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인문학의 위기-구조화된 파편화 (下)] "교양과 전문성의 선순환"..."생존 위한 연대 필수"

"인문학이 새로운 현상을 기존의 관념과 틀로 해석하는 역할해야"...연대의 중요성

 

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에 공감이 확산하고 있다. 청년일보는 3인의 국내 석학으로부터 인문학 위기에 대한 혜안을 듣고 인문학 발전을 위한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한다. 국내 석학 3인 중 두 번째는 성균관대학교 천정환 교수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성균관대 천정환 교수 "상아탑의 모순, 환금중심사회의 비극"

(中) "국가·대학·인문학계의 단절"..."기득권 인문학계 각성 필요"

(下) "교양과 전문성의 선순환"..."생존 위한 연대 필수"

 

 

【 청년일보 】 천정환 교수는 인문학 위기에 대해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인문학을 위한 학문간 융합과 함께 교양과 전문성이 공존할 수 있는 학문의 선순환구조를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천 교수, 대중 인문학 활동과 순수 학문적 탐구 선순환 강조..."현실과 괴리된 고답성 버려야"

 

천 교수는 청년 예비 연구인들이 기성 인문학계에 제기한 비판 중 상당 부분을 수용하며 기성학계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년을 보장 받게 되면 연구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도 무방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교수 기득권은 한편으로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기득권이 축소될 수 있었던 계기는 교수들에게 논문 작성을 많이 하게 하도록 한 조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보다 확실히 교수의 기득권은 줄고 연구역량은 늘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조치는 정규직 교수들 역시 고용불안의 심리에 빠지게 만들어 자신의 제자와 후속세대에 대한 관심을 축소시키고 그들과 함께 해야하는 다양한 활동을 소홀하게 하는 각자도생의 길로 인도했다는 부작용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천 교수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일부 완화하거나,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활동 및 공헌을 검증해 실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도 수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천 교수는 인문학의 대중화는 심화된 학문적 연구와 선순환을 이뤄 병행되야 한다며 그를 통해 인문학이 '자기존재 입증'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지금껏 대중들에게 어필하고자 노력한 인문학자도 분명 있지만, 결론적으로 인문학의 존재 필요성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는 작업에 인문학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과거의 인문학이 가지고 있는 고답성 등을 더 유연하고 현실적인 측면으로 승화하고 인문학의 사회적 필요성 등을 증명해 나가는 부분에 있어 기존 학계가 부족했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인문학의 대중화와 순수 학문에 대한 연구를 모두 병행해 교양과 전문성이 선순환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하며 "현실이 계속 변화하며 새로운 담론들, 이를테면 '4차 산업혁명', '플랫폼 자본주의' 등이 계속적인 담론과 해석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처럼  인문학이 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와 같은 현상이 바로 인문학에 대한 수요"라며 "새로운 현상을 기존의 관념, 틀로 설명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인문학이 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천 교수는 "그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 학문은 죽는다"면서 "현실과 관련 없는 고답성으로  '우리를 먹여살려 달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인문학이 세상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어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천 교수는 "따라서 새로운 융합 학문도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해야 한다"며 "융합 학문을 은연중 배척하려는 시선은 점차 지양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향후 5-10년, 인문학의 운명 매우 걱정돼"...제자에 미안함 전하며 연대 촉구도

 

그는 마지막으로 인문학계와 청년 예비 연구인에 대한 당부를 질의하는 청년일보에 "인문학자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는다"는 말로 운을 땠다.

 

그는 "모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사람은 너무 적다"고 토로했다.

 

천 교수는 "학문후속세대 뿐 아니라 인문학 연구자 당사자들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모이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국가이든, 대학이든, 기성 인문학계이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인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더 확장되는 것"이라고 강변하며 인문학계의 '연대'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한편으로 그는 새로 들어설 정부의 인문학에 대한 접근 방법에 관해 염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그는 "앞에서 언급 했던 정책적 담론들도 정권의 관심도와 성향에 따라 수용되는 정도 등에 차이가 있었다"면서 "새 정부 역시 이와 같은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5년이 굉장히 걱정되는 마음"이라는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천 교수는 "그렇기에 더욱 인문학자들이 뭉치고, 서로를 챙겨야하고, 더 많이 자신의 틀과 기득권을 깨고 나와야 무엇이라도 해볼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릐 목소리를 전했다.

 

 천 교수는 자신의 제자와 청년 예비 연구인에 대한 복잡한 소회도 전했다.

 

그는 제자들에 대해 한 마디의 말을 남겨 달라는 청년일보의 요청에 "할 말이 없다"며 수 초 간 침묵했다.

 

이어 그는 "공부를 열심히하고, 학문에 관심이 있는 제자들을 보면 뿌듯하다"면서 "바로 그 뿌듯함이야말로 교수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교수의 존재 근거"라고 했다.

 

천 교수는 "그런데 그들이 40-50대에 이르러도 생계나 자기 존재 증명을 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떠돌아 다닐 것을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하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할  말이 없다는 것"이라며 진심어린 안타까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천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계가 더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며 싸워야 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을 늘 고민하고 실천하려 하는 중이다"라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