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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구조화된 파편화 (上)] 성균관대 천정환 교수 "상아탑의 모순, 환금중심사회의 비극"

천정환 교수 "근본적으로는 '충원 위기'에 따른 대학의 위기가 인문학에 가장 먼저 도달"

 

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이 확산하고 있다. 청년일보는 3인의 국내 석학으로부터 인문학 위기에 대한 혜안을 듣고 인문학 발전을 위한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한다. 국내 석학 3인 중 두 번째는 성균관대학교 천정환 교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성균관대 천정환 교수 "'상아탑의 모순, 환금중심사회의 비극"

(中) "국가·대학·인문학계의 단절"..."기득권 인문학계 각성 필요"

(下) "교양과 전문성의 선순환"..."생존 위한 연대 필수"

 

【 청년일보 】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 속에 파편화된 약자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소멸해간다. 청년일보에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인문학계에 대한 냉철한 경고의 목소리를 전한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천정환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맥락에서 인문학의 시대적 '소멸'에 우려를 표명했다.

 

천 교수는 다양한 매체의 기고와 칼럼, 각종 논문과 저술 활동을 통해 '인문학의 어두운 미래'를 고뇌해온 학자 중 한명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인문학계 연대'의 필요성을 주문해왔다.

 

인터뷰가 진행된 차분하고 평화로운 광화문의 한 카페의 분위기와 달리 그가 피력하는 대한민국 인문학의 현실에 대한 시각은 냉정했고,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진단은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제언을 듣는다는 것은 때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러나 인문학은 그 어느 학문보다 존재의 이유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로써 설명한다. 

 

따뜻함과 냉정함이 공존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모순의 극대화'..."대학의 위기가 전가된 인문학"

 

천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에 과학기술중심주의의 심화에 따른 대학의 모순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사회가 과학기술 중심의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상황 속에서 지식의 환금성(換金性) 즉, 지식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지식이 중시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측면에서 실용적이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는 지식들이 돌봐지지 않는 것에 그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 같은 사회적 추세에 따른 대학의 환경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천 교수는 "대학이 수행하는 역할이 산업과 자본주의에 대해 종속 됐다"면서 "대학이 가지고 있는 모순이 심화됨에 따라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대학의 어려움이 인문학에 가장 먼저 전가되고 있는 상황 역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 교수는 "근대 이후 대학에서는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회의 변화나 자본주의 체제와 같은 대학을 둘러싼 강력한 환경과는 관계 없이 '학문의 순수성'이나 '진리탐구'라는 목적에 맞는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이것은 대학의 규범일 뿐"이라고 봤다.

 

아울러 그는 "실제로 대학은 언제나 자본이나 국가에 종속되거나 그 복무하면서 굴러왔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그 이상적 규범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점차 커져가는 현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문학자들은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 하는 상황에 그 이유가 있다"면서 "한국 사회는 그와 같은 상황이 더 빨리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대 이후  언제나 존재했던 대학의 모순 즉, '대학은 진리탐구를 위해 존재한다'는 규범과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체제와 산업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상충되는 명제 사이의 괴리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천 교수의 분석이다.

 

또한 천 교수는 "대학의 모순 심화 등 '인문학의 위기' 현상을 심화하는 이 같은 대학의 위기는 대부분 충원위기(인구 위기)와 관련이 돼 있다"면서 "그와 같은 근원적인 위기 원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악화되는데, 그 악화에 따른 결과가 인문학에 전가가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 대학의 정원 충원률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교육부는 작년 진행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통해 올해 적용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금강대·경주대·대구예술대·신경대·제주국제대·한국국제대·한려대 등 총 7개의 대학이 포함됐다.

 

교육부의 이 같은 평가에 의해 재정지원제한대학(Ⅱ유형)으로 지정될 경우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게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사실상의  '폐교 선고'와 다를 바 없이 수용되게 된다는 것이 대학계의 설명이다.

 

이들 대학은 입학정원 대비 추가모집 비율이 67%~84%에 육박해 신입생 충원률이 26%~3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한국 대학의 충원 위기가 심화되는 현상을 단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작년 일반대와 전문대를 비롯해 38개의 학교가 사라졌다.

 

천 교수는 여기에 "충원 위기에 기인한 이 같은 대학의 위기에 따른 인문학의 축소 현상은 산업 및 기업의 수요에 대학이 종속됨과 동시에 발전주의에  대학이 종속되는 상황 속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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