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산업계는 더 이상 막연한 낙관을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이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생산성을 결정짓는 'AI 대전환'이 가속화하는 한편,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는 더욱 높고 거칠어졌다. 반도체와 방산, 조선업이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며 '슈퍼 사이클'의 초입에 진입한 반면, 철강·정유·석유화학 등 전통 중공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탄소 중립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정체를 넘어 재도약을 노리는 배터리 산업과 스마트 건설로의 전환기를 준비하는 건설업, 그리고 대형 통합 항공사의 출범을 앞둔 항공업까지 올해는 업종별 '격차'가 고착화되는 동시에, 누가 더 빠르게 체질을 개선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패권이 결정되는 '결정적 시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반도체와 중공업, 통신과 재계 전반을 아우르는 주요 산업군의 2026년 기상도를 정밀 진단하고, 국내 기업들이 준비 중인 초격차 전략과 미래 먹거리 선점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트럼프발 '혹한기' 만난 K-배터리…새해 버팀목은 'ESS'
② 미국 향하는 K-조선, 군함·해외 생산성 '양대 승부수'
③ 업황 부진 '칼바람' 속 업계 재편 '급물살'
④ K-방산 수주 '훈풍'…'바이 유러피안' 경보
⑤ "짓기만 해선 죽는다"...초(超)저성장 속 '신수종' 발굴 총력
⑥ '통합 대한항공' 비상 vs '이중고 LCC' 분투
⑦ AI發 반도체 '슈퍼사이클' 본격화…삼성·SK, 6세대 HBM "진검승부"
⑧ 재계, 도약 위한 변화 '정조준'…AI 대격변기 본막 오른다
⑨ 지난해 악재는 액땜…통신3사 올해 수익성 확대 기대감
【 청년일보 】 2026년 배터리 기업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해 EV 시장 둔화라는 '혹한기'를 버티는데 초첨이 맞춰질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EV) 캐즘(수요 정체)의 지속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 등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각종 악재가 산적해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ESS 사업 중요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전기차 시장에서 활로 찾기가 쉽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며 이 시기를 견뎌내기 위한 버팀목으로 ESS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황 자체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아닌 요인에 따른 어려움인 만큼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상황을 살펴보면 우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폐지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활성화에 힘을 실리게 만들었던 환경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등 내연기관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평균연비규제(CAFE)를 대폭 완화했다. CAFE는 제조사가 판매한 전체 차량의 평균 연비를 정부 목표치 이상으로 맞추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CAFE의 다른 호칭은 일명 ‘전기차 강제 할당제’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체 판매 차량의 평균 연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사실상 전기차 판매를 늘릴 수밖에 없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제도의 연비 기준을 갤런당 50.4마일(L당 약 21.3km)에서 34.5마일(L당 약 14.7km)로 31.5% 낮췄다. 또 CAFE 기준에 미달 시 부과하는 벌금도 점차 폐지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하반기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8~9월 월 14만대 수준을 기록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세액공제가 끝난 10월 6만9천대, 11월 6만5천대 등 감소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시장은 국내 배터리 3사가 힘을 실어온 핵심 시장인만큼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는 만큼 불황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사업구조를 손보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결별을 선언했고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혼다와 합작한 4조2천억원 규모 오하이오 공장 건물의 매각을 결정했다.
전기차 불황 장기화 국면에서 ESS는 이 시기를 지나기 위한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수익성 확보를 위한 대안이 필요한 가운데 ESS는 재생에너지의 보완재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특히 AI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 성장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85GWh에서 2035년에는 약 1천232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마진율이 높아 판매 시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이 좋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미국 시장에 특히 주력을 했다 보니 상대적으로 현재 업황이 더 안 좋게 느껴지는데 미국 시장이 좋아질 기미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신재생 에너지나 AI 데이터센터랑 연계해서 ESS 수요가 급증하는 부분을 공략해야 할 것으로 다들 생각을 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는 전기차보다는 ESS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마진을 약 5% 내외라고 본다면 ESS용 배터리의 경우 이보다 마진율이 높다"며 "당장 시장 파이 자체는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수요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중요성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미국 시장 환경의 변화는 정책적인 변화의 영향이 핵심이다 보니 일개 기업이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는 일단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며 "ESS 혹은 다른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 사업으로 시간을 벌면서 향후 전기차 업황이 반등했을 때를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당장은 상황이 혹한기라고 부를 정도로 어렵지만 결국 향후에는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