지 않은 영역이었으며 상품 발행사들은 법적으로 유통·운영할 수 없었다.
이번 개정안은 비상장주식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영업을 위한 전용 투자중개업 인가단위를 각각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자는 일대일 방식의 장외 중개만 가능했다. 다수의 매수자와 매도자를 동시에 연결하는 거래소 형태의 영업은 불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별도의 인가를 받아 이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급증…개인 투자자 해외주식 보관액 '200조원'
자본총계 기준 상위 10개 대형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하나·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 등)의 올 2분기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합산 수익은 총 4천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2천953억원)과 비교해 약 60% 늘었으며 올 1분기(3천817억원) 대비해서도 1천억원가량 증가했다.
올 상반기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는 총 8천543억원으로, 10개 증권사의 전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분기 21.1%에서 올 2분기 30.3%로 1년 새 10%포인트가량 올랐다.
해외주식은 특히 올 들어 투자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액은 1천441억6천472만달러(약 200조9천8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천215억4천203만달러·약 169조3천566억원)에서 8개월 새 30조원 이상 급증했다.
◆ 미래에셋증권, 8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키움증권도 내년까지 209만주 소각 예정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연내 처리될 가능성이 거론된 가운데 증권사들이 이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7일 보통주 721억5천만원과 우선주 79억3천만원 등 약 8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취득한 주식은 이날 전량 소각됐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의 대표적 수단으로,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가치(EPS)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2026년까지 주주환원성향을 35% 이상으로 높이고 2030년까지 자기주식 1억주를 소각한다는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2천750만주를 소각한 상태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해 초 기보유 자사주 209만여 주를 3년간 분할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이를 이행 중이다.
이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2026년까지 총 발행주식의 7.99%에 해당하는 209만5천345주를 매년 3월 3분의 1씩 소각한다. 아울러 올 초에는 신규 취득한 자사주 35만주까지 105만주를 소각했고, 내년에도 기보유 자사주와 신규취득 자사주를 더해 90만주가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대신증권(25.1%)과 신영증권(53.1%), 부국증권(42.7%) 등 자사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타 증권사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지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