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기아의 첫 전용전기차인 EV6의 이달 말 출시가 불확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아직 EV6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출시일을 확정해야 당초 기아의 계획대로 다음 주까지 EV6를 내놓을 수 있는데, 아직까지 출시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면서 기아가 EV6를 이달 중 출시할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EV6는 기아가 2030년까지 전체 판매 모델 중 친환경차의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전략 '플랜S'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격 모델로, 사전예약 수가 첫날에만 2만1천16대를 기록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올해 생산 목표인 1만3천대를 훌쩍 넘긴 약 3만대가 사전예약된 상태다.

유럽에서는 7천300여대, 미국에서는 1천500대의 한정 물량이 하루 만에 모두 사전예약이 완료됐다.

기아는 EV6를 이달 중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에 차질이 생기면서 출시 일정 조정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반도체 보릿고개'였던 지난 5월 기아는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광명2공장을 이틀간 휴업 조치했고, 해외에서는 27∼28일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반도체 수급난은 6월부터 점차 호전되는 추세지만,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데다 기존 모델들의 출고 적체도 심각한 상황이라 새로운 모델 출시에 따른 부담은 더욱 커졌다.

기아의 신형 쏘렌토는 현재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24주로 지난달보다 4주 이상 늘어났으며, 셀토스는 지난달보다 8주 늘어난 18주를 대기해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출시한 K8 역시 출고 대기 기간이 지난달 4∼16주에서 이번 달 20∼24주로 급격히 늘어났으며, 카니발은 출고까지 8∼16주를 대기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가 2배 이상 많이 소요돼 반도체 수급 상황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도 반도체 부족에 구동모터 납품 차질까지 겹치면서 출고가 지연됐으며 여전히 올해 사전계약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아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EV6 출시 일정을 섣불리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관건은 전기차 보조금이다. 서울시 등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이 이미 소진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하반기 추가 보조금 확보에 나섰지만, 테슬라 등 수입 전기차의 공세가 예견된 만큼 출시 시기가 늦춰질수록 보조금을 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고 연락을 기다리는 EV6 사전예약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소진에 대한 초조함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가 7월 출시를 약속한 만큼 적은 물량이라도 이달 중 출고할 수도 있지만,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이는 데다 8월 초 국내 공장이 여름휴가로 모두 가동을 멈출 것으로 예상돼 출고는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청년일보=정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