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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구조화된 파편화 (中)] "국가·대학·인문학계의 단절"..."기득권 인문학계 각성 필요"

"인문학계에 힘이 없다고 봐야하는 것이 맞다"...약자 목소리 낼 수 없는 구조적 문제 비판

 

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이 확산하고 있다. 청년일보는 3인의 국내 석학으로부터 인문학 위기에 대한 혜안을 듣고 인문학 발전을 위한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한다. 국내 석학 3인 중 두 번째는 성균관대학교 천정환 교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성균관대 천정환 교수 "'상아탑의 모순, 환금중심사회의 비극"

(中) "국가·대학·인문학계의 단절"..."기득권 인문학계 각성 필요"

(下) "교양과 전문성의 선순환"..."생존 위한 연대 필수"

 

【 청년일보 】  천정환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와 관련 국가와 대학, 인문학계의 단절화된 소통과 이에 따른 위기 해소를 위한 대안 정책의 실효성 저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인문학계의 파편화를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립 대학의 공공성 강화 문제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국가·대학·인문학계가 가진 복합적인 원인이 문제..."국가는 인문학계와 대학에 큰 관심이 없어"

 

그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은 필요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는 큰 힘을 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정책적 차원의 지원방안은 오랜시간 인문학계에서 고민하고, 만들어낸 바가 있다"면서 "그와 같은 정책적 제안도 필요하고 아울러 타당한 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인문학총연합회와 한국철학회과 주관하는 '새 정부에 바라는 인문 2030 정책제안' 학술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이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기초학문진흥특별법 제정과 국가급 자문회의 설치·고등교육재정 증가분 기초학문진흥 투자·연구자 친화적 학술연구지원 및 관리체제 개편·인문기초교양 강의전담교수 육성 지원 등 10개의 주제에 걸친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정책 제안으로 제출했다.

 

천 교수는 이와 같은 세미나의 의의에 동감하면서도 "이와 같은 정책적 제언 활동은 하루 이틀 기간 이뤄진 것이 아니라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지속됐던 것"이라면서 "문제의 핵심은 계속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오가는 데 "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이유는 이 같은 세미나를 통한 제언과 방안이 실제로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책적으로 국가가 해야 할 역할과 관련 세미나의 내용 이상의 것을 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천 교수는 '인문학의 총체적 시스템의 붕괴'는 단지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문제 만이 아니라 국가·대학·인문학계에 존재하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대학, 국가, 인문학계라는 세 가지 주체가 있고, 그 모두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인문학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활동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인문학의 위기' 현상의 한 가지 원인으로 작동하는 국가 차원의 문제를 소개했다.

 

천 교수는 "지난 정권(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이하 민교협) 교육학술위원장 일을 하고 지식공유연대 등에서 활동할 당시 국회의원 등과 만나 여러 토론 등 활동을 벌이며 인문학 지원 방안을 모색했던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은 근본적으로  당장 표가 되는 사안이나 유권자들이 관심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판단되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천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그는 "정부의 경우 인문학이나 대학에 큰 관심이 없다"면서 "오랜기간 동안 (정책 대안 마련에도) '인문학의 위기' 현상은 잘 변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인문학계 연대·사립대학 투명성 확보해야"...약자들 목소리 낼 수 없는 구조적 한계 비판

 

더 나아가 천 교수는 이 같은 자신의 진단에 기반해 인문학계 내부의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천 교수는 "인문학계에 힘이 없다고 봐야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 이유는 인문·사회학자들 자신 스스로부터 학자로서의 사명을 실천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파편화돼 있다는데 있으며 결론적으로는 인문학계가 단결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정부 초기에는 인문학계가 힘을 모으고 연대하고자 노력했었지만 이것조차 좌절됐다고 밝히면서 "양심있는 교수, 대학원생들이 뭉쳐 연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행동을 찾기 힘든 이유는 총체적인 구조 자체가 그렇게 할 수 없게끔 만드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이를테면 대학원생들이 더 크게 연대해 대학원생노동조합으로 대학과 교육 당국에 목소리를 내온 활동이 더 커지거나 비정규직 교수 노조가 더 힘이 세다면 지금 보다는 변화의 시작을 기대해볼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안타깝지만 그러한 일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대학 강사들 역시 분노, 불만, 모욕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을 하기위해 나서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인문학계가 강력하게 연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교수는 "먹고 살기 위해 시간이 없거나, , 각자도생의 원리에 빠져서 모두가 자기 앞가림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대학원생노동조합, 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민교협 등 당사자들이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야 할 단체가 힘이 없어 인문학계의 주장이 소위 '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전임교원은 기본적으로 기득권층이며 정년이 보장되는 일부 교원들은 아무 문제의식이 없다며 "비정규직교원이나 대학원생들은 무언가 하려고 해도 그 행동에 나서는 순간 기존 권력에 소위 '찍히기' 때문에 행동할 수 없는 구조 속에 있다"며 기성학계와 대학에 관한 비판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천 교수는 대학 당국, 특히 사립 대학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했다.

 

천 교수는 "한국의 대학 중 상당 수는 사립 대학이며 이들 대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대학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력이 너무 비대하다는 데 있다"면서 "권력은 큰데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성은 적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그와 같은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마치 대기업 업주가 자신의 기업을 마음대로 휘두르듯 하려한다"면서 "말하자면 대학의 공공성이 약화되어 있다는 점이 큰 문제 중 하나이고, 대학이 바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이러한 불투명한 사립대학의 구조가 발생시키는 연쇄 효과가 바로 인문학의 약화 현상을 대학 내부에서도 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대학의 공공성을 하루 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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